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

권 태 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t.kwon@kaist.ac.kr)





1. 쓰라린 첫 강의 경험


2011년 9월 나는 Washington State University 토목환경공학과에서 처음강의를 시작하였다. 첫 과목은“Introduction to Geotechnical Engineering”, 토목환경공학과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과목은 토질역학1과 동일한 내용을 습득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처음으로 하는 강의, 게다가 영어로 실전에 들어서니, 그 압박감에 식은 땀이 흐르던 불편한 기억이 떠오른다. 나름 준비를 열심히 해서 갔지만 학기가 끝나고 받은 강의평가는 처참했다. 강의평가 5.0만점에 2점대로 학과 평균에서 크게 못미치는 결과였다. 기말고사에서 난이도 조절에 실패를 했던 모양인지 기말고사 답지를 제출하면서 내 눈을 보면서, “This is NOT FAIR.” 라고 또박또박 혼내던 여학생도 생각난다.



alt


2012년 1월 두번째 학기에도 같은 과목을 가르쳤다. 조금은 나아졌으리라 생각했지만, 여전 했던 모양이다. 몇몇 학생들은 중간고사 후에 학과장에게 클레임을 걸었던 지, 갑자기 학과장님이(당시 Dr. David McLean)이 나를 호출했다. 기억이 정확치 않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대화였다.



“태혁, 중간/기말고사를 낼 때 직접 한번 풀어보시나요?”

“네, 직접 풀어봅니다”

“다 푸는데 몇 분 걸려요?”

“음… 대략 30분쯤 걸립니다”

“태혁, 시험 시간이 총 50분이면, 네가 10분만에 풀수있는 수준과 양의 문제로 내야해요”



예상한 대로 기말고사 후 강의 평가는 2점대 였다. 다시 한번 학과장실로 불려갔다.



“태혁, 여름 방학 때 Teaching workshop 한번 다녀오는 건 어떨까요? 이전에 학과에서 다녀온 교수가 있는데, 진짜 좋은 경험이었다고 들었어요. 내가 추천서를 써주면, 아마 등록을 할 수 있을 거에요. 출장비는 학과에서 지원해주겠습니다.” 

“네, 좋아요”



alt


그렇게 나는 2012년 6월24일부터 29일까지6일간 밀도있게 진행되는 ASCE에서 주최하는 교수법 워크샵(ASCE ExCEEd Teaching Workshop)을 참석하게 되었다.





2. ASCE ExCEEd Teaching Workshop 


일요일 오후부터 금요일 오전까지, 6일간의 워크샵(https://www.asce.org/exceed/)이 시작되었다. 교수법 관련 다양한 세미나를 들었다. 세미나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Seminar 1. Learn to Teach 

- Seminar 2. Principles of Effective Teaching

- Seminar 3. Learning Styles

- Seminar 4. Organizing a Class I: Learning Objectives

- Seminar 5. Organizing a Class II: Planning a Class

- Seminar 6. Communication Skills I - Writing

- Seminar 7. Communication Skills II - Speaking

- Seminar 8. Communication Skills III - Questioning

- Seminar 9. Teaching Assessment

- Seminar 10. Developing Interpersonal Rapport with Students

- Seminar 11. Communication Skills IV - Non-Verbal Communication

- Seminar 12. Organizing a Class III - Systematic Design of Instruction

- Seminar 13. Making it work at Your Institution


아래 그림들에서 볼 수 있듯이, 몇가지 기억나는 레슨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alt


- 강사는 학생들의 평가자가 아니라, “내 편” 이다라는 인상을 줘야한다. 

- PPT는 쓰레기다. 칠판 판서가 가장 훌륭한 강의 도구이다.

- 각 강의마다 배움 목표를 설정해라. 

- 판서용 강의 노트를 미리 정리하라.

- 소통의 10%는 단어, 30%는 억양과 톤, 그리고 비언어적 몸짓이 60%를 이룬다. 

- 강의 중, 억양 톤 표정 손 짓, 몸 짓을 모두 계획하고 의식하고 사용해라.

- 에너지 있고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강사가 모범이 되어야한다.  

- 강의 시작 전 음악을 틀어줘도 좋다. 시를 읽어줘도 좋다. 사탕이나 초콜렛을 나눠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 수업에서 할 질문을 미리 수업전에 준비해서 들어가고, 꼭 그 질문들을 하고 나온다. 

- 질문을 하고 먼저 답을 말하지 마라. 꼭 학생이 답할 때까지 기다려라.


세미나 하나 하나가 교수법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었다. 



alt




3. Come out of your comport zone!


나와 같은 워크샵 참석자(대부분 신임 교원) 4명, 그리고 2명의 멘토가 한개 조로 구성되었고 6일간 워크샵 내내 함께하였다.  그리고 각 참가자는 워크샵에서의 배움을 바탕으로 3번의 연습 강의(Practice Lecture)를 해야했다. 나는 Introduction to Geotechnical Engineering을 중심으로 연습 강의를 준비하였다. 침하(Settlement)를 주제로 첫 연습 강의를 한 후 받은 피드백 몇가지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alt


alt


첫번째, 두번째 연습강의를 마치고 받은 피드백을 보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졌다. 마지막 연습강의를 준비하면서, 주제를 압밀(Consolidation)로 정하고, 짧은 연극을 준비했다. 물과 흙 골격이 있을 때, 강성 차이로 인해 전응력 증분이 모두 과잉공극수압 증가로 이어진다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두명의 학생들을 부르고, 강의실 앞에서 역할을 즉석에서 주었다. 한명은 물(water), 다른 한명은 흙의 골격(skeleton). 나란이 선 두명의 머리 위에 널빤지를 하나 놓고, 그 위에 전응력 증가를 모사하는 작은 건물모형을 올려놓았다. 이때, 물(을 연기하는 학생)이 건물 모형의 하중을 다 받고 있다고 연기를 하다가, 작은 공극 구멍을 통해서 서서히 도망가는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압밀 때 과잉공극수압이 소산되는 과정을 학생 두명의 롤플레이로 꾸며본 것이었다. 마침내 연습 강의가 끝나고, 약간의 떨림이 남아있는 와중에 내 강의를 지켜본 멘토들과 조원들의 피드백을 받는 순간이 되었다. 멘토 중에 한명이 내게 준 피드백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I am very pleased and excited to watch you coming out of your comfort zone, congratulations, Tae-Hyuk!”


성취감을 얻고 자신감을 가지게 된 큰 경험이었다. 



alt




4. 회복한 자존감, 그리고 기적적인 강의 평가 결과


다시 학교에 복귀한 후, 2012년 가을학기, 그리고 2013년 봄학기에 학과 평균을 훨씬 넘는 4점대의 강의 평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KAIST에서 강의하면서도 즐겁고 재밌게 수업을 하고 있고, 감사하게도 교수법에 대한 경험을 공유할 초청강연도 한번 할 수 있었다. 이 글을 계기로 옛 워크샵 자료들을 다시 들여다 보고, 성취감 있었던 경험을 즐겁게 회상할 수 있었던거 같다. 앞으로 짬짬히 시간을 내서 그 때의 워크샵 자료들을 조금씩 정리해서 동료들과 공유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alt
흙,돌 그리고 나' 다른 기사 보기
prev
next
SNS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