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라고 합니다. 거대언어모델인 ChatGPT가 단연코 화재입니다. 영문 논문을 작성할 때 본인도 도움을 받곤 합니다.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완전 자율주행의 마지막 희망으로 남은 Tesla의 Full Self Driving (FSD)의 비약적인 발전도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인공지능 산업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엔비디아의 주가 총액은 이미 구글을 넘어섰고 애플을 향하고 있습니다.
지반공학자들도 이 시대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연구제안서를 살펴보면 인공지능 관련 요소가 포함되지 않은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불확실성이 큰 자연재료를 다루는 지반공학은 인공지능 적용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로 평가됩니다. 대학의 커리큘럼에도 인공지능 관련 교과목이 적극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지반공학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이 아직까지 평면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로 다변수 회귀분석의 대안으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며, 이는 인공지능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다행히도,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인공지능의 활용을 확장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Data-Driven Site Characterization(DDSC) 개념이 도입 되었습니다. 부지 고유의 조사결과와 일반적인 지반조사 빅데이터를 통합하여 3차원 하부지반 지층 매핑을 시도하는 기술입니다. 불확실성의 정량화와 확률론적 평가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DDSC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비연속적 표준관입시험 결과에 의존하여 지층을 1차원화한 대표 주상도를 산정하는 설계 프로세스를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나아가 이러한 기술의 실현은 지반공학 분야에 디지털 모델인 BIM을 도입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줄 것입니다. 차세대 설계 체계에 드디어 지반공학도 합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으로 실현할 수 있는 분야는 이외에도 무궁무진합니다. 자동화된 시험과 인공지능 모델의 결합을 통해 흙의 물리적 정수 산정에 있어서도 큰 발전이 기대됩니다. 사용자에 따라 결과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수치해석의 보조 또는 대안으로 활용된다면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물리기반 해석과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모델을 융합하는 시도도 높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학습에 필요한 가상 지반 정보를 가공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집단 지성을 통하여 인공지능의 활용을 능동적으로 확장한다면 신뢰도와 경제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이 모든 문제에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경험 학문에서 정보 공학으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제 창립 4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 학회가 기술위원회와 연구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러한 변화의 선도자 역할을 맡아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발전에 기여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