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앞서 간단히 필자를 소개한다. 현재 7살 아이를 둔 필자의 가족은 2012년에 다녀온 414일간의 신혼 여행에 이어, 2020년에 캠핑카를 타고 두 번째 세계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이는 무산되었고, 지난 가을부터 캠핑카로 전국을 돌고 있다. 유명 관광지나 맛집, 사람이 붐비는 지역은 피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한적한 자연 속에서 오롯이 세 식구만이 함께한다.
그러던 중 “바다는 보통 잘 안 얼지 않나?”로 시작된 부부의 공방 때문에 알게된 SNS의 명소 ‘동막 해수욕장’. 여름엔 평범한 한 해수욕장이 매년 겨울이 되면 보기 드문 풍경이 펼쳐지는 이색 여행지로 변한다는 정보를 입수 후 캠핑카를 타고 곧바로 동막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 동막리, ‘동막 해수욕장’
인천시 강화군에 위치한 동막 해수욕장. 해수욕장은 폭 10m, 길이 200m에 이르는 해변으로 강화에서 가장 큰 모래톱을 자랑하며,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꼽힐 만큼 갯벌 체험을 하기에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 두산백과)
해수욕장이니만큼 여름에 제격인 여행지가 아니겠냐는 의문이 들겠지만 이곳을 반드시 겨울에 방문 해야하는 이유가 있는데, 바로 ‘얼음 바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동막 해수욕장에서 2박 3일을 머물렀다. 이 기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여행객이 꽤나 많았는데, 해수욕장으로 들어서며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참 한결 같았다. “바다가 얼은 거 본 적 있어? 와! 진짜 신기하지?” 부모의 물음 혹은 설명에 아이들은 고개만 갸우뚱y. 바닷물이 어는 게 왜 신기한 건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물론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는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산 교육이겠지만, 위 말을 건넨 대부분의 아이들은 미취학이었다).
바닷물의 어는 점은 몇 도일까?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얼음 놀이터. 어른들에게는 봐도 봐도 신기한 풍경. 필자 역시 궁금해서 좀 알아보았다. 순수한 물이 어는 점은 0℃. 그렇다면 바닷물이 어는 점은 몇 도일까? 바닷물이 어는 점은 -1.91℃란다. 예상 했던 것보다 그리 낮은 온도는 아닌 듯...
보통 겨울이 되면 영하의 날씨로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가 잘 얼지 않는 이유는 바닷물 전체가 -1.91℃ 이하로 떨어지기에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닷물이 다 얼기 전에 따뜻한 봄이 돼 버리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끊임 없이 파도가 출렁이기 때문에 액체가 고체로 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강화에 위치한 동막 해수욕장의 경우 우리나라의 북쪽이기도 하고, 갯벌이기 때문에 바닷물이 얕고 파도가 세지 않다는 조건이 부합해서 얼 확률이 높아진다.
10분이면 둘러볼 여행지에서 2박 3일을 머무른 이유
사실 겨울 바다는 10분, 넉넉히 잡아도 1시간이면 그 낭만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필자의 가족은 동막 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캠핑카에서 2박 3일을 머물렀다. 그간 필자도 살면서 밀물이 썰물로 바뀌는 모습, 썰물이 밀물로 바뀌는 모습을 한 자리에서 가만히 서서 지켜본 적이 없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캠핑카 속에서 갯벌이 얼음 바다로 변하는 모습, 언 바다가 다시 뻘로 바뀌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또한, 아이가 오랜 시간을 두고 자연의 변화를 직접 눈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는 점도 좋았고. 첫 날엔 언 바다 위 걷는 걸 다소 두려워 하던 아이였지만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좀 더 먼 바다까지 뛰어다니며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모습 또한 2박 3일을 지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글을 마치며… 동막 해수욕장의 얼음 바다를 보기 위해서는 사전에 찾아보면 좋을 정보를 전한다. 바로 물때표. 갯벌이기 때문에 하루에 만조가 2번, 간조가 2번 있다. 만조일 때 들어온 밀물이 간조가 되면서 갯벌 위 남아 있는 물이 어는 것이기 때문에 이 물ㄸㅒ를 잘 알아보고 가는 게 좋다.
오재철과 정민아 부부는
결혼 자금으로 414일간 세계 여행을 다녀온 후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함께, 다시, 유럽』을 출간했다. 이후 남편은 여행 작가와 사진 작가로 활발한 강연 활동을, 아내는 여행 기자와 웹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세상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딸, 란이와 두 번째 세계 여행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