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대학원 석사과정 때 우리학회 회원으로 입회하여 올해까지 31년이 되었다. 올 해로 결혼생활이 30년 차이니 한국지반공학회와 함께한 기간이 결혼생활보다 1년이나 더 긴 셈이다. 긴 시간 우리학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기술위원회와 지역발전특별위원회, 학회지 및 논문집편집위원회, 우리학회 영문논문집에서 활동하였고 이사 및 전담이사를 거쳐 현재는 학회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학회 40주년이 된 이 시점에 지반지의 권두언을 쓰게 되어 무슨 글을 쓸까 생각하다가 40년의 학회발전을 간단히 보여주는『숫자로 보는 한국지반공학회 40년』을 읽고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우리학회는 “토질 및 기초공학에 관한 학술과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여 국민의 복지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1984년 6월 16일 ‘대한토질공학회’라는 명칭으로 창립하였으며, 1991년에 한국지반공학회로 명칭을 변경하였으니 학회의 창립부터 올해까지 꼭 40년이 되었다.
지난 40년간 우리학회의 중요한 변화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회원은 1984년 106명에서 2023년 12월 11,536명으로 약 109배 증가하였다.
둘째, 논문발표는 1985년 15편에서 2003년 159편으로 약 10배까지 증가하였다가 2023년 59편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2009년 영문논문집을 발간하여 연평균 약 18편의 논문이 발표되고 있으며, 영문논문집은 2015년 SCOUPS에 등재되어 국제적 위상이 한층 높아졌고 SCIE 등재를 위하여 TF를 중심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셋째, 학술대회 논문발표는 1985년 5편에서 2023년 273편으로 약 55배 증가하였다.
넷째, 다양한 기관과의 협업을 위해 해외 12개, 국내 26개 기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활동 영역을 다각도로 넓혀가고 있다. 또한 기관과의 협업 뿐 만아니라 국외학회와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공동학술발표회를 개최하는 등 학술성과를 폭넓게 창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수입과 지출은 1985년 648만원에서 2023년 기준, 약 9억 6천만 원으로 약 149배, 지출은 6억 6천만 원으로 약 103배로 상승하였다.
이처럼 창립 이후 40년 만에 회원 수는 100배 이상, 학술대회 논문발표수도 50배 이상, 수입도 150배 증가하여 현재는 명실상부 국내 토목공학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 학회로 발전하였다.
40주년을 생각하니 나이 40세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와 격언이 생각난다.
링컨이 대통령이 된 뒤 내각 구성을 위해 필요한 사람들을 선택 할 때, 비서관에게서 어떤 사람을 추천받았다. 그런데 그 사람의 이름을 듣자마자 링컨은 단번에 거절 했다. 그 이유를 묻자 링컨은 그 사람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거절 이유를 듣고 황당해진 비서관은 이렇게 반문했다. “그 사람이 자기 얼굴까지 책임질 수는 없지 않습니까? 얼굴이야 부모님이 만들어준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요?” 그러자 링컨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아니, 그렇지 않다네. 뱃속에서 나올 때에는 부모님이 만들어주신 얼굴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자신이 얼굴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네. 나이 사십이 넘으면 모든 사람은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네.”
40대에 들어선 우리학회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누구일까?
언젠가 한 교회에서 작은 사각형 셀로 구성된 예수님의 얼굴을 큰 그림으로 본적이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그림을 구성하고 있는 작은 셀이 그 교회 성도들의 사진으로 이루어진 것을 확인하고 매우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학회도 11,536명의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만들어진 큰 얼굴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우리 학회의 얼굴에 대한 책임은 우리 모두, 모든 회원들, 아니 바로 나에게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앞에서 나열한 지난 40년간 학회의 눈부신 발전의 공도 우리 모든 회원에게 돌리는 것이 마땅하겠다. 그러니 우리 모든 회원이 학회 40주년을 맞아 서로 축하하고 격려하면 좋겠다.
《논어》〈위정편(爲政篇)〉에 실려 있는 공자의 말에 따르면 40세를 ‘불혹(不惑)’이라고 하였다. 많은 이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마흔이 되면 유혹에 넘어가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우리학회와 그리고 우리학회 회원들은 이제 ‘유혹에 넘어가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이 토질 및 기초공학에 관한 학술과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여 국민의 복지향상에 기여함’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겠다. 그렇게 또 10년을 노력하면 50세가 되는 때 ‘지천명(知天命)’, 하늘이 우리학회에 내린 뜻을 알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