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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영 철
상지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공학박사, 토질및기초기술사)
제20대 한국지반공학회 기획부회장
(ychwang@sangji.ac.kr)

             

우리학회는 16개의 기술위원회와 5개의 연구회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1984년 창립한 우리학회는 1992년에 9개의 기술위원회를 신설한 이후 지반공학내에 전문분야의 수가 2배 이상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지반공학 내에서 새로운 분야도 개척이 되었고, 그만큼 세분화되어 전문화 되었습니다. 이러한 학문적 세분화는 전문성과 혁신을 위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학문이 점차 세분화 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문제점도 나타납니다. 지나치게 세분화된 학문분야는 전문성이 강화되기는 하지만, 다른 분야와의 융합이 어려워져 현실 세계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인 접근이 어려워 질 수 있습니다. 이는 세분화된 학문 분야간의 소통과 협력의 부재 때문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의 연구결과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분야간 정보 교류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고착화 되어버린 학문분야는 서로 다른 전문용어와 개념을 사용하게 될 수도 있어 의사소통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사주제를 연구하게 되어 큰 범위에서 보면 자원의 낭비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연구분야를 존중하고 협력을 위해 꾸준히 협력해 나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타 분야의 연구자가 경계의 벽을 허물려고 하면, 내 영역을 침범하려는 것인가? 라고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극단적으로는 배척하게 되는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이 흔히 얘기하는 밥그릇 싸움이 아닌가 싶습니다.


규정이나 제도는 다양한 측면에서 영역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기술자의 수준으로 영역을 구분하기도 하고, 시공능력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학문 영역으로도 구분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분은 경계를 만들어 일정 수준 이상의 집단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순기능이 되기도 하지만, 경계 안에 있는 집단의 보호막이 될 수도 있어, 외부로부터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는 수단으로 변질되기도 합니다. 현실세계의 복잡한 문제를 융합적 접근으로 해결하는데 방해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학자로서 복잡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발전시켜온 다양한 연구결과를 공유해야 합니다. 우리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른 전문가 집단을 받아들이기도 해야 하고, 그동안 우리와 관계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 것이 아니라고 등한시 했던 다른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한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수해로 대한민국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수해로 인해 산사태와 급경사지 붕괴가 매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발생원인, 피해범위 및 규모추정, 대응방안수립, 관리시스템 등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느 관점을 주로 다루느냐에 따라, 토목공학, 지질학, 산림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심도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상이변에 따른 이상기후로 인해 피해가 빈번해지고 그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어, 미래기후에 대한 대응을 위해 기상학에 대한 접근도 진행됩니다.
다양한 학문에서 각자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발 물러서서 보면, 산사태나 급경사지 붕괴는 복잡하지만 하나의 문제입니다. 각자의 학문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닌,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각자의 연구내용을 가지고 머리를 맞대어야 합니다. 우리가 전체를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것이 어려워 진 것은, 어찌보면 학문의 발전으로 세분화가 가져온 부작용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극복해야만 하는 사항입니다.


올해 집중호우 기간에 내린 강우강도는 역대급이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큰 사고가 많았습니다. 얼마 전 대한토목학회가 주관하여 올해 발생한 수해대책에 대한 긴급토론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주관으로 산사태 방지를 위해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대한토목학회가 주관한 토론회에서는 대한토목학회 뿐만 아니라, 우리 학회를 포함하여 한국수자원학회, 한국기상학회, 한국물환경학회, 한국방재학회 회장님들도 참여하여 각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다양한 시각에서의 접근 방법이 논의되었습니다. 과총 주관 토론회에서도 지반공학분야 뿐만이 아니라, 지질공학, 암반공학, 산림, 유지관리, 계측 분야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됩니다.


기업들은 무한경쟁 세상에서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절박함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러한 절박함이 기술개발의 원동력이 되고 살아남는 방법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국민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학문과 기술을 발전시켜야 하는 의무감을 넘어, 당면한 사회문제 해결을 우리의 생존을 위한 절박함으로 접근한다면 학문적 융합도, 서로간의 소통도 당연히 해야하는 수단이 되어 버릴 것입니다. 오랫동안의 문제가 몇 번의 토론회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경계가 허물어 지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끊임없이 상대방의 문을 두드리고, 끊임없이 협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것 만을 하다보니 서로가 멀어진 것이 아닌, 서로를 위해서 내 것을 열심히 했으면 합니다. 그러한 노력에 우리학회도 함께하고 앞장섰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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