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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창 동
지하정보기술(주) 대표이사
공학박사, 토질및기초기술사
제20대 한국지반공학회 총무부회장
(changkim86@naver.com)

                     


1990년 대학 졸업 후 막연하게나마 지반이란 분야에 매우 흥미를 느꼈던 저로서는 태국 방콕에 소재해 있는 AIT에서 지반공학을 배우게 되면서 흙과 저와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이 때 부터 약 33년간 흙과의 인연은 계속되었으며 지금도 흙을 다루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 앞으로 남은 여생(餘生)도 흙과의 인연이 계속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좀 늦은 나이지만 아직까지도 도대체 흙이란 존재는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과 흙에 대한 경이로움이 많이 있으며, 앞으로도 흙에 대한 저의 동경(憧憬)도 계속될 걸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연히 접하게 된 저자 후지이 가즈미치의 “흙의 시간”에 의하면, 흙을 뜻하는 한자 ‘土’는 세로 기둥에서 위로 솟아나온 부분은 식물, 아래는 뿌리를 뜻하고, 위의 가로막대는 지표면, 아래의 가로막대는 암반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흙이란 암석이 풍화된 것에 동식물 등의 시체가 섞여 있는 것이라 합니다. 결국 흙은 생명체와 생태계를 지탱하는 기반인 셈입니다. 토양이 생성되려면 수백년부터 수백만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흙이 암석의 풍화뿐만 아니라 식물이나 동물 등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지구에만 존재하는 토양의 본질을 잘 설명해 주고 있으며, 지구의 대지를 덮고 있는 흙의 평균두께는 불과 1미터에 지나지 않지만, 흙은 ‘지구의 피부’가 되어 달이나 화성과 지구를 구분 짓고, 식물, 동물과 같은 생명체와 함께 우리 인류를 키워온 것입니다.


인간이라는 뜻의 영어단어 Human은 humus(부식토), 즉 흙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며, 결국 인간은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어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는 신체에 필요한 필수 영양성분을 물과 공기 이외에는 모두 흙에서 공급받으며, 물 또한 흙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영양분을 공급받고, 공기마저도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식물을 통해 정화된다는 것으로 볼 때 흙이란 존재는 인류에서 가장 위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토질역학의 첫째 시간에 삼상구조(흙입자, 공기, 물)를 이미 배웠으며, 직업적으로도 이토록 위대하고 경이로운 흙을 다루는 기술자로서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지반공학자에게는 매우 축복받은 인생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지반공학회 및 토질및기술사회 활동을 하면서 각계각층의 지반전공자를 접할 기회가 많았으며, 이 과정에서 지반을 전공하게 된 것에 대해 후회하는 기술자를 만나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반공학자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실제로 많이 느끼고 있으며, 대부분의 지반공학자 분께서는 아낌없이 주는 흙과 같이 따뜻한 마음으로 남을 배려하고 그 자리에서 묵묵히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계신 분들을 타 분야에 비해 많이 접할 수 있었으며, 약간 비논리적이긴 하지만, 이토록 위대한 흙의 매력에 무의식적으로 이끌려온 본연의 성향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내년이면 한국지반공학회도 40주년이 됩니다. 지반공학회 창립 초기만 하더라고 지반공학이란 분야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명실공히 국내 건설분야에서 최고의 전문학회로 성장하였으며, 지반공학 회원 한분 한분의 땀과 정성과 뜻이 모아져 이룬 쾌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지반공학회 회원분들 모두 우리가 이렇게 인류에 가장 위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흙을 다루고 있다는 자부심을 잃지 않고 서로의 뜻을 함께하고 배려하면서 미래의 건설산업의 발전방향을 함께 모색하고 사회적 이슈에 공동 대응하면서 지반공학의 사회적 위상을 제고하여 우리 지반공학 분야의 먹거리도 함께 창출해 낼 수 있기를 기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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