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와 이과수 폭포,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 사막 등 ‘남미’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관광지 말고도 남미 여행 중 반드시 들러야할 곳을 꼽는다면 칠레의 아타카마를 추천한다. 아타카마? 남미를잘 모르는 이라면 다소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드라마《별에서 온 그대》에서 외계인으로 나온 도민준이 지구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라고 소개한 곳이라고 하면 알려나?


천국이 아닐까 싶은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 호수를 벗어나자 거대한 황토색 불모지가 펼쳐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메마른 황야를 벗어나기 위해 2박 3일을 내리 달려 도착한 곳이 바로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아르마스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30분이면 다 둘러볼 수 있는 이 작은 마을의 삶과 시간은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에 의해 흘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곳이 바로 아타카마 사막과 고원을 둘러볼 수 있는 다양한 투어의 베이스캠프이기 때문. 우리 역시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여행사부터 찾아 들어가 달의 계곡과 사해 투어를 신청했고, 다행히 오후에 바로 출발하는 달의 계곡 투어 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칠레의 최북단에 위치한 사막, 아타카마. 해발 2000m가 넘는 지형에 위치한 이 사막은 인류가 측정한 이래 한 번도 비가 내리지 않은 곳이 있을 정도로 건조한 땅이라 했다. ‘달의 계곡’이라는 멋진 지명에 약간의 기대감은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황량한 사막에 뭐 볼 게 있겠나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스무 명 정도 탈 수 있는 작은 버스에 올랐다. 1시간, 아니 30분 남짓이나 달렸을까?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볼리비아에서 국경을 넘어 칠레까지 꼬박 2박 3일을 달려온 뒤 곧바로 이 투어에 오른 참이라, 버스에 오르자마자 깊은 잠이 들었나 보다. 함께한 일행이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떠 보니 이곳은 달, 가 본 적은 없지만 확실히 달의 표면 위였다. 두 눈을 비비고 다시 한 번 발 아래 펼쳐진 세상을 내려다 보았지만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비몽사몽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귓가에 가느다란 가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발 아래 펼쳐진 붉은 대지 위 희끗희끗 서리가 내린 듯 덮여 있는 하얀 결정체는 소금이라고 했다. 소금은 바다에서 나는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흙 위의 소금이라니! 직접 보지 않으면 믿지 못할 세상, 믿을 수 없는 풍경 속에서 우리는 중대한 임무를 부여 받은 탐사 대원이 된 것처럼, 때론 대지와 아주 가까이에서 때론 절대자가 내려다 보듯 달의 계곡을 탐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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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일정은 아타카마의 대표 투어 중 또 다른 하나인 사해 투어. 사해라면 이스라엘이 유명하지만 이곳 아타카마에도 있다는 사실! 평범한 호수 같아 보이지만 풍덩 달려들어가니 몸이 붕붕 뜨는 게 처음 겪어보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물 속에 누워 하늘도 보고, 책도 보고, 자전거 타듯 달리기도 해보고…. 그렇게 실컷 놀다 보니 어느 새 해질 녘이 되었고, 버스는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절벽 위 선셋 스팟으로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붉은 땅이 더욱 붉어지는 시간, 여행사에서 마련해준 간이 테이블 위에 놓인 것은 몇 가지 종류의 칵테일들과 간단한 다과. 이성적으로 떠올려보면 이는 매우 보잘 것 없는 칵테일 한 잔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날의 붉은 사막 위 아름다운 석양과 내 손 안의 칵테일 한 잔은 매우 소중한 의미로 남았다. 사막 속에서도 꽃은 피어나듯 팍팍한 삶 중에도 촉촉한 낭만을 잃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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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철과 정민아 부부는

결혼 자금으로 414일간 세계 여행을 다녀온 후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함께, 다시, 유럽』 을 출간했다. 이후 남편은 여행 작가와 사진 작가로 활발한 강연 활동을, 아내는 여행기자와 웹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딸과 함께 떠나는 가족 세계 여행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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