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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석 원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우리학회 부회장
(sjeon@snu.ac.kr)


고성능 전기자동차 제조회사 테슬라를 창업한 일런 머스크는 2016년 말 The Boring Company를 창립하였다. 그는 다층 구조의 지하 터널 네트워크 loop를 구축하고 시속 250 km로 이동하는 전기 스케이트 위에 차량을 실어 나를 수 있다면 교통체증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지상 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터널 굴착 공사비를 줄이는 방법인데, 이 문제는 전기 스케이트 방식의 도입으로 환기 방재 리스크를 줄임으로써 터널 직경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TBM의 출력을 증대하고 다운타임을 줄임으로써 굴진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면 현재 공사비의 1/10 수준으로 해결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또한 터널 내 진공 상태를 유지하여 마찰을 줄일 수 있다면 음속을 초과하는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hyperloop의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과연 Elon Musk가 제안한 지하 터널 네트워크의 구현은 가능한 것인가? 국내에서는 밀양 송전탑 건설과 관련한 주민과의 분쟁으로 전력구·공동구 건설의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증가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경제적인 도심지 소단면 공동구 설계 및 시공 기술 개발’ 연구를 통하여 직경 3.5 m급 공동구의 경제적 급속 시공 기술을 개발 중이며 연구 목표는 공사비 10% 절감, 굴진율 예측 오차 20% 이내로 설정된 바 있다. 국내 화약발파 터널굴착 기술은 세계적 수준임에 비하여 기계굴착 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함을 고려하더라도 Elon Musk의 공사비 획기적 절감 계획은 매우 도전적인 것으로 달성 가능성이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술적 측면에서는 직경 4 m급 TBM 터널의 월평균 굴진속도는 현재의 기술로 최대 1 km 정도이나 지반조건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따라서 The Boring Company에서 계획하고 있는 Los Angeles 시내 약 70 km 연장의 터널을 굴착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전 구간을 이상적인 지반 조건으로 가정할 시 장비 1대를 사용하여 약 6년 정도가 된다.


일런 머스크가 지하 터널 네트워크를 구상하는 이유로 지하는 지진과 같은 진동으로부터 안전하며 심도가 다른 다층 구조를 활용하여 네트워크를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음을 들고 있다. 이외에도 지하는 단열성, 전자파 및 방사능 차단성, 방폭·방진성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장점을 이용하여 국내외에서 매우 다양한 지하 시설물이 운영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원유 및 제품유의 전략적 비축을 위하여 9개 비축기지(5개 지하공동)에 총 146백만 배럴 규모의 비축시설을 갖추고 약 107일분의 유류를 비축하고 있다. 비축용 지하공동 1개의 규모는 가로 18 m, 높이 30 m, 길이 1,000 m(최대) 정도이다. 단단한 암반의 경우 이 보다 더 큰 규모로도 안정성이 유지되므로 파리의 Notre Dame 성당이 통째로 들어갈 수 있는 석회암 공동(La Verna Cave, France)이 있는가 하면, 중간에 기둥이 없는 폭 61 m, 길이 91 m, 높이 25 m의 노르웨이 요빅 스태디엄(Gjovik Stadium)도 건설이 가능하다. 오래 전부터 원자력발전소를 지하에 건설하고자 하는 논의가 이루어진 것도 이에 기인한다.


지하 암반이 가지는 차폐성과 불투수성을 이용하여 방사성폐기물을 지층에 처분하고자 하는 노력은 지난 수십년간 이루어졌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경주처분장을 비롯한 국내외 여러 천층 처분시설에 이미 처분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 및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그 특성상 10만년 이상 생태계로부터 분리되어 안전하게 보관되어야 하는 만큼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세밀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으나 미국의 경우 Yucca Mountain Project를 40여 년 동안 진행 끝에 결국에는 잠정 중단한 상태이다. 반면, 장기간 성능검증과 함께 주민수용성을 중요시한 Finland의 경우 Olkiluoto에 처분장을 건설하는 것이 인가되어 건설이 진행 중이다. 국내의 경우 공론화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처분장 건설 일정안이 마련된 바 있으나 진행에 많은 어려움이 산적해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동굴식 방사성폐기물 처분 대신 심부시추공처분(DBD, Deep Borehole Disposal) 개념을 고려한 바 있다. 이 개념은 공저의 직경이 약 40 cm 되는 5 km 심도의 수직시추공을 천공하여 하부 2 km 구간에 폐기물을 처분하고 상부는 밀봉하는 개념으로,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열과 주변 암반에서의 지하수 유동 문제 해결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대구경 심부 시추 기술이 완성되어 있지 않고, 보관 중인 폐기물을 전부 처분한다면 수 백 개의 시추공이 필요하여 비용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DBD 처분 방식의 추진은 표류하고 있는 반면, 새로운 심부수평시추공처분(Deep Isolation) 방식이 제안되고 있다. 이 개념은 세일가스 생산 기술을 활용하여 불투수성 암반에 심도 1 km 이상의 수평시추공을 수 km 길이로 천공하고 공 내에 처분용기를 수평 적치하는 개념이다. 상대적으로 심도가 낮아 시추공 직경과 길이의 선택이 보다 자유롭고 동일 지표 부지에서 다른 방향으로 다수의 시추공을 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런 머스크는 슬픈 미래를 맞지 않기 위해 창의적인 생각과 과감한 투자로 흥미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SpaceX와 The Boring Company는 우리의 활동 영역이 그야말로 3D임을 일깨워준다. 그 중 지하공간의 활용 가능성에 관심을 둔 것은 주목할 만하다. The Boring Company는 금년 12월 로스엔젤레스 시내 3.2 km 구간에서 그들의 첫 지하터널 시험주행을 통하여 본격적인 사업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비단 그의 벤쳐회사 뿐만 아니라 많은 영역에서 지하공간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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