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숲 속에는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거인들이 살고 있다. 바로, 덴마크의 환경 예술가인 토마스 담보(Thomas Dambo)가 폐목재나 돌 등과 같이 자연의 재료로 만들어낸 특별한 트롤 조각들이다. 이 트롤들은 덴마크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데,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코펜하겐 근교의 트롤들을 찾아 나서는 모험을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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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트롤과의 첫 만남

여정은 코펜하겐 근교의 한적한 숲에서 시작됐다. 구글 맵을 통해 우연히 발견한 정보로, 트롤 헌팅에 나선 것이다. 그 여정에서 처음 만난 트롤은 ‘비야르케 서클스텐(Bjarke Cirkelsten)’. 아이와 내가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손 위에 돌무더기를 올려린 거대한 트롤은 마치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듯 자연스럽게 숲과 어우러져 있었다. 

우리가 마주한 트롤은 단순한 조각이 아니었다. 숲 속 나무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자리한 모습은 뭐랄까? ‘숲의 수호자’처럼 느껴졌다. 트롤과의 첫 만남에서 그들이 단순 조각상이 아닌, 숲의 일부로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는 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고요한 휴식의 순간: 잠든 트롤과 마주하다

두 번째로 만난 트롤, ‘슬리핑 루이스(Sleeping Louis)’다. 슬리핑 루이스는 자연 속에서 깊이 잠들어 있는 거인처럼 보였다. 그의 거대한 몸체는 오랜 세월 그곳에서 잠들어 있었던 듯한 고요함을 풍겼다. 루이스는 그 자체로 평온함을 상징하는 존재였고, 우리 역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했다.

아이는 슬리핑 루이스의 얼굴을 조심스레 만지며 트롤이 깨어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고, 그 상상 속에서 조각은 더없이 생동감 있게 다가왔다. 

자연 속에 꽁꽁 숨겨진 트롤을 찾는 과정은 마치 ‘보물찾기’ 같았다. 아이는 앞장서서 지도(QR 코드를 이용한 온라인 지도)를 이용해 트롤을 찾아 나섰고, 우리 부부는 아이를 따라 걸으며 트롤과 마주할 순간을 기대했다. 자연 속에서 느끼는 평온함과,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트롤에 대한 설렘이 교차하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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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낚시 트롤은 아이들의 놀이터!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낚시하는 트롤 ‘트롤덴 룬데 리에(Trolden Runde Rie)’였다. 그는 호숫가에 자리 잡고 앉아 있었고, 그의 주변은 온통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동네 아이들이 트롤이 잡고 있는 낚시줄을 이용해 물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고, 우리 아이도 용감하게 첫 다이빙에 도전했다. 우리 부부는 아이와 함께 물놀이를 즐기며 함께 행복하고 따사로운 오후를 보냈다. 즉흥적인 물놀이였지만, 그날의 시간은 우리 가족에게 평생 남을 소중한 추억을 안겨주었다.


덴마크의 자연 속에서 만난 다양한 트롤들

이번 여정 중 우리는 다양한 트롤들과 마주했다. 다리 아래 숨어 다리를 지키는 트롤 ‘오스카 언더 더 브릿지(Oscar Under The Bridge)’, 바다를 지키는 트롤, ‘캡틴 날레(Kaptajn Nalle)’, 그리고 강가 근처 나무 사이에 숨어 있는 작은 몸집의 리틀 틸데(Little Tilde)와 숲 속 집을 고치는 트롤 ‘한스 훌레한드(Hans Hulehand)’까지 만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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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트롤 헌팅 여행은 단순히 조각상만을 감상하는 여정이 아니었다. 트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과 깊이 교감하며, 가족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각각의 트롤은 자연 속에서 독특한 개성과 존재감을 발휘했고, 그들이 자리한 숲과 공원은 마치 하나의 큰 무대처럼 우리를 감싸주었다. 숲 속에서 만난 트롤들은 우리가 잠시 멈춰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평온함을 찾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들이었다. 트롤들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통해 우리 역시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과 함께한 이 특별한 경험은 우리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모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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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철과 정민아 부부는

결혼 자금으로 414일간 세계 여행을 다녀온 후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함께, 다시, 유럽』 을 출간했다. 이후 남편은 여행 작가와 사진 작가로 활발한 강연 활동을, 아내는 여행기자와 웹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딸과 함께 떠나는 가족 세계 여행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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