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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윤 희 
동국대학교 박사과정
(yunhee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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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노르웨이에 첫 발을 내 딛고 33년 인생 중 7년이란 시간을 노르웨이에서 보냈다. 동국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 교환학생으로 1년을 계획하고 떠났지만 나의 20대 노르웨이에서의 7년은 소중한 경험과 좋은 추억 들로만 가득하고 나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시간이었다. 2011년부터 1월부터 2013년 여름까지(2년 반), Trondheim(트론헤임) NTNU(노르웨이과학기술대학교)에서 공부할 때는 학생으로서 공부만 생각하였다. 하지만, NGI에 입사하면서 오슬로로 이사를 하고 집을 구하고 집을 꾸미고 생활하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면서 타지에서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모든 것이 새롭고 성장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NGI(Norges geotekniske institutt)


NGI(Norges geotekniske institutt)는 1953년 1월에 노르웨이 국립 연구소로 설립되어 현재는 민영화된 연구소로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연구소이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 본사를 두고 Trondheim(노르웨이), Houston(미국), Perth(호주)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지반에 관한 다양한 분야에서 지반조사(실내시험, 현장시험), 설계, 연구,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NGI 는 설립 후 60년 기간 동안 덴마크 출신인 Laurits Bjerrum을 시작으로 Karl Høeg, Suzanne Lacasse, 이렇게 단 세 분의 사장이 역임을 하였고, 현재는 Lars Andersen사장과 세 분의 한국 박사를 포함한 200여명의 다양한 국적(30여개국)을 가진 연구진이 그 역사와 전통을 이어받아 계속해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어떻게 NGI에 입사가 가능하였을까?


2012년 4월 어느 날 Trondheim(트론헤임)에서, 뜻하지 않던 이메일 한통을 받았다. NGI에서 온 여름인턴 합격 소식이었다. 노르웨이 대학교는 5년 과정(학부 3년+석사2년)으로 석사1년차에 많은 학생들이 인턴을 수행한다. 하지만 국내 프로젝트를 대부분으로 수행하는 지반 및 건설 회사들은 노르웨이어가 필수요건으로 자국민이나 스웨덴 학생(노르웨이인들과 의사소통가능)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외국인 학생들이 인턴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합격 소식이었다. 또한, NGI는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지반공학 연구소이고 학부과정에서도 들어왔던 연구소였기에 감히 내가 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 너무 감격스러웠다. 그렇게 나는 2013년 5월에 Geotechnics and Environment 부서에 있는 Onshore foundation 팀에서 3개월과정의 여름 인턴을 하였고 주어진 과제들을 성실히 수행한 덕분에 석사 과정 중 정규직으로 입사 제안을 받고 2013년 9월부터 NGI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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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좋은 어느 날, 팀장님께 나를 왜 뽑으셨는지 여쭤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돌한 질문이었지만, 노르웨이였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팀장님 대답은 나의 성적이 좋았다는 것이다. 나의 신념 중 하나는 노력을 하면 그 결과가 언제든 나타나고 노력을 해야지만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고 대학교 3년을 그렇게 보냈다. 누구보다 일찍 일어났고 학부 생활에 성실히 임했던 것이 나에게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었다고 지금도 믿는다.

        

NGI에서의 근무환경과 복지


NGI에서 근무시간은 점심시간 30분을 포함하여 주 40시간으로 자유로운 출퇴근이 가능하며 초과근무를 하면 추가수당으로 지급받거나 초과한 시간은 적립하여 휴가로 사용한다. 처음 입사 했을 당시에 연 휴가는  28일이고 12월 24일부터 1월 1일까지는 일을 하지 않는다. 보통 노르웨이에서 사람들은 7, 8월중 3주, 겨울에 1주일 정도 휴가를 보내기 때문에 여름에 인턴을 고용한다. 탄력적인 근무시간, 휴가는 일의 효율성을 증진시켰던 것 같다. NGI의 자랑 중 하나는 바로 옥상 식당이다. 매일 신선한 샐러드와 따뜻한 메뉴가 있으며 노르웨이 물가에 비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였기 때문에 나는 점심을 먹고 저녁까지 챙기는 날이 많았다. “Fredagskake(금요일의 케익)”은 노르웨이 전통인 듯한데 금요일 2시에 케익 먹는 것이다. 트론헤임에서 공부할 때에도 친구들끼리 돌아가면서 케익을 구워 와 마주앉아 먹곤 했는데 NGI에서도 금요일 2시에 항상 모임을 열었다. 노르웨이인들에게는 익숙한 케익 만들기가 나에게는 가장 큰 숙제로 느껴져 차례가 다가오면 항상 고민에 빠지곤 했다. 내가 경제적으로 노르웨이에서 누렸던 가장 큰 복지혜택 육아휴직이다. 2015년 12월 큰 아이를 낳으면서 10개월의 육아휴직(100% 유급)과 12개월 (80%유급) 중 10개월의 육아휴직을 선택하면서 육아에 전념할 수 있었다.


처음 NGI에 방문했을 때 지반공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놀랐던 장소는 바로 NGI 실험실이다. 흙과 암반을 다루는 실험실이 너무 깨끗했으며 교과서에서 보았던 모든 실험들을 수행하고 있었다. 또한 실험결과에 대한 자부심은 어느 연구소보다 대단했다. 실험실에 대한 경험을 쌓고 싶어 인턴기간 중 한달 동안 실험실에서 일을 배우기도 했다. 또한, NGI에는 Terzaghi, Casagrande, Peck 도서관이 존재한다. 각 도서관에는 이 분들이 연구를 하시면서 직접 자필로 작성하신 연구노트들로 채워져 있다. 무엇보다도, 지반공학자로서 NGI에서 근무하면서 받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혜택은 지반공학분야에서 최소 10년에서 50년 넘게 일하신 소위 대가라 불리는 분들과 같이 일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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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I에서의 업무


내가 근무했던 Onshore foundation 부서는 대부분 노르웨이 국내 프로젝트만을 수행했기 때문에 회의, 보고서 작성 등 모든 것이 노르웨이어가 기본이 되었다. 석사과정 중 노르웨이어 기본회화 정도만 공부하고 입사한 나로서는 쉽지 않았지만 외국인들이 많이 근무하는 NGI에서는 노르웨이를 공부할 수 있도록 과외수업을 지원해 주었다. 노르웨이어가 서툴렀던 입사초기에는 초기에는 프로그램(GeoSuite, Plaxis)을 다루어 사면, 침하, 말뚝 지지력 해석과 시험데이터를 분석하고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작업 등을 주로 하였다. 그러던 중 운 좋게 Suzanne Lacasse가 총 연구 책임자로 진행하던 GeoFuture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GeoFuture (I&II)는 노르웨이 연구재단(NFR)의 지원을 받아 14개 회사가 지반공학 설계 및 해석 프로그램인 GeoSuite을 개발하고자 하는 연구과제로 총괄 행정업무를 맡았고 서브프로젝트로 소프트웨어 모듈에 대한 Wizard 작성과 새로운 모듈을 개발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렇게 연이 닿아 Dr. Lacasse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나의 멘토가 되어 주셨다. Suzanne Lacasse는1991년부터 2011년 무려 20년동안이나 NGI 사장으로 계셨고 2015년에 여성지반공학연구자 최초로 55번째 Rankine Lecture에서 “Hazard, risk and reliability in geotechnical practice” 주제로 강연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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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분의 대가 Dr. Karlsrud와 함께 한 프로젝트로 노르웨이 E18 고속도로에 위치한 Skjeggestad 교량이 Quick clay가 교란되어 지반이 흘러내림으로써 교량 일부가 붕괴하는 사고에 대한 교량의 말뚝기초의 붕괴원인, 안정성 평가 및 재설계 업무를 수행하였다. 2017년에는 서울에서 개최 한 ICSMGE에 NGI의 연구원으로 참석하였고 같이 온 NGI 연구원들에게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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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I 퇴사 후 나의 현재와 미래


2017년 일년 동안 남편과 떨어져 어린 딸과 함께 노르웨이에서 생활하면서 나보다 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기에 어쩔 수 없이 퇴사를 결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의 삶에 대한 계획은 별로 없이 한국에 들어와 약간의 방황을 하다가 다시 공부를 결심하여 지금은 동국대학교 김범주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과정 2년차로 쉴드 TBM의 설계, 시공에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법을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연구 수행 중 머신러닝을 기법을 공부하면서 이 기법을 수많은 데이터를 수반하는 다른 지반공학 분야(현장 및 시험 데이터 분석, 계측데이터를 활용한 유지관리 등)에 적용 가능성도 고려 중이다. 매일 학업과 연구 그리고 육아를 병행하면서 힘든 점도 많지만 20대에 나의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열심히 노력하여 그 결과가 NGI에 이른 것처럼 지금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멋진 나를 발견할 것을 믿는다. 지금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NGI이지만 또 언젠가는 내가 지구 반대편에 서 있을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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