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소개한 핀란드와 스웨덴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모암을 결정질암(crystalline rock)으로 선정했지만, 이번 호부터 소개되는 스위스는 처분 모암을 Opalinus clay라는 퇴적암(sedimentary rock)으로 선정하였다. 처분 모암의 선정에는 다양한 사유가 존재하지만, 주된 사유 중 하나는 핀란드와 스웨덴이 속한 북유럽과 알프스 산맥 주변에 위치한 스위스의 지질학적 환경 차이에 있다(그림 1). 처분 모암이 퇴적암이기 때문에 스위스는 핀란드나 스웨덴과는 다른 처분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스위스는 일본과 함께 화강암과 이암의 모암에 GTS(Grimsel Test Site)와 Mont-Terri RL(Rock Laboratory)을 건설, 운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국제적인 연구와 교류를 수행하여 전 세계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사업에 크게 이바지해 오고 있다. 2022년 9월에 스위스의 처분 운영사인 Nagra에서 Nordlich Lagern지역을 최종 처분부지로 제안한 바 있다. 본 보고에는 스위스의 처분개념과 부지선정 사례 등에 대하여 두 번에 나뉘어 소개하고자 한다.
1. 스위스 처분개념
1.1 스위스의 원자력 산업
스위스에서 원자력의 상업적 사용은 1969년에 시작되었으며, 1984년까지 5개의 원자력발전소(NPP)가 전력망에 연결되어 사용되고 있다. 총 4개 부지에 3개의 PWR(Beznau 1, 2 및 Gosgen)과 2개의 BWR(Mühleberg 및 Leibstadt)이 있으며 총 용량은 약 3,300 MWe이다. 대략 스위스 전체 생산 전력의 약 40%를 원자력발전이 차지하고 있다.
원자력은 2003년에 통과된 원자력 에너지법(KEG, 2003)과 몇 가지 보충 조례의 적용을 받으며, 법안에 따르면 방사성폐기물 관리 책임은 폐기물 생산자에게 있다.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위한 국립 협동조합인 방사성폐기물관리기구 Nagra는 원자력발전소 운영자와 스위스 연방 정부에 의해 1972년에 설립되었으며, 의학, 산업 및 연구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담당하고 있다. 원자력 에너지법은 모든 종류의 방사성폐기물을 스위스 영토의 지층 처분장에 처리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 방사성폐기물 관리 개념에는 두 개의 처분장이 포함되어 있다. 하나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L/ILW)용이고 다른 하나는 사용후핵연료(SF), 고준위방사성폐기물(HLW) 및 장수명 ILW(LL-ILW)용이다(그림 2). 처분장 폐쇄 후 모니터링이나 통제 없이도 처분장의 장기적인 안전이 보장되어야 하며, 더욱이 원자력법은 스위스에서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하고 영구적인 처분 타당성의 입증을 요구하고 있다. L/ILW의 경우 이러한 실증은 1988년에 연방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승인되었다. SF, HLW 및 장수명 ILW의 처분에 대한 처분 타당성 입증은 2006년 6월에 연방정부에 의해 승인되었다. 이는 스위스 북부 Opalinus Clay의 지층 처분장(geological repository)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다.
방사성폐기물은 현재 대부분 발전소에 저장되거나 2001년부터 운영 중인 중앙 집중식 중간저장시설(ZWILAG)에서 처리 및 저장되고 있다. L/ILW은 원자력발전소의 운영 폐기물, 의료, 산업 및 연구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로 구성되며 앞으로는 원자력발전소 및 원자력 연구 시설의 해체로 인한 폐기물도 포함될 예정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는 프랑스와 영국에서 재처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초기에는 사용후핵연료의 관리가 시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폐기물이 반환되어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처분장이 필요하게 되면서 정부를 비롯한 의회 등에서 처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제안된 개념은 공익시설(utilities)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1978년 스위스 정부는 방사성폐기물 프로그램에 대해 단계적 접근법을 결정하였다(그림 3(a)).
1단계에서는 실제 자료를 활용하여 원자력발전소의 지속적 운영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처분 타당성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공익시설에 의한 기술-과학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으며, 국립 협동조합인 Nagra에 의해 모든 폐기물에 대한 관리 등이 진행되도록 하였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Nagra는 2002년에 최초로 심층 처분의 기본 타당성 입증과 관련한 향후작업에 초점을 둔 공식적인 제안서를 제출하고 이에 대한 보고서를 2005년에 발간하였다(그림 3(b)).
L/ILW 및 SF/HLW/ILW 처분장에 대한 부지선정에 대한 개략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다. 기존 토지 이용 계획 법안의 틀 내에서 ‘부문별 계획(Sectoral plan)’으로 이의 첫 번째인 ‘개념’ 부분은 2008년 4월 2일 스위스 연방 에너지부(SFOE, Swiss Federal Office of Energy)에 의해 승인되었다. 승인된 절차는 3단계(stage) 부지선정 과정으로, 지질학 및 안전과 관련된 일련의 부지선정 기준을 정의하고 토지 이용 및 사회 경제적 측면은 물론 관련 당사자의 각 역할도 다루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Nagra의 책임하에 기술, 과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잠재적으로 선정된 부지에 대한 제안을 당국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었으며, 2022년 9월에 최종적으로 선정된 부지(스위스 북부의 Nordlich Lagern)를 제출(siting proposal)하였다.
1.2 스위스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개념
그림 2의 모식도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다양한 특성을 갖는 방사성폐기물은 다양한 처분장 개념이 허용되며, 이는 지질환경을 포함한 요구되는 방벽의 차이가 있음을 의미한다. 다양한 방사성폐기물의 지층 처분과 관련하여 그림 4와 같이 여러 지층 처분에 대한 개념과 이들을 결합한 혼합 처분의 개념들이 제시되었다.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은 10만 년을,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1백만 년 동안의 안전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혼합 처분은 이들과 같이 다양한 방사성폐기물의 공간적 분리를 통해 폐기물의 관리개념 내 요구사항을 만족하도록 하고 있다. 스위스의 폐기물의 관리개념에는 방사성폐기물의 발생원과 발생량, 적절한 시기에 충분한 용량과 필요한 특성을 갖춘 임시 저장 공간의 활용, 광범위한 폐기물 개념과 경로, 다양한 특성을 갖는 처분시설의 수, 폐기물 인수기준에 따른 폐기물의 특성화, 처리, 포장 등의 문제 등이 포함되어 있다.
Opalinus clay 처분 타당성 프로젝트에 대한 종합안전입증사례(safety case) 중 하나로 처분 관련 원칙이 개발되었으며(Nagra 2002), 설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주요 요소는 다음과 같다.
●다중 수동 안전 방벽(multiple passive safety barriers)
●모니터링되는 장기 지층 처분
●구현 타당성에 대한 확신 제공을 위해 검증된 기술 및 재료
다중 수동 안전 방벽 개념은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개념으로 장기적인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는 적절한 지질학적 환경에서 폐기물 매트릭스, 대규모의 장수명 캐니스터(저장용기), 매우 낮은 투수성의 뒤채움재와 밀봉재, 낮은 투수성과 우수한 지연 특성, 처분장의 안정적인 건설이 가능한 적절한 모암로 구성된다. 그림 5는 스위스에서 기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SF/HLW에 대한 다중방벽 시스템과 그에 대한 구성, 기능을 제시한 것이다.
다양한 안전 기능과 관련한 충분한 성능을 발현하기 위한 개별 방벽에서 기능은 표 1과 같으며, 각 나라마다 채택하고 있는 다중방벽 시스템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기본적으로 유사하다. 스위스의 경우 유리화된(vitrified) 방사성폐기물의 유리(glass) 매트릭스는 사용후핵연료의 매트릭스만큼 수명이 길지 않으며 근거리 환경(한 예로 시멘트질 환경에서 용해 속도 향상)에 더 민감하다. 폐기물 매트릭스를 담는 용기인 강철 캐니스터의 수명은 대체로 만년 정도를 예상하고 있으며, 구리가 포함된 경우 최대 1백만 년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 벤토나이트로 이루어진 완충재는 모암과 캐니스터 사이의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며, 캐니스터에 화학적, 기계적으로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며, 캐니스터의 손상에 의해 누출된 방사성 핵종을 낮은 용해도, 느린 확산 속도, 핵종 흡착 등의 기능을 통해 누출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불투수성의 모암은 누출된 핵종의 느린 확산과 함께 모암에 함유된 점토광물에 의한 핵종 흡착 등의 기능을 통해 생태계까지 확산을 지연시킨다.
개별 방벽 시스템 중 각 나라에서 사용되는 방식에 따라 주요 기능을 담당하는 요소가 달라지는 데, 1)의 폐기물 매트릭스는 기본적으로 폐기물의 부동화 및 제한 기능을 하며 모든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다. 2)에 해당하는 캐니스터는 스웨덴, 핀란드, 미국의 유카마운틴과 같이 특정 재료에 의한 캐니스터의 차폐 기능을 담당한다. 3)은 암염을 모암으로 하는 경우에 해당하며, 독일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4)는 여러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안전 기능으로 지화학적 과정을 통한 누출 방지나 지연 기능을 담당하고 있으며, 5)는 스위스를 포함한 프랑스, 벨기에 등에서 사용하는 불투수성의 모암을 통한 핵종 누출 방지나 지연 기능을 뜻한다.
‘모니터링되는 장기 지층 처분’ 개념의 구현과 관련하여, EKRA(2000)와 원자력법(KEG, 2003)에 이 개념이 제시되었다. 모니터링되는 장기 지층 처분 개념은 본 시설(main facility)과 소규모 시설(pilot facility)로 구성되며, 본 시설은 대부분의 방사성폐기물을 적치시키고 적치된 공간을 뒤채움하고 가능한 빨리 폐쇄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이며, 소규모 시설은 본 시설과 세부 시설들의 배치가 동일하나 소량의 폐기물을 포함하는 시설이다. 소규모 시설에는 방벽 시스템의 예상치 못한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모니터링 장비가 다수 갖추어져 있다. ‘모니터링된 장기 지층 처분’의 개념은 또한 처분장이 최종 폐쇄될 때까지 적치된 폐기물 패키지의 회수가 합리적인 노력으로 수행될 수 있어야 한다.
구현 타당성에 대한 확신 제공을 위해 검증된 기술 및 재료와 관련하여 처분장 건설 시 최적화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게 하도록 재료(대안 평가 포함)와 기술(최적화된 기술의 가용성에 대한 주기적인 검토)에 대한 작업이 계속 수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 스위스 부지선정 절차 - 부문별 계획(Sectoral Plan)
Nagra는 심층 처분장 건설을위한 단계별 추진 계획인 ‘심층처분장을 위한 부문별 계획(Sectoral Plan for Deep GeologicalRepositories)’을 수립하여 2008년에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Nagra는 이 계획에 따라 3단계(stage)로 구성된 부지선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백색 지도(white map)’를 사용하여 부지조사를 시작하였으며, 심층 처분장 건설에 적합한 충분한 체적의 적절한 모암을 포함하는 적절한 부지를 찾기 위한 3단계 계획은 그림 6과 같다. 백색 지도의 의미는 편향된 정보나 의견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백지상태에서 부지선정에 관한 절차를 시작한다는 의미이며, 가장 먼저 우선시 되는 원칙은 안전(safety)이다. 그림 7은 부지선정에 있어 두 기본 원칙인 백색 지도와 안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스위스 부문별 계획의 세 단계가 끝나면 도달할 이정표는 다음과 같다.
●1단계: 지질학적 부지선정 대상 지역(siting region) 선정
●2단계: 잠재 부지선정(및 이에 대한 예비 안전성 분석 시행)
●3단계: 부지선정(철저한 지하 탐사, 종합적인 안전성 분석 및 부지 비교 후)
각 단계가 끝나면 연방 의회는 진행 방법을 결정하고, 스위스 연방 에너지부는 해당 절차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을 진다. 주민과 환경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부문별 계획에 기반을 둔 지역 참여를 통해 초기 단계에서 지역 주민, 지역 사회 및 주변 국가를 참여시켰다. 심층 처분장에 대한 부문별 계획은 스위스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자국 영토 내에서 처리하기 위한 틀을 제공할 것이다.
부문별 계획은 지질학적 부지선정 대상 지역의 선택에 적용되는 안전 및 공학적 타당성과 관련된 기준과 공간 계획, 사회 경제적 요인을 평가하기 위한 기본 절차를 정의하고 있으며, 지질학적 부지선정에서부터 심층 처분장을 위한 부지선정까지 이어지는 절차를 규제하며, 각 단계 이후 지역의 계획 경계를 설정하고 마지막으로 당국에 구속력을 갖는 방식으로 처분장 부지를 설정한다.
부문별 계획 과정은 지층 처분장 부지가 공정하고 투명하며 참여적인 과정의 일부로 평가되고 규정되도록 보장하는 데, 이는 스위스에서 합리적인 기간에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경계 조건을 제공할 것이다. 특히, 부문별 계획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방사성폐기물 관리 분야에서 연방정부의 목표, 원칙 및 절차를 대중에게 알린다.
●관련된 주(canton), 지역 사회(commune) 및 인접 국가와 협력한다.
●폐기물 생산자가 부지를 찾고 지층 처분장을 구현하는 데 있어 안정적이고 안전한 계획 구조를 만든다.
●부지선정 규칙과 다양한 행위자의 책임 및 역량을 처음부터 명확하게 인지한다.
●심층 처분장 부지선정 기준을 정의한다.
●서로 다르고 부분적으로 상충하는 이해관계가 논의되고, 충돌과 잠재적인 해결책이 규정되고, 이에 따라 부지선정 과정이 투명해지도록 보장한다.
●부지선정 지역의 주민들이 적절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그들의 우려 사항이 최대한 고려되도록 보장한다.
●적절한 경우 피해를 본 지역 사회의 처분장 프로젝트와 관련된 예상 개발 및 영향을 고려하여 보상 조치를 마련하고 구현하며 그러한 보상 조치가 투명하게 협상되도록 보장한다.
●다른 토지 이용과 원자력법, 공간 계획법 및 환경 보호법에 명시된 절차 및 요구사항과의 조정을 보장한다.
●원자력법에 따른 일반 허가 절차가 간소화되도록 보장한다.
부지선정의 기준이 되는 부문별 계획의 4개의 부문과 각 부분에서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그림 8). 각각의 기준은 Nagra가 도출한 40개의 척도에 의해 평가된다. 부지선정 과정은 논리적 과정을 통해 대상 지역을 점차 좁히는 방식의 ‘narrowing down’ 과정을 사용하였다(그림 9). 스위스의 부지선정 프로그램은 각각의 처분장에 대한 검토가 병행해서 수행되었다.
방사성폐기물 생산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처분장, 즉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고려해야 한다. 점차 좁히는 방식의 첫 번째 과정은 방사성폐기물을 두 처분장에 할당하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폐기물의 특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방사성 핵종 목록 및 반감기
●안전 관련 핵종의 선택(방사성 독성 평가)
●폐기물량
●재료 특성(폐기물 매트릭스, 용기) 및 모암에 미치는 영향
●발생 열
●잠재적으로 가스를 생성하는 성분(금속, 유기물) 함량
●착화제의 함량
두 번째 과정은 요구사항에 관한 것으로, 할당된 방사성폐기물 목록을 기반으로 폐기물 생산자는 두 가지 처분장 유형에 대한 안전 개념을 설명하고 일반적인 안전 고려 사항을 사용하여 그림 8(우)에 따라 지질학적 방벽에 대한 정량적 및 질적 요구사항과 목표를 제시하고 가능한 한 안전 기준을 정량화해야 한다. 방폐물 생산자는 각 처분장에 대해 다음을 정의하고 설명해야 한다.
●처분장에 대한 방벽 및 안전 개념
●처분장 전체의 안전에 대한 방벽 시스템 내의 다양한 요소의 기여 예상치
●고려되는 기간, 처분장의 크기 및 공간 요구사항 측면에서 모암과 지권(geosphere)에 대한 정량적 요구사항
●모암과 ECZ (effective containment zone)의 심도, 두께, 측면 범위 및 수리전도도와 관련한 정량적 목표
●안전 및 공학적 타당성과 관련된 기타 기준 적용을 위한 정성적 평가 척도(예: 매우 우호적/우호적/덜 우호적). 평가 척도는 일반적인 안전 고려 사항의 결과와 문제의 속성에 대한 경험적 값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정성적 평가 척도 외에도 대상 지역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절차를 설명해야 한다. 이러한 종합적인 평가는 적합성의 정성적 평가 척도(즉, 매우 적합함/적합함/제한적 적합함/덜 적합함)로 제시된다.
그림 10은 첫 번째 과정에서 폐기물 할당과 관련된 폐기물의 특성에 대한 예시를, 그림 11은 두 번째 과정에서 필요한 요구사항의 한 예로서 서로 다른 폐기물 유형을 고려한 균질 다공성 매질에서의 수리전도도로, 폐기물 유형에 따라 요구되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지평가 기준의 적용(그림 8(우)의 기준)은 부지선정 절차의 3번째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구조지질학적 관점에서 적합하고 안전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대규모 단위(unit)를 식별하려면 다음 사항을 고려(및 평가)해야 한다.
●대규모 침식
●장기 안정성: 차등적 움직임, 신기구조(neotectonic) 활동 및 지진
●잠재적인 장기적 변화의 예측 가능성
●대규모의 구조지질학적 복잡성 및 공간 조건의 탐색 가능성
그림 12는 스위스 전체 지역에서의 융기/침식, 그리고 지진 발생 정도를 나타내는 그림으로 스위스의 알프스 지역은 융기가 많이 일어날 뿐 아니라 주변에 지진이 스위스 북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부지평가 기준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의 경우 스위스 전체 지역이 가능성이 있으나, 알프스는 기하학적인 복잡성이 존재하고, 습곡이 발달한 Jura 지역은 상대적으로 적합성이 낮음을 보였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과 관련하여 Mittelland와 동부 Tabular Jura 지역은 가능성이 있으나, 알프스와 습곡이 발달한 지역은 장기적 안정성과 공간 조건 등을 고려하여 배제되었다.
4번째 과정으로 처분장으로 선정되기에 적합한 대규모 단위 내에서 모암과 ECZ를 식별하려면 다음 관점과 기준을 평가해야 한다.
●모암의 공간적 잠재력: 두께, 측면 범위 및 적절한 심도에서의 분포
●유동 및 물질 전달과 관련된 특성: 수리지질학적 방벽 효과
●지구화학적 조건 및 지연 특성
●선호 이동 경로 및 그 특성
●장기관점의 모암 거동: 부지 및 암석 특성의 안정성
●암석역학적 조건 및 특성: 암석 강도, 변형 특성
●구조지질학적 복잡성: 모암 특성의 특성화 용이성 및 공간 조건 탐색 가능성
처분에 적합한 모암을 선정하기에 앞서 총 26개의 모암을 사전에 선정하였다(그림 13(좌)). 이중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에 적합한 모암으로 Opalinus clay를 선정하였고,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의 경우는 Opalinus clay를 포함하여, Brauner Dogger, Effinger Schichten, Marl이 선정되었다. 선정된 모암의 지역적 분포는 그림 13(우)와 같다.
5번째 과정은 적절한 구성을 갖춘 모암과 ECZ를 식별하는 과정으로 다음 기준을 평가해야 한다.
●지역적 구조지질학적 특징을 고려한 심도, 두께 및 측면 범위
●부지에서 예상되는 최대 처분 용량을 기준으로 요구사항과 관련한 잠재적 사용이 가능한 처분량: 공간 요구사항/공간 가용성
●유동과 관련된 수리지질학적 조건 및 특성: 수리지질학적 방벽 효과
●선호 이동 경로 및 그 특성
●침식의 영향: 처분장의 심도, 융기, 대규모 침식, 빙하 세굴
●탐사할 수 있는 천연자원 및 사용에 따른 상충o처분장 건설을 위한 암석역학적 특성 및 조건
●처분 영역 위의 지반공학 및 수리지질학적 조건, 지하 접근 및 배수
●장기 안정성: 지역 규모의 신기구조적인 잠재적 활동 요소(차등적 움직임), 지질학적 역사와 잠재적 장기 기후변화 및 지질학적 변화의 예측 가능성
●구조지질학적 복잡성, 모암 특성의 특성화 용이성, 공간 조건 탐색 가능성
5번째 과정에서 부지선정 대상 지역에서 배제되어야 할 조건으로 지역적 균열 발생 지역, 신기구조 활동 지역, 빙하 침식의 영향을 받는 지역들로서 그림 14와 같이 구분될 수 있다.
또한 적절한 심도를 선택하기 위하여 일반적인 침식이나 빙하에 의한침하, 또는 이 둘이 결합한 침하와 함께 향후 빙하발생 여부에 대한 예측도 고려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3개의 지층 처분장 부지인 Jura Ost, North Lagern, Zurich Nordost에 대한 최적의 부지선정 경계선을 식별하였다(그림 15).
6번째 과정은 지상 시설을 포함하여 기존 설계를 구체화 및 개선하고, 추가 현장 작업과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여러 선택지의 비교를 통해 최종적으로 부지선정 대상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는 지역 사회의 회의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참여할 지역 사회를 식별하는 것으로, 지역 사회에서의 충분한 토론과 잠재적으로 가능한 지상 시설 부지 대상 지역의 탐방 등의 작업이 이루어진다. 지역 사회의 참여 과정을 통해 Nagra가 지정한 부지는 7개로 그림 16과 같다.
선정된 대상 부지에 대해 지정된 매개변수를 포함한 방사선량을 계산한 결과 모든 부지가 허용 범위 안에 포함된 것으로 조사가 되었으며, 13개 기준의 40개 척도로 규정된 기준에 따른 정성적 평가 결과에서도 모든 부지가 적절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부문별 계획에 따른 단계별 부지선정 과정이 진행되어 3년간의 심층 시추조사 작업을 수행하여 확보한 암반 및 지질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스위스 내 3개 지역(Jura Ost, Nordlich Lagern, Zurich Nordost) 중 Nordlich Lagern이 심층 처분장 건설을 위한 최종 후보지로 가장 적합하고 안전하다고 판정하고 당국에 제출하였다.
위와 같이 1단계에서 제안 및 승인된 부지선정 대상 지역 내에서 폐기물 생산자는 안전 및 공학적 타당성뿐만 아니라 공간 계획 및 사회경제적 측면을 고려하여 2단계에서 잠재적 부지를 식별한다. 중간 결과로 부문별 계획에 포함하기 위해 HLW 및 L/ILW에 대해 각각 최소 2개의 부지가 제안되었고. 제안은 두 과정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 과정: 선택한 부지선정 대상 지역에서 부지 식별폐기물 생산자는 먼저 선택한 부지선정 대상 지역 내에서 잠재적인 부지를 식별한다. 관련된 주(canton) 및 지역 사회와 협력하여, 지상 시설과 지하 처분 구역의 위치 및 배치를 위한 제안이 준비되었다.
두 번째 과정: 최소 2개 현장의 비교평가 및 제안
첫 번째 과정에서 식별된 현장에 대해 폐기물 생산자는 정량적 예비 안전성 분석을 수행한다. 계획된 폐기물 목록과 공학적 방벽, 모암 특성을 기반으로 이러한 안전 분석은 다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시스템 전체의 지연 특성(공학적, 지질학적 방벽과 상호 작용) 및 현실적으로 예상되는 누출로 인한 최대 선량
●장기적 안전에 대한 지질학적 방벽의 기여
●방벽 시스템의 장기적인 거동
부문별 계획의 개념적 부분에 따른 기타 안전 기준 및 관점에 대한 정성적 평가 결과와 함께 잠정적 안전 분석 결과는 전체 평가를 통해 HLW 및 L/ILW에 대해 각각 최소 2개 부지를 제안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제안서를 준비할 때 폐기물 생산자는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해당 부지는 HSK(Swiss Federal Nuclear Safety Inspectorate) R-21 선량 보호 목표인 0.1mSv/년을 충족해야 합니다.
●예비 안전성 분석을 기반으로 다른 부지보다 확실히 덜 적합하다고 평가되면 어떤 부지도 예비 결과로 제안될 수 없다. 부지 평가와 비교는 표준화된 절차를 따라야 한다.
●사회경제적 측면은 안전 관점에서 부지를 비교할 수 있는 경우에만 결정적일 수 있다.
폐기물 생산자는 보고서에 2단계의 절차와 결과를 문서화하고 최소 두 곳의 부지 선택에 대한 타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3단계 부지선정에 있어, 폐기물 생산자는 예비 결과로 부문별 계획에 통합된 부지 중에서 처분장 건설을 위한 부지를 선정해야 한다. 선정과 선정된 결과가 정당화되려면 서로 다른 부지에 대한 지식 수준이 비교를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추가로 지질학적 조사를 수행해야 한다. 부문별 계획의 개념 부분에 따른 추가적 관점의 평가와 함께 3단계 결과는 부지선정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로 이어진다.
선정한 부지에 대해 폐기물 생산자는 일반 허가 신청에 필요한 자료와 보고서를 준비해야 한다. 부지의 적합성은 지질학적 조사를 통해 확인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부지선정 시 아직 실시되지 않았으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원자력 조례 62조에 따라 신청자는 허가 신청을 뒷받침하는 서류 외에 다음 정보가 포함된 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계획된 처분장의 안전성 관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부지선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특성에 대한 평가
●비용
일반 허가 신청에 필요한 지원 서류는 조례에 제시되어 있으며, 중요한 요소는 폐쇄 후 처분장 장기적인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그림 17은 스위스의 부지선정과 처분에 관련된 전반적인 프로그램 시간표로서 2024년인 올해 일반 허가 신청 서류를 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건설 및 운영 허가 등의 작업이 장시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3. 맺으며 - 다음 호와 연계하여
이번 호는 스위스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선정 사례에 대한 첫 번째 소개 글로서 스위스의 원자력 산업 현황, 핀란드나 스웨덴과는 다른 스위스의 처분 개념과 방식, 그리고 단계별 접근법 중 하나로 스위스에서 채택하고 있는 ‘부문별 계획(sectoral plan)’에 대하여 소개하였다.
스위스 역시 다른 선진 외국과 같이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관리하는 전담 기구로 Nagra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Nagra는 심층 처분장 부지선정과 관련하여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에 대한 안전 및 기술적 타당성을 기반으로 2008년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에 대해 3개의 지층처분 부지선정 대상 지역을 제안하였고 이후 당국의 승인과 2단계와 3단계의 부지선정 절차를 통해 2022년 9월에 N¨ordlich L¨agern 지역을 최종 부지로 선정하여 제출한 상태이다. 앞으로 일반 허가, 건설 허가, 운영 허가 등을 거쳐 2050년경에 처분장을 운영할 계획에 있어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하기에 적합한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다.
다음 호에서는 부지조사와 부지특성화에 대해 상세한 소개와 함께 Nordlich Lagern 지역이 다른 두 개의 후보 부지에 비해 최적으로 평가된 사유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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