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의 버킷 리스트에 단골로 등장하는 항목, ‘오로라 관측하기’다. 필자 역시 죽기 전 꼭 한 번은 밤하늘의 별을 품고 휘영청 춤을 추는 오로라와 마주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평생 못 이룰 꿈 같지만 한편으론 마음만 먹으면 의외로 쉽게 이룰 수 있는 항목이기도 하다.


몇 해 전, 필자는 오로라를 만나기 위해 옐로나이프로 향했다. 늘 그랬듯 이번 여행도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시작한다. 물론 인터넷에서 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지만 현지인이 알려주는 더 다양한 정보, 더 확실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각 도시의 인포메이션 센터만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시내 끝자락에 위치한 따뜻하고 아늑한 옐로나이프의 인포메이션 센터는 우릴 반갑게 맞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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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나이프에서 오로라를 관측하는 방법은 다양했다.


첫째, 시내에서 차로 25분 거리에 위치한 오로라 빌리지에서 관측하기. 미리 예약을 하면 시내의 호텔로 직접 데리러 오는 픽업 버스가 운행된다. 오로라 관측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이 빌리지 내부에는 10여 개의 티피가 있다. 티피란 캐나다 북부에 살던 원주민들의 원뿔형 전통 천막이다. 내부에 따뜻한 난로, 안락한 테이블과 의자, 간단한 다과와 차 등이 마련되어 있어 오로라의 출현을 기다리며 이겨내야 하는 극지방의 추위에 비교적 쉽게 맞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 오로라 헌팅이다. 숙련된 현지인 가이드를 따라 날씨별, 시간대별로 오로라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으로 미니 버스를 타고 오로라를 직접 찾으러 다니는 방법이다. 한 곳에서 오로라를 기다려야 하는 오로라 빌리지 보다 다이나믹한 모험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오로라가 출현할 때까지 차량 내에서 대기하며 기다릴 수는 있지만 잦은 이동과 차량을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에 빌리지에서 관측하는 것보다 체력적으로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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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째는 여행자 본인이 직접 렌터카를 타고 오로라가 출현하는 지역을 찾아 나서는 방법이다. 옐로나이프의 지리를 잘 모르거나 오로라 관측 지수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도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리 추천하지는 않지만 비용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의 경우 이 방법들을 모두 시도해 보았다. 세 번째의 방법의 경우, 초반에 우연히 오로라 헌팅 투어 차량을 만날 수 있었기에 결과적으로 매우 강도 높은 오로라를 만날 수 있었다. 비록 눈치는 보였지만 열심히 헌팅 차량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며 얻게된 결과. (사실 양해를 구하고 뒤쫓았다.)


넷째,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는 곳으로 숙소를 잡는다. 따뜻한 곳에서 오로라를 기다릴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대부분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숙소는 비싼 편이고,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오로라를 기다리는 동안 쏟아지는 졸음을 참는 게 더 곤혹스러울지도.


아쉽게 숙소에서는 오로라를 보지 못했지만 오로라 빌리지와 헌팅 투어, 렌터카를 이용해 옐로나이프 곳곳에서 마주한 오로라는 매우 자유분방했다. 참으로 경이로웠다. 언제 어느 순간, 어디에서 나타날지 인간은 알 수 없다. 예정된 것도,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그저 신의 마음 가는 대로 나타났다 사라지기 때문에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누군가에게는 그 기다림이 아주 짧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조금 길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건 오로라를 보는 순간 신기하리만치 모든 것이 괜찮아진다는 사실. 꽁꽁 언 손과 발도, 기다림에 지친 마음도 눈 녹듯 사라진다. 희미하게 시작된 오로라가 차디차고 쓸쓸한 거대한 밤하늘을 순식간에 뒤덮는다. 녹색, 보라색, 핑크색 등이 혼합된 거대한 커튼이 되어 찬란하게 휘날린다. 어느 순간 휙 사라지는가 싶더니 반대편 하늘에서 다시 소생한다. 신의 영혼, 마법 같은 대자연을 마주하며 그 위대함 앞에서 나는 고작 작은 점 하나임을 깨닫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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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나이프로의 여행이 반드시 오로라 여행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로라 관측 외에도 낮 동안 이곳, 옐로나이프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액티비티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옐로나이프의 아름다운 설경을 두 눈에 담을 수 있는 특별한 방법 두 가지. 바로 ‘개썰매 타기’와 ‘스노우 슈잉’이다. 오로라 관측하기에서 첫 번째로 소개한 오로라 빌리지를 다시 한 번 찾았다. 밤에는 그토록 범접하기 힘든, 쓸쓸하고도 낯선 신비로움을 자아내던 오로라 빌리지. 낮의 그곳은 맑고 순수한 어린 아이같이 새하얗게 웃고 있었다.


썰매를 타기 전, 힘 쎄고 질주 본능 강한 썰매견인 시베리안 허스키들의 사육장이 눈에 띄었다. 좁은 공간에 갇힌 개들이 불쌍하게 느껴졌지만 이내 눈을 반짝이며 에너지 넘치게 설원을 달리는 개들을 보니 이것이 바로 아극지방을 살아가는 유목민들이 삶의 방식이구나 싶었다.

다음은 스노우 슈잉, 테니스 라켓처럼 생긴 전통 눈신을 신고, 호숫가 주변 나무 숲 사이로 모험을 떠난다. 스키나 스노우보드에 비해 생소하지만 이는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나니아 연대기의 장롱 문을 열고 겨울 나라로 들어온 것 같기도 했다. 운이 좋으면 무스나 바이즌 등의 야생 동물을 직접 만날 수도 있다. 눈신을 신으면 눈이 발에 빠지지 않기 때문에 생각보다 발은 시렵지 않다. 


온몸으로 찬바람을 맞으며 쾌감과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개썰매 체험과 고요한 숲을 정적으로 걸으며 들리는 것은 사각거리는 발걸음 소리뿐인 스노우 슈잉, 그리고 옐로나이프에 머문 나흘 중 사흘을 볼 수 있었던 오로라까지 어느 것하나 빼놓을 수 없는 옐로나이프에서만의 값진 경험, 인생 최고의 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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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속 여행지 캐나다, 옐로나이프

오로라는 북극과 남극에서 모두 볼 수 있지만, 북위 60~80도 사이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일년 내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60~70도 지역을 오발(oval)이라고 하는데, 옐로우나이프가 딱 북위 62도에 해당한다. 옐로우나이프에서 겨울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적합한 시기는 11월에서 4월까지다. 이때 옐로우나이프에 사흘을 머물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은 95%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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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철과 정민아 부부는 


결혼 자금으로 414일간 세계 여행을 다녀온 후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함께, 다시, 유럽』을 출간했다. 이후 남편은 여행 작가와 사진 작가로 활발한 강연 활동을, 아내는 여행 기자와 웹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세상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딸, 란이와 두 번째 세계 여행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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