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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 공주의 이름이 단짝 친구처럼 익숙하다면,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투명한 얼음 성에서 아침을 맞이하길 꿈꾸어 봤다면, 캐나다 에드먼튼의 ‘아이스 캐슬Ice Castle’은 당신을 위한 왕국이 되어줄지도 모른다.여름에는 시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하는 호렐락 공원(William Hawrelak Park)은 겨울이 되면 12,500톤에 달하는 어마무시한 얼음들로 만들어진 얼음 나라를 품에 안는다. ‘Ice Castle’이라 불리는 이 얼음 축제는 오직 얼음으로만 만들어진 하나의 나라다. 단순히 ‘성’이라고 불리기에는 크기와 다양성이 굉장히 다채로워서 얼음 왕국이란 말이 더 어울린다.


방문 전 방한 장갑, 부츠 등 월동 장비들을 단단히 챙겨 입고 가야 한다. 이곳에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이 얼음으로 되어 있으니까. 얼음 성에 들어가면 한쪽에 얼음으로 만들어진 왕좌가 놓여 있다. 왕과 왕비가 되어 인증샷 하나 정도는 남긴 후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얼음으로 만들어진 엄청난 세계가 펼쳐진다.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떠 있는 얼음 징검다리 밑으로 지나칠 때면 방문객들을 향해 그 끝을 겨누고 있는,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것 같은 수많은 고드름들에 오싹해지기도 한다.


아이들은 어느새 얼음 동굴을 지나 저 멀리로 뛰어간다. 그들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얼음으로 만들어진 미끄럼틀. 어색하지만 아이들을 따라 줄을 서본다. 하지만 미끄럼틀에 줄을 선 어른은 나 혼자만이 아니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어른들의 입가에는 살을 에는 찬바람과는 어울리지 않는 환한 미소가 한가득이다. 모두가 얼음 성에 들어선 순간부터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그러고 보니 유모차가 하나도 보이지않는다. 그 대신 곳곳을 누비는 작은 썰매들. 썰매는 아이들을 운송하는 가장 완벽한 교통수단이다. 적어도 이 얼음나라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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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얼마나 뛰어 놀았을까?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면서 흘렸던 땀이 식을 무렵 하늘이 검게 물들어간다.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얼음 성들이 형형색색의 옷들로 갈아입기 시작하는 시간. 얼음 내부에서 새어 나오는 붉고 파란 빛들은 심장박동처럼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 이리저리 춤을 춘다. 아이들과 손을 잡은 가족들은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기록하기 위해 저마다 카메라를 꺼내 든다. 가족이, 얼음이, 밤하늘이 모두가 하나가 되는 시간이다.캐나다의 작은 도시 애드먼튼은 그렇게 매년 겨울마다 마법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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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철과 정민아 부부는

결혼 자금으로 414일간 세계 여행을 다녀온 후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함께, 다시, 유럽』 을 출간했다. 이후 남편은 여행 작가와 사진 작가로 활발한 강연 활동을, 아내는 여행기자와 웹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딸과 함께 떠나는 가족 세계 여행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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