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이 처음이라면 파리의 에펠탑 앞에서 찍는 기념 사진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여행 좀 해 본, 적어도 두어 번 이상 방문해 보았다면 아를, 생 말로, 콜마르 등 그곳이 어디든 파리를 벗어나 반짝이는 소도시에 더 큰 관심을 보일 것이다. ‘파리를 떠나면 비로소 보이는 진짜 프랑스 여행’, 언젠가 필자 본인이 썼던 여행기의 제목이다. 여행 초보는 유명한 랜드마크를 쫓기 마련이지만 여행 고수는 남들 다 가는 곳은 피하고 본다.


떠남이 조심스러운 요즘, 989.44㎢의 면적에 인구 5만여 명이 살고 있는 소도시 울진으로 향했다. 전국 80여개 군(郡) 가운데 고속도로도 철도도 없는 유일한 군으로 자동차를 타고 4시간 여를 꼬박 달려 백두대간을 넘은 후에야 도착할 수 있다. 지명을 모르진 않지만 결코 잘 안다고도 할 수 없는 지역, 경북 울진. 울진은 현재 행정구역상 경상북도에 속해 있다. 하지만 원래 강원도에 속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963년, 강원도 소속이었던 울진군이 경상북도로 편입되었다. 결코 쉽게 다가갈 수 없기에 더 아름답고 애틋한 여행지 울진으로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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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과학관


지난 해 7월 31일, 울진에 국립해양과학관이 개관했다. 메인 슬로건은 ‘One ocean, One Planet : 바다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바다는 지구를 하나로 연결한다.’ 팸플릿에서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울진을 시작으로 전세계 어디로든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에 괜시리 가슴이 두근거렸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한다면 반드시 다녀올 곳으로 추천한다. 하나로 흐르는 바다, 다양한 생명체의 바다, 미지의 바다와 도전하는 인류 등 10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바다에 관한 지식과 체험을 경험할 수 있어 매우 유익하기 때문이다. 인류는 아직도 해양 자원을 20% 밖에 모른다고 하니, 바다는 정말 어마어마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미취학 아동과 함께 다녀온 필자의 경우,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체험 시설이 꽤 많았지만 사실 본인이 더 신났고, 본인이 더 많이 깨닫고 돌아온 하루였다. 해양쓰레기 많은 순서로 7위가 빨대라는 사실을 알고, 국립해양과학관에 다녀온 후로 빨대 사용을 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또한, 국립해양과학관의 자랑인 해중전망대에도 주목하자. 해중전망대는 ‘찐-‘ 리얼 동해 바다의 바닷속 풍경을 볼 수 있다. 393m에 달하는 해상 다리 위 바다를 가로질러 계단을 내려가면 수심 6m 아래 동해 바다 속이 펼쳐진다. 사육이 아니라 진짜 바닷속이라 물고기가 많은 날도 있고 적은 날도 있고, 시야가 좋은 날도 있고 안 좋은 날도 있다하니, 말 그대로 리얼 동해. (단, 해상 상황과 코로나 상황에 따라 해중전망대 입장이 불가할 수 있으니 미리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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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왕피천케이블카


동해 일출 1번지인 울진에 케이블카가 오픈했다. 이 또한 2020년 7월 1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엑스포공원에서 망양정을 거쳐 해맞이 공원까지 왕복 1,430m의 노선으로 왕피천과 망양 바다가 합쳐지는 곳에 위치해 있어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다. 특히,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 캐빈’을 이용 시 왕피천으로 회귀하는 은어와 연어를 볼 수 있다 하니 그 또한 기대가 크다. (연어떼의 회귀는 10월에 볼 수 있다고 한다.)


엑스포공원에서 해맞이 공원까지는 편도로 6분 정도 걸리고, 해맞이공원 하차장에 내려 망양정까지는 약 5~10분, 망양정을 지나 풍경소리 산책로를 따라 유유자적 5~10분 가량 걸으면 다시 해맞이 정류장이 나오기 때문에 아이들과 혹은 연인과 산책하기에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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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 만화/매화 벽화거리 남벌기차 카페


마지막은 울진 이현세 만화거리 혹은 매화 벽화거리라 불리는 곳이다. 마을 전체가 마치 커다란 전시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전국에 있는 많은 벽화 거리를 가 봤지만 이현세 만화 거리의 벽화 퀄리티는 돋보적으로 좋다.


그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곳은 이현세 만화 거리 내 자리잡은 남벌 기차 카페. 이 카페는 지난해 5월 문을 연 나름의 신상 카페다. 앞서 언급했듯 울진은 아직 기차역이 없는 곳이기에 울진에 자리잡은 카페 기차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소문나기 전에, 더 알려지기 전에 올해 휴가는 울진으로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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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철과 정민아 부부는 


결혼 자금으로 414일간 세계 여행을 다녀온 후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함께, 다시, 유럽』을 출간했다. 이후 남편은 여행 작가와 사진 작가로 활발한 강연 활동을, 아내는 여행 기자와 웹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6살 딸과 함께 두 번째 세계 여행을 준비하던 중 팬데믹으로 인해 취소. 현재 캠핑카로 전국을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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