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놀이터 가고 싶어!”, “친구네 놀러 가고 싶어!”, “바다도 보러 가고 싶어!!!”


주말이면 늘 산으로, 강으로 놀러다니던 우리 가족.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집에서만 노는 게 답답했던지 연신 나갈 궁리만 하던 아이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이내 중얼거렸다. “코로나 때문에... 안 되겠지?” 세상이 원래 이랬다는 듯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아이의 모습이 애처롭다. 넘어져 피가 나면 반창고를 붙여주고, 기침, 콧물이 시작되면 감기약을 먹일텐데..., 뭉그러진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듬어 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길로 집을 벗어나 이천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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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도자예술마을, 藝's Park


예스파크의 정확한 명칭은 藝's Park. 이천을 대표하는 도자를 비롯해 조각, 회화, 공예, 사진, 음악 등을 작업하는 다수의 예술가들이 모여 만들어진 기획 마을이다. 약 40만m2(12만여 평)의 연면적 에 가마 마을, 사부작 마을, 회랑 마을, 별 마을 등 4개의 작은 마을 외 별도의 카페 거리로 구성돼 있다.


2010년, 이천은 유네스코 창의도시 ‘공예와 민속 예술’ 분야로 선정됐고, 이후 전통과 창의를 넘어 글로벌한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일환으로 2018년 4월에 이곳 예스파크가 개촌했다. 개촌 시기를 굳이 밝힌 이유는 아직 만 3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활성화 면에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되는 곳임엔 틀림없다.


너른 대지 위에 200여 개의 공방이 가득하다. 이럴 경우 보통은 발길 닿는대로 혹은 마음 가는대로 둘러볼 것을 권하지만 예스파크에 대해서 만큼은 먼저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러 충분한 정보를 얻을 것을 추천한다. 아직 대표 홈페이지가 없어 온라인으로 상세한 정보 찾기가 어려울 뿐더러 공방 오픈 여부도 개별적으로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순 방문이 아닌 체험을 원할 경우 공방으로 미리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개중 필자가 다녀온 세 곳을 간단히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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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정화되다, ‘카페 오르골’


카페 문을 열자마자 먼저 환호성을 지른 건 아이였던가, 나였던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크고 작은 수십 개의 오르골이 질서정연하게 진열된 모습에서 한 번, 다양한 오르골을 조심스레 돌려가면서 또 한 번.... 사르르 마음이 녹아내렸다. 바이러스 가득한 세상에서 벗어나 맑고 청아한 오르골 세상이 꽤나 만족스럽다.


직접 음악을 고르고, 원하는 대로 마음껏 꾸밀 수 있다는 말에 아이는 모든 곡들을 찬찬히 들어본 후 ‘렛잇고’와 ‘언더 더 씨’를 제치고 BTS의 ‘봄날’을 택했다. 네가 고른 그 곡의 제목이 ‘봄날’이란 사실을 알려주자 아이의 얼굴에도 봄 같은 미소가 떠올랐다. 아이는 봄이 되어 나무에 물을 주러 가는 소녀를 상상하며 오르골을 꾸몄다. 작은 두 손에 봄 같은 희망을 움켜잡고 우리는 다음 공방으로...

(홈페이지 : https://orgelscop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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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듯 새로운 ‘갤러리 더 화’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당나귀 조각상 때문인지 유독 눈에 띄는 갤러리 더 화. 예스파크 내 회랑 마을에 위치해 있다. 갤러리에 들어서자 작품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아우라. 살포시 아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눈으로만 보고 마음으로 감상하기!”


작품에서 왠지 모를 독특함이 느껴진다 했는데, 갤러리 내 작품은 모두 우리나라 최초로 도자와 회화를 접목하여 새로운 표현법을 모색한 김순식 작가의 작품이었다. 즉, 이곳 갤러리 더 화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말씀! 규모가 큰 그림 외에도 시계, 그릇, 머그컵 등 생활 자기로도 제작되어 있어 갤러리를 감상하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홈페이지 : www.gallerythehwa.com)





마음을 어루만지다, ‘옻칠아트 MO’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옻칠아트 MO’. 공방에 들어서니 나무와 옻칠향이 가득하다. 예스파크의 장점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예술 분야에 대한 접근이 보다 쉽다는 데 있다. 단어는 알지만 실제로는 안다고 할 수 없었던 ‘옻칠’. 옛것이라고만 여겼던 옻칠의 아름다움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조만간 일반인들도 직접 옻칠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준비 중이라는 작가의 목소리에서 옻에 대한 애정과 열정, 희망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느껴졌다(안타까움은 현 상황에 대한). 하루 빨리 그날이 왔으면. 시대가 시대인 만큼, 옛 것에서 느껴지는 향수가 이렇게 그리울 줄이야!



짧은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를 위해 콧바람이나 쐬볼까 하고 가볍게 떠난 이번 일정. 다 안다고 생각했던 이천, 가깝다고 들여다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이천을 재발견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 안다고 생각했던 내 마음, 내 속에 있다 하여 찬찬히 들여다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내 마음과도 같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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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철과 정민아 부부는 


결혼 자금으로 414일간 세계 여행을 다녀온 후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함께, 다시, 유럽』을 출간했다. 이후 남편은 여행 작가와 사진 작가로 활발한 강연 활동을, 아내는 여행 기자와 웹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6살 딸과 함께 두 번째 세계 여행을 준비하던 중 팬데믹으로 인해 취소. 현재 캠핑카로 전국을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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