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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욱
명지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우리학회 학술부회장
(yukim@mju.ac.kr)

                      


장면 #1
“아버지, 어머니가 시인에게 술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아셨더라면.......!”
“맞아, 정말 그랬으면 좋으련만.”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옆에서 생각에 잠긴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나는 어머니가 놀라워하시는지, 아니면 웃고 계시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좋았다. 정말 상관 없었다. 달빛은 매우 밝았고, 살구꽃은 향기로웠다. 나는 술상에 마주앉아서 아버지의 친구가 된 것이다.


장면 #2
“아버지, 술 마실 돈이 필요해요......!”
“응, 코로나인데 어디가서 술을 마셔?”
“친구들이랑 줌(ZOOM)으로 모여서 같이 술 마시기로 했어요.”
아내와 나는 생각에 잠긴 듯한 눈으로 서로 쳐다봤다. 놀랍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정말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 들어와 버렸다. 물론 여전히 나와 아이들은 마주 앉아 술을 마시는 좋은 술친구들이다.


장면 #1은 이미륵 작가께서 1946년에 독일에서 발표한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를 정규화님께서 옮긴 글 중에 나오는 대목이다. 일제 강점기, 어린 아들에게 세 잔의 술을 권한 아버지와 술기운이 도는 어린 아들을 걱정스러워 하는 어머니, 그리고 아들의 정감 넘치는 술주정을 그린 대목이다. 장면 #2는 얼마전 나의 딸아이와 만취되서 귀가한 저자와의 대화이고...


시인들은 보이지도 않는 세상을 참 잘 보는 것 같다. ‘섬은 물울타리를 둘렀다’라고도 하고 ‘대추 한 알에 태풍과 된서리와 우박이 숨었다'라고도 하고. 눈으로 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리 세상을 잘 아는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우리에겐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나름 잘 경험하고 누리던 세상이었는데, 이 정도로 바뀔지는... 최근 눈으로 볼수도 없는 미생물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만물의 영장이라 자랑하던 인간들의 한계를 톡톡히 경험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연일 증가하는 확진자 관련 국제적 통계, 개최된지 125년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무관중 올림픽, 배달음식이 일상화 되어버린 현실, 통금과도 흡사한 저녁 시간대의 텅빈거리, 입학한지 2년이 다 되 가는데 학교를 한번도 가보지 못한 2020학번 대학생들 등등 너무나도 적응할 수 없는 시간들이 계속되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 학회와는 상관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 대학교의 현실을 보면, 곧 2023년에는 전국 대학정원에 11만명 정도가 모자란 고교 졸업자가 배출되며 이에 따라 10개의 학교 중 8개 정도의 학교가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8년부터 동결된 대학등록금과 함께 생각해 보면 대학교의 연구 및 교육 인프라와 시스템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리고 계속되는 저출산, 고령화, 팬더믹... 피터 드래커가 2030년 쯤에는 대학캠퍼스가 역사적 유물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Covid-19가 이에 대한 예상이 어느 정도 현실화 되는 촉매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학과 연구 그리고 학회의 패러다임이 크게 한번 바뀌어 가고 있나?


4차 산업의 ABC(AI, Big Data, Collaboration)도 완전 섭렵 못 했는데, 벌써 5차 산업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융합이라는 단어에 기계와의 협업이라는 말이 담기기 시작하고... 탈캠퍼스, 탈국경으로 대학이라는 형식의 틀이 이제 점점 깨지고 있고... 정신을 못 차리겠는 이 현실을 어떻게 견디고 헤쳐 나가지? 언제나 그래왔듯이 이제는 우리 모두가 질문을 공유하고 고민해 볼 때인 것 같다. 우리, 우리는 이제 뭘 해야 하나?


방향은 길을 가르켜 주지 않는다고 했다. 가까운 미래를 조금은 알았으니 방향은 알겠고, 그럼 그 곳으로 가는 길은? 방향을 보고 그 곳에 도달하고자 헤매다 보면 길도 생기고 더불어 지경도 넓어지는게 아닐까? 올림픽 주간이라 경기를 많이 보게 되는데,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단어가 ‘우리’와 ‘하나’인 것 같다. 팀의 워크가 목적한 바를 달성하기 위한 첫 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우리 학회도 현 시대의 흐름에 같이 할 수 밖에 없어 여러 어려움이 예상된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그리고 대항과 계획.... 그 첫 걸음으로 앞에서 말한 것처럼 마음을 다 잡고 ‘우리, 모두, 함께’ 다시 시작해야겠다. 관중이 아니라 선수로, 땀으로 사랑으로 무장하여 변덕스러운 세상에 맞서 더 단단해진 ‘하나’된 ‘우리’ 학회!


백신을 맞고 조금 힘든 사람이 완벽한 '포준말'로 보이지 않는 그 넘들에게 한마디 하고 글을 마칠까 한다. “Hey Yo, 코로나! 그동안 우리 마이 괴롭히따 아이가? 매미 소리도 차츰 사카지는데, 느그들도 엥가이 하고 마 떠나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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