
이 종 섭
한국지반공학회회 학술 부회장
고려대학교 건축사회환경공학과 교수
(초융합 건설 포렌식 연구센터 센터장)
(jongsub@korea.ac.kr)
2025년 현재,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지반 안정성에 대한 깊은 경각심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초 서울 강동구에서 발생한 대형 지반침하 사고는 단순한 기술적 결함을 넘어, 도시 인프라의 유지 관리 체계와 사회 안전망 전반에 대한 구조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중대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부터 현재까지 보고된 지반침하 사고는 총 1,400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 사고를 비롯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반 함몰 및 싱크홀 사례들은 노후화된 지하 인프라와 복잡한 지하공사 환경이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큰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극한 강우와 국지성 폭우는 예측이 어려운 사면붕괴와 산사태를 유발하고 있으며, 도심지의 임시 구조물과 옹벽 등에서의 취약성이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편, 부산 가덕도 신공항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대형 국가 인프라 사업들이 추진됨에 따라, 새로운 설계 기준과 시공 기술 개발 등 지반공학의 다양한 도전과제들도 함께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문제의식 속에서 지반공학은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단순히 사고 이후의 원인 규명과 보수에 그치지 않고, 정밀한 지반조사와 실시간 모니터링, 예측 기반의 설계와 예방 전략으로 학문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개별 원인에 대한 대응을 넘어서, 복합적인 지반 위험 요소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의 축적은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반공학계의 관심과 대응이 더욱 필요한 시점에, 오는 9월에는 지반공학 분야의 국내외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두 개의 중요한 학술행사가 인천 송도에서 개최됩니다. 먼저, 전 세계 지반공학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학술대회 Transoilcold 2025에서는 교통 인프라, 지반재료의 거동, 신기술과 최신 해석 기법, AI 기반 수치해석, 지반조사 및 기초설계 등 주요 현안들이 심도 있게 논의될 예정입니다. 이어 개최되는 지반공학회 가을학술발표회에서는 국내 연구자, 실무 전문가, 그리고 젊은 연구자들이 참여하여서 다양한 기술적 과제와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하게 될 것입니다.
두 학술행사는 단순한 발표와 청취의 자리를 넘어,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 산학협력 강화, 실무 현장 반영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학술 교류의 장이 될 것입니다. 또한 산업계와 학계 간의 실질적 연계를 통해 현장 중심의 기술 발전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되며, 학생 및 젊은 연구자들을 위한 포스터 세션과 워크숍도 마련되어 새로운 세대의 주체적인 참여를 독려할 예정입니다.
끝으로, 회원 여러분의 열정과 전문성이 결집될 때 우리는 더욱 효과적으로 국민의 지반 안전을 보장하고, 사회적 신뢰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가오는 Transoilcold 2025와 지반공학회 가을 학술발표회에서 회원 여러분과 직접 만나 뵙고, 깊이 있는 학술적 교류를 나눌 수 있기를 진심으로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