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사이언스컵 축구대회참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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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병 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지반연구본부 박사후연구원

(ybspnut@kict.re.kr)






나는 축구를 좋아한다. 어렸을 때는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서 초등학교 축구부 활동도 했다. 당시에는 과학적인 트레이닝 같은 개념이 자리 잡기 전이어서 지금처럼 세밀한 기술이나 전술 훈련보다는 무작정 뛰고 차는 연습을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련이 끝난 후에도 해질 때까지 운동장에서 공을 차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부모님이 운동을 그만두게 하셨다. 나중에야 들은 이야기지만, 부모님은 나의 작은 키와 왜소한 체격 때문에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셨다. 맞는 말씀이었다. 사실 운동이 너무 힘들어서 운동장을 둘러싸고 있는 배수구에 구토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지금은 취미로 축구를 즐기는 상황에 만족한다.


취미로 축구를 한다고 해서 얌전하게 운동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 시절 열정적으로 축구를 하다가 양쪽 발목 전방거비인대가 모두 손상되었고, 코 뼈가 부러져 접합 수술도 받았다. 이 정도면 학위를 받을 수 있을지 의심하실 것 같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코로나가 터지면서 축구를 쉬게 되었고, 덕분에 무사히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박사후연구원으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입사한 이후 얌전히 공놀이할 곳을 찾다가 연구원 풋살 동호회에 가입하여, 한 달에 한 번 정도 공을 차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단체 카톡방이 하나 열리고 출연(연) 축구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다양한 축구대회가 있었는데 한동안 쉬었다가 다시 열리게 된 모양이었다. 첫 경기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의 경기로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원내 운동장에서 진행되었다. 초반에는 두 골을 내리 내주며 밀리는가 싶더니 뒷심을 발휘하여 5:3 대역전승을 거두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늦은 시간까지 단톡방에 이어진 감성 넘치는 메시지들은 우리 연구원의 축구 동호회 분들이 얼마나 큰 열정으로 참여하고 있는지 느끼게 해주었다.


12강 경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의 경기로 세종시로 원정을 떠나게 되었다. 과기연과의 경기가 수도권 대표 결정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정식 심판까지 등장하며 본격적인 대회가 시작되는 분위기였다. 어느덧 열정은 모두에게 전파되어, 첫 경기에는 인원 모으기도 힘들었던 우리 연구원은 장거리 원정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18명이 참석할 수 있었다. 결과는 펠레스코어 3:2 승리. 이어진 6강 경기에서도 한국재료연구원과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였지만, 4강에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1:0으로 패배하며 4월부터 장장 3개월간 이어진 대회를 공동 3위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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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경기에 임하는 사람들의 자세였다. 우리 팀, 상대 팀 할 것 없이 대회에 임하는 모두가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 사람들은 경기에 참석하기 위해 필요한 업무를 미리 수행하고 개인 일정을 조정했을 뿐만 아니라, 일산에서, 창원에서 세종으로, 또 세종에서 보라매로 사람들은 공을 차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했다. 경기장 안에서는 다들 나이를 잊고 스무 살이 된 것처럼 달리고 부딪쳤다. 경기 후에도 불씨는 꺼지지 않고 식사 자리로, 술 자리로 이어졌다. 무엇이 우리들을 이렇게 뜨겁게 만들었을까?


돈일까? 이 대회에 걸린 우승 상금은 200만원, 11명이 총 다섯 경기를 이겨야 하니 우승하면 한 경기당 한 사람이 4만원의 상금을 얻는 셈이다. 그러니 당연히 상금은 아닐 것이다. 채용이나 과제 선정에 이득이 있을까? 잘 보이기는커녕 과기부와의 경기를 이기고 돌아왔을 때, 주변에서 우스갯소리로 이제 연구과제 잘리는 거 아니냐는 소리까지 했을 정도다. 30대인 나조차도 점점 돈, 실적 등 경제적이나 사회적으로 이득이 되는 행동과 관계에 집중하게 되고 있었는데, 그런 것과 전혀 관계없는 공놀이 하나에 모두를 집중하게 만든 것은 정말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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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사람마다 이유는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승패와 관계없이 축구대회에 참석한 모든 선수들의 표정은 살아있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도 저마다 학창 시절에 좋아하는 놀이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바쁘다고, 늙었다고, 부모가 되었다고, 돈이 안 된다고 등 무수한 현실적 이유로 놀이를 접으셨다면 다시 한 번 시도해보시길 권하고 싶다. 어느새 그 시간을 기다리는 설렘을, 쿵쾅대는 심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들 짧은 인생에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며 지내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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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India-Japan-Korea Trilateral JointGeotechnical Work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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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 진 
고려대학교 
미래건설환경융합연구소
 연구교수
(kkl305@korea.ac.kr)






1. 들어가며


제1회 한국-일본-인도 3개국 공동 지반공학 워크샵 (1st India-Japan-Korea Trilateral Joint Geotechnical Workshop)이 2024년 5월 11일 일본 교토에서 개최되었다. 교토는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특급열차로 약 8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시로 우리나라 경주와 같이 과거 일본의 천년 수도로써 시내 곳곳에 문화재가 즐비한 역사, 문화, 전통의의 도시이다. 이번 일본지반공학회 (JGS) 주최의 3개국 공동 워크샵은 시계탑과 녹나무로 유명한 교토대학교의 요시다 캠퍼스에서 진행되었다. 교토대학교는 1897년 개교한 일본의 국립대학으로 교토 내에 요시다, 우지, 카츠라 캠퍼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아시아 최초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총 1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아시아 최고 명문대학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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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일본-인도 공동 워크샵 참가


이번 한국-일본-인도 공동 워크샵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0시까지 하루 동안의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워크샵에는 주최인 일본에서 30명, 인도에서 16명의 지반공학자가 참여하였으며, 한국지반공학회에서는 15명이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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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ichi Koseki JGS 회장님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Anil Joseph IGS 회장님과 김영욱 KGS 회장님의 축사가 이어졌으며, 일본, 인도, 한국 각국에서 대표로 1분씩 Keynote lecture를 발표해 주셨다. 먼저, 일본지반공학회에서는 교토대학교의 Takeshi Katsumi 교수님께서 ‘Marginal Soils-Geoenvironmental Challenges and Opportunities’라는 주제로 발표해주셨으며, 인도지반공학회에서는 인도 공과대학교 봄베이 (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Bombay)의 Ashish Juneja 교수님께서 ‘Effects of sand compaction pile installation in soft clay’란 주제로 발표해주셨다. 한국지반공학회에서는 한양대학교의 박두희 교수님께서 ‘Recent advances in prediction of site amplification for shallow bedrock sites’란 주제로 발표를 진행해주셨다. 각 국의 대표 연구에 대한 결과를 요약하여 들어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각각의 Keynote lecture 이후에는 각국의 학회에서 준비한 소정의 선물을 전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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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Keynote lecture의 종료 후 일본지반공학회 (JGS)에서 제공한 일식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하며 해외 연구자들과 간단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고, 관심 연구를 공유할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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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두 개의 강의실에서 2부에 걸쳐 페러렐 세션이 진행되었다. 페러렐 세션은 수치해석 및 인공지능, 지반보강 및 환경적 문제, 실내 및 현장 시험, 흙의 동적거동의 주제로 총 4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었으며, 총 26개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그 중 한국지반공학회에서는 7개의 발표를 맡아 주셨다. 한진태 박사님은 ‘Automated information extraction of construction documents’에 대한 주제로 발표하셨고, 김영상 교수님은 ‘Heat transfer in coil-column unit as a ground heat exchange using Fiber Bragg Grating sensors and numerical analysis’의 주제로 수치해석 및 인공지능 세션에서 발표를 해주셨다. 정종원 교수님은 ‘Soil reinforced method using biopolymer solutions’의 주제로, 권태혁 교수님은 ‘Toward microbial soil improvement: Micro-scale characteristics of MICP and clay-bacteria interactions’의 주제로 발표를 준비해주셨고, 김병민 교수님은 흙의 동적거동 세션에서 ‘Assessments of liquefactions and ground settlements for 2017 M5.5 Pohang, South Korea, earthquake’의 주제로 발표를 준비해주셨다. 또한, 장일한 교수님은 ‘Applications of biopolymer-based soil treatment (BPST) technology in sites to strengthen earthen levee structures’ resistance to internal and external erosion manners’의 주제로 발표를 진행해주시고, 이종섭 교수님은 ‘Porosity evaluation of soft soils using field velocity resistivity probe’의 주제로 실내 및 현장 시험 세션의 마지막을 장식해 주셨다. 한국의 지반공학을 대표하시는 교수님들의 연구 결과를 요약하여 들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고, 뿐만 아니라 일본과 인도 연구자들의 다양한 연구 결과를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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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st Geotech Asia 2025


모든 세션을 마치고 인도지반공학회 (IGS)에서 학회 홍보가 있었다. 2025년에 인도 뭄바이에서 개최되는 제1회 아시아 지반공학대회 (1st Geotech Asia 2025)는 ARC의 개최 간격이 4년으로 너무 긴 것을 고려해서 신설된 아시아 지역 학회로 카자흐스탄에서 개최된 17ARC 기간 중 ISSMGE Asian Council Meeting에서 개최가 결정되었다. 덕분에 아시아 지역 지반공학 연구자는 2년마다 정기적인 국제 학술 교류가 가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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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Gala Dinner


교토대학교의 시계탑 앞에 위치한 교내 카페 겸 식당에서 이번 워크샵의 마지막 일정인 Gala dinner에 참석하였다. JGS 회장님의 연설로 시작된 Gala dinner는 스탠딩으로 진행되어 뷔페식으로 제공된 음식과 음료를 곁들인 교류를 즐기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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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맺음말


이번 워크샵은 한국, 일본, 인도의 다양한 연구 내용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또한, 아시아 지역 지반공학회가 신설된 만큼, 2025년 인도 뭄바이에서 개최될 1st Geotech Asia 2025에서도 다양한 연구를 접하고 국내외 지반공학 분야 전문가분들과의 교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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