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 1호기 원자력발전소(원전)를 상업적으로 운전하면서 원자력발전 시대를 열었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 임시로 저장되고 있으며, 2030년부터 한빛, 한울, 고리 원자력발전소 순서로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의 포화가 예상된다(동아일보, 2024.2.1.).
그림 1은 지난 2024년 5월 국내에서 개최된 ICGR-7(7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Geological Repositories)에서 발표된 내용으로 심층처분(Deep Geological Repository, DGR) 프로그램에 관해 국내외 현황을 개략적으로 비교한 것이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심층처분을 위해서는 우선하여 정책이 수립된 후 부지선정, 지하 조사, 허가 및 건설, 운영, 폐기 등의 순서를 갖는다.
사용후핵연료 또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고준위방폐물) 심층처분과 관련하여 앞선 호에서 소개된 핀란드, 스웨덴, 스위스 이외에도 다른 선진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늦은 감은 있다. 그러나 2016년과 2021년 발표된 정부의 『제1, 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 기본계획』을 국내 관련 기관들이 협업하여 성실하게 이행한다면 향후 안전하게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심층처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 보고는 이전 기고에서 검토한 선진 외국의 부지선정 사례와 조사 사례 등을 토대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고준위방사성페기물 처분장 부지선정 등 포함한 처분사업의 현황과 관련 연구, 향후 고려해야 할 사항 등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심층처분에 관한 국내 정책, 관련 기관의 역할과 수행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다음 호에는 부지조사 등과 관련되어 지질자원분야 전문연구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중심으로 수행하였던 부지연구를 중심으로 부지조사 및 특성화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 등에 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1. 국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현황 및 국가정책
1.1 국내 원자력발전 및 폐기물 발생 현황
2017년에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 원자력발전소의 1978년 상업적 운전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 시대가 열렸다. 원자력발전 원년인 1978년에는 원자력발전소로부터 2,324 GWh의 전력을 생산하여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의 7.4%에 불과하였으나, 2022년도에는 176,054 GWh를 생산하여 전체 발전량의 29.6%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국내 전력발전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https://npp.khnp.co.kr).
24년 10월 기준으로 국내 원자력발전의 설비 용량은 26,050 MW, 원자력 발전량은 22,614 MWe이며 26기 중 21기가 운전 중이다. 영구 정지된 원자력발전소는 고리 1호기 이외 월성 1호기(2019.12.24.)가 있다(그림 2).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된 핵연료는 그림 3과 같은 과정을 거쳐 일반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2020년 말 누적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경수로형 사용후핵연료 20,053다발, 중수로형 사용후핵연료 474,176다발(월성원전 1~4호기에서 발생)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 내에서 임시저장 중에 있다. 임시저장이란 법적 용어가 아닌 관행상 용어로, 임시저장시설을 원자력시설 운영에 필수적인 ‘관계 시설’로 규정해 사용후핵연료 발생자가 임시저장의 관리 주체가 된다(https://korad.or.kr). 임시저장은 원전 내에서 고준위폐기물에 해당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열과 방사능을 낮추는 과정으로, 원자로에서 꺼낸 사용후핵연료는 높은 열과 방사능이 있어 모든 원자력발전소는 습식저장시설(수조)을 설치해 약 5년 동안 저장하며 열과 방사능이 자연스레 줄어들 때까지 보관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또한 저장 수조 용량이 꽉 차면 건식저장을 적용하는 추세이다. 2022년에는 원자력발전소 내 임시저장 시설의 포화 시점을 연장하기 위해 월성원전 2~4호기에서 발생하는 중수로 사용후핵연료로 보관하게 될 건식저장시설인 맥스터 증설을 매듭지었다(에너지타임즈, 2022.3.14.).
1.2 1차 기본계획 이전 주요 국가정책
정부는 2016년 7월『제1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하여,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관리에 관한 정책의 기본 틀을 확립하였다. 이후 공론화 결과를 반영하여 2021년 12월『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본 절에서는『제1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전에 국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과 관련한 주요 연혁과 추진 경위 등에 관하여 간략하게 정리하였다(https://korad.or.kr).
● 제211차 원자력위원회(1984.10.) - 국가 「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원칙」 의결
-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육지처분과 처분장 원전부지 외부 건설
- 정부 주도 방사성폐기물 비영리기관 설치
-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 발생자 부담
- 종합관리를 위한 운영관리기구를 국가주도 비영리기관으로 설치
- 사용후연료 관리 대책은 별도 수립
● 과기부 주관으로 사업추진(원자력법 개정 공포) (1986.5.)
-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의 설치, 운용 및 관리(법 제84조의 2)
- 방사성폐기물 관리를 위한 소요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원자력사업자의 비용 부담에 관한 근거 마련
- 수행기관 변경: 한국핵연료주식회사 → 한국에너지연구소(현 한국원자력연구원)
● 제220차 원자력위원회(1988.7.) - 방사성폐기물관리 기본방침 의결
- 중·저준위방폐장 95년 말까지 건설, 사용후핵연료(SNF) 중간저장시설 97년 말까지 건설
- 방사성동위원소 폐기물 종합관리를 위한 별도 방안 강구
●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의 촉진 및 시설 주변지역의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1994.1.) - 3대 원칙 마련
- 민주적 절차에 따른 부지선정, 지역개발사업과의 연계, 주민합의
●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 5대 원칙 발표(1994.9.)
- 5대원칙: 독립성, 공개성, 명확성, 효율성, 신뢰성
- 부지선정을 유치 신청 지역에 국한하여 공개적으로 추진하되, 지역주민의 절차적 참여를 의무화, 보상책 강화
- 사업 주체 변경: 과기처 → 범정부적인 조직(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 추진위원회)
● 수행기관 변경(1997.11.) - 한국에너지연구소(현 한국원자력연구원) → 한국전력공사
● 수행기관 변경(2001.4.) - 한국전력공사 → 한국수력원자력
● 제253차 원자력위원회(2004.12.) - 「방사성폐기물 관리대책」 변경
- 중·저준위방폐물과 SNF(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분리 추진
- SNF는 2016년까지 각 원전부지 내에서 관리 및 SNF 관리방침은 국민 공감대하에서 추진
● 「중저준위방폐물 처분시설 유치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2005.3.) - 3대 원칙 마련
- 부지선정위원회 구성, 주민투표 시행, 유치지역 지원 내용 명시 → 경주 중·저준위처분장 성공 근거
● 「방사성폐기물관리법」 제정(2008.3.) - 전담기관 및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 설치 명시
- 2009.1. 전담기관 설립: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KRMC) → 2013.7.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 기관 명칭 변경
● 제255차 원자력위원회(2008.12.) - 파이로 건식처리(Pyro)와 이와 연계한 소듐냉각고속로(SFR) 개발 의결
● 「방사성폐기물관리법」 개정(2009.12.) -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추진 법적 근거 마련(제6조 2항)
● 제2차 원자력진흥위원회(2012.11.) -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 수립에 안전 최우선 고려 및 공론화위원회의 운영 의결
- 사회적 수용성 최대 확보 추진
●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시행 및 대정부 권고안 제출(2013.10.~2015.6.)
● 제6차 원자력진흥위원회(2016.7.25.) -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의결
- 단계별 로드맵 제시
1.3 제1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사용후핵연료 관리가 지난 30년간 해결되지 못한 과제로서 국민 안전과 원전 내 저장시설 포화 등을 고려할 때, 조속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여 정부는 제1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추진하게 되었으며, 2016.7.25.에 관리 기본계획(안)을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의결하였다. 의결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5대 관리원칙은 다음과 같다.
● 국가 책임하에 관리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장기간에 걸친 안전한 관리가 필요하므로 국가책임 하에 안전하게 관리하고 안전관리에 관한 국내·외 규범을 성실히 준수
● 국민의 안전과 환경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
고준위방폐물을 생태·환경적으로 안전하게 관리하여 국민건강과 환경에 대한 위해를 방지
● 국민 신뢰하에 고준위방폐물 관리
고준위방폐물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하에 지역사회와 원전의 지속가능한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추진
● 현세대가 고준위방폐물 관리책임 부담
원자력발전의 혜택을 향유한 현세대가 고준위방폐물 관리책임을 부담하고, 고준위방폐물 관리비용은 발생자가 부담
● 고준위방폐물 관리의 효율성 제고
운반·저장·처분능력 향상과 부피·독성 저감 등 고준위방폐물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필요한 제반기술을 지속 개발
제안된 정책 방향은 국민 안전을 위해 고준위방폐물의 안전한 관리 절차와 방식 등을 중심으로 단계별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으로,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URL),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하나의 부지에 단계적으로 확보를 추진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하여 과학적인 부지조사와 민주적 방식에 의한 부지선정에 약 12년이 소요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부지확보 이후 중간저장시설 건설(약 7년)과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 건설·실증연구(약 14년)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하였다.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에서 실증연구 이후 영구처분시설 건설에 약 10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였다(그림 4).
중간저장 이전에는 불가피하게 원전 부지에서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하는 것으로 하였다. 국제협력을 기반으로 국제공동 저장·처분시설을 활용한 노력을 병행하고 안전성과 경제성을 모두 지향하는 핵심 관리기술을 적시에 확보함과 동시에 관리시설 운영 정보의 상시 공개와 지역주민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정책 방향에 포함시키고 있다.
국내 관리시설 부지선정은 엄밀한 지질조사 등 부지적합성 평가를 위한 과학적인 타당성과 지역주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의 준수, 고준위방폐물 관리시설의 부지선정 등에 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와 방식을 규정하는 법제도 마련에 기반한 추진 원칙을 토대로 진행하도록 하였다. 이 중 부지선정 절차(안)은 그림 5와 같이 1) 부적합지역 배제, 2) 부지공모, 3) 기본조사, 4) 주민의사확인, 5) 심층조사와 같은 절차로 계획되었다.
이를 상세하게 서술하면, 1) 부적합지역 배제 단계는 전 국토 중 관리시설 입지가 부적합한 지역을 제외하는 단계이며, 2) 부지공모 단계는 유치에 적합한 지역의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하는 단계이며, 3) 기본조사 단계는 공모에서 선정된 대상부지에 대한 엄밀한 기초조사와 부지특성·적합성 평가를 실시하는 단계이다. 4) 주민의사확인 단계는 기본조사를 통과한 지역을 대상으로 지역주민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단계로서, 주민의사가 확인된 부지에 대해 최종적으로 심층조사를 수행하여 적합 부지를 선정하는 것이다.
이외에 주요 추진과제로는 앞서 설명한 관리시설 부지 확보, 안전성이 입증된 관리시설 적기 확보, 고준위방폐물 관리기술 지속 개발, 국민과 함께하는 고준위방폐물 안전관리 등이 있다.
1.4 제2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제1차 기본계획(16.7.) 수립 이후 에너지전환 정책추진에 따른 관리수요의 변화, 재검토위원회 공론화 결과의 정책적 반영, 원자력발전소 지역의 관심과 요구 증대, 고준위방폐물 관리기반의 강화 필요성 등으로 인해 2021년 12월 제2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수립되었다.
IAEA 방폐물 관리원칙과 재검토위원회의 권고를 감안하여 1차 기본계획 대비 일부가 수정된 6대 기본원칙을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
● 고준위방폐물을 국가 책임하에 안전하게 관리하고, 안전관리에 관한 국내ㆍ외 규범을 성실하게 준수
● 고준위방폐물을 생태ㆍ환경적으로 안전하게 관리하여 국민의 건강과 환경에 대한 위해 방지를 최우선으로 고려
● 고준위방폐물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과 주민의 참여와 공감대 속에서 신뢰를 제고
● 원자력발전의 혜택을 향유한 현세대가 고준위방폐물 관리책임을 부담하고, 관리 비용은 발생자가 부담
● 고준위방폐물의 운반ㆍ저장ㆍ처분능력 향상과 효율적 관리를 위해 필요한 기술을 지속 개발
● 기술 발전 가능성과 안전성에 관한 여건 변화 등을 감안하여 의사결정의 가역성과 고준위방폐물의 회수 가능성을 고려
그림 6은 제2차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새로운 관리정책 로드맵을 제시한 것으로, 제1차 기본계획 대비 1년의 기한이 추가되었으며, 인력양성이나 법제도 개편 등과 같은 내용을 명시적으로 포함했다는 점 등에서 차이가 있다.
중점 추진과제로는 1)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관리시설 확보를 위해 사회적 합의 기반의 관리시설 부지선정, 관리시설 건설·운영 시나리오, 2) 지역공동체를 위한 범정부 지원·소통 체계 구축을 위해 유치지역을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로 조성하고 투명성·소통 기반의 주민참여 정책결정, 3) 안전관리를 위한 정책기반 확충을 위해 관리정책 전 과정에 필요한 기술개발, 안전관리 인력양성 생태계 조성, 법제도적 기반 확충 등의 세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제1차와 제2차 기본계획의 차이 중 하나는 부지선정 절차에 있으며, 사회적 합의 기반의 관리시설 부지를 선정하고자 주민의사확인·부지확정 과정의 순서가 제1차 기본계획과 다르게 설정되었다(그림 7). 부지선정 추진 원칙으로 고준위방폐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조속히 부지를 선정하고, 객관적이고 투명한 부지선정
절차와 방식을 마련하여 사전에 공표하며, 단계별 부지조사·평가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신뢰를 제고하는 것이다. 또한 부지선정 절차 전반을 전담·주도하는 기구 신설을 추진하는데, 원활한 사업추진과 안전성 강화를 위해 규제기관과의 협업체계의 구축을 포함하고 있다. 제1차 기본계획과 동일하게 원칙적으로 영구처분시설과 중간저장시설은 동일 입지에 위치하는 것으로 하였다.
부지선정 절차를 상세하게 서술하면, 1) 조사계획 수립 및 부적합지역 우선 배제 단계는 조사 전반의 계획을 사전 확정ㆍ공표해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고 부적합지역을 우선 배제하여 부지적합성 기본조사 후보부지를 도출하는 단계로서, 지질환경과 인문사회 정보 등 문헌조사 결과를 기초로 별도 기준에 따라 수행할 예정이다. 2) 약 2년이 소요될 것으로 계획된 부지공모 및 주민의견 확인 단계는 기초 지자체를 대상으로 부지적합성 기본조사 신청을 공모하고, 지자체장은 지역주민, 지방의회 의견을 들어 신청하도록 하였다. 또한 지자체장은 부지특성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경우 인접 지자체 등과도 사전 협의가 가능하게 하였다. 3) 부지적합성 기본조사 실시 단계는 약 5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부지공모에 신청한 부지를 대상으로 지표ㆍ심부 지질구조를 조사하여, 암석ㆍ지질 특성, 단열대 분포, 지하수 유동ㆍ화학조성 분석 등을 수행하고, 이들 조사 결과를 평가해 심층조사 대상부지를 도출하는 단계이다. 4) 부지적합성 심층조사 실시 단계는 약 4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심층조사 대상부지에 대해 기본조사를 보완하는 정밀조사를 수행하고, 조사 결과를 기초로 관리시설 예정부지를 도출하는 단계이다. 최종 단계는 주민의사확인 후 최종 부지확정 단계로 약 1년을 계획하고 있으며, 관리시설 예정부지와 관련된 지역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하여, 주민투표 결과를 고려하여 관리시설 부지를 최종 선정하는 것이다.
1.5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추진 경과
국내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선정 과정은 9전 10기로 불릴 정도로 어려운 선정 과정을 거쳤다. 10번의 도전 끝에 경주에 건설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세부적인 추진 경과는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https://korad.or.kr).
● 1차 추진(1986 ~ 1989)
- 전국 부지환경 현황조사를 수행한 후 경북 울진, 영덕, 영일 3개 후보지역 선정
- 중·저준위방폐장 영구처분시설과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이 입지하는 것으로 추진
- 중·저준위방폐장 건설계획이 알려지면서 지역 내 반대운동 발생으로 사업 중단
● 2차 추진(1990 ~ 1991)
- 충남 안면도 원자력 제2연구소 설치 추진
- 주민과의 사전 협의 없이 비공개로 진행한 것이 알려지면서 안면도 주민의 극심한 반대운동 전개로 사업 철회
● 3차 추진(1991 ~ 1993)
- 부지공모로 44개 신청 지역 중 지질 부적합 지역, 환경보전 지역, 인구밀집 지역 등을 제외한 7개 후보지역 도출
- 고성·양양, 경북 울진·영일, 전남 장흥, 충남 태안 등 6개 임해지역 추천지역 선정
- 6개 추천지역과 부지공모 7개 후보지역에도 안면도가 포함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대운동 확산 및 서울대 용역 결과발표 이후 영일군 청하면 주민 반대 시위를 전개함에 따라 사업 철회
● 4차 추진(1993 ~ 1994)
- 대폭적인 지원 내용의 방촉법 제정으로 장안읍, 울진군 유치 추진
- 등교 거부, 국도봉쇄, 발전소 출입 봉쇄 등 반대 측의 극심한 반대 활동으로 장안읍 입지 추진 포기
- 울진군 기성면 지역주민 57%의 유치찬성을 서명받아 과기처에 유치신성처 제출하였으나, 인근지역 주민들과 반원전단체들의 극렬한 반대로 울진군 입지 추진 포기
● 5차 추진(1994 ~ 1995)
- 서울대 용역으로 10개 후보지역(6개 임해지역, 3개 도서지역, 1개 유치 신청지역) 선정 후 굴업도 단일 후보지역 선정
- 굴업도 인근 해저에서 활성단층 발견으로 취소
● 6차 추진(2000 ~ 2001)
- 부지유치공모에 따른 영광, 강진, 진도, 고창, 보령, 완도, 울진 등 7개 지역 유치 청원
- 지역의 자진 철회와 지방의회 및 지자체장이 주민청원을 기각하여 철회
● 7차 추진(2002 ~ 2003)
- 4개 원전 인근 지역 후보지역 선정
- 부지적합성 기반 유치 확대 부지선정 변경안 공고
● 8차 추진(2003)
- 부안군 위도주민들이 유치청원서를 제출하였으나 부안군의회에서 부결
- 군의회 부결에도 부안군수와 부안군의회 의장의 유치 신청
- 부안군 내 격렬한 반대 활동을 통해 중·저준위방폐장 위도 유치 백지화 요구로 유치 실패
● 9차 추진(2004.2 ~ 2004.9)
- 7개 시, 10개 군 지역에서 유치 신청하였으나 지역 내 갈등 우려로 예비신청 포기
● 10차 추진(2005.3 ~ 2005.11)
- 「중저준위방폐장 유치지역 특별법」제정하여 중·저준위방폐장과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분리 추진,
부지선정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를 위해 민간 인사로 구성하는 부지선정위원회 구성
- 부지조사에 관심을 보인 지역에 대해 사전부지조사 시행
- 경주, 군산, 영덕, 포항 유치신청서 제출
- 주민투표 시행 및 유치지역 경주로 최종 확정(경주(89.5%), 군산(84.4%), 영덕(79.3%), 포항(67.5%))
2.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사업 수행기관 및 연구 현황
2.1 원자력 안전관리 체계 및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사업 수행 관련 기관
원자력발전은 원자핵의 분열 과정에서 생성되는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격리함으로써 안전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원자력 안전의 목표는 ‘방사선 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원자력 안전관리는 원전 운영 및 관리가 관련 규정과 절차를 엄격하게 준수하도록 보증하기 위하여 사업자, 정부, 규제기관이 기능별, 단계별 안전관리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그림 8).
사용후핵연료 중 열과 방사능 준위가 높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산업통상자원부(MOTIE)와 원자력안전위위회(NSSC)의 정부 기관 산하의 사업수행자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과 규제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각각 시행과 규제 주체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심층처분과 관련하여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공학적 방벽과 천연 방벽 등에 관해 연구를 담당하고 있으며, 사업 수행과 규제 기관과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안전한 처분 환경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그림 9는 이들 관련 기관의 관계를 모식도로 제시한 것이다.
이 중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심층처분과 관련된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역할을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의 역할
-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방사성폐기물을 관리하기 위해 2009년에 설립된 준정부기관
- 방사성폐기물의 운반, 저장, 처리 및 처분
-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의 부지 선정, 건설, 운영 및 폐쇄 후 관리
- 방사성폐기물 관리를 위한 연구개발, 전문 인력 양성 및 국제협력
●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의 역할
-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 종합연구기관으로 1959년에 설립된 정부출연기관
- 원자로 핵연료주기 연구개발 및 원자력이용 신에너지기술 연구개발
- 방사성폐기물 관련 연구는 후행원자력기술연구소의 사용후핵연료저장처분기술개발단에서 진행
●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의 역할
-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질자원 종합연구기관으로 1948년에 설립된 정부출연기관
-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선정 관련 지질환경정보 종합 연구
- 방사성폐기물 심층처분과 URL 건설을 위한 심층 환경 종합 연구
- 방사성폐기물 관련 연구는 국토우주지질연구본부의 심층처분환경연구센터에서 진행
2.2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처분사업 관련 연구 수행 현황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기술 관련 종합연구기관으로, 기관의 주요 사명은 '안전한 원자력을 통해 국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탄소중립 미래를 선도하며, 국민의 건강과 생활의 편익을 증진한다'이다. 특히, 사용후핵연료의 전주기 안전 관리를 위한 기술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기관에 부여된 역할에 따라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처분을 위해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92년에 시작된 원자력 연구개발 중장기 계획에 따라 1997년부터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기술 개발을 위한 기본 연구를 수행해 왔다. 2006년에는 국내 유일의 처분 연구를 위한 지하연구시설인 KURT(한국원자력연구원 지하처분연구시설)를 준공하여, 그동안 기관에서 개발한 처분 기술을 국내 결정질 암반에서 검증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후 다중방벽의 실증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해짐에 따라, 2015년에 KURT를 확장(2단계)하여 현재까지 심층처분 실증 기반 연구를 활발히 수행 중이다(그림 10).
KURT에서 진행 중인 주요 연구는 크게 공학적방벽, 천연방벽, 핵종거동의 세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KURT에서 수행 중인 공학적방벽 분야의 주요 연구내용으로는 처분시설의 장기 건전성 감시와 진단, 굴착손상영역(EDZ) 특성 규명, 공학적방벽의 열-수리-역학-지화학 복합거동 평가, 그리고 처분용기 후보 재료의 장기 부식 특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천연방벽 분야에서는 처분부지에 대한 부지특성평가 및 모델 구축, 심부 암반 대상 다중심도 수리-지화학 모니터링 기술, 천연방벽 격리 특성의 단기 진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림 10, 오른쪽). 핵종거동 분야에서는 가스 이동 특성 규명, 다중방벽 내 핵종이동 평가, 핵종거동에 미치는 처분 환경 진화 영향 규명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KURT에서 수행하는 현장시험 이외에도 2023년에 400평 규모의 실내 시험실을 구축하여 처분 조건 하 다중방벽 성능의 장기 건전성을 심도깊게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처분시스템의 종합성능평가를 위한 수치모의 도구로 ‘프로세스 기반 종합성능평가체계(APro)’를 개발하였고, 심층처분의 안전성을 대중에게 설명하기 위한 자연유사연구도 함께 진행 중이다. 심층처분 외 대안처분개념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다.
2.3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처분사업 관련 연구 수행 현황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질자원 종합연구기관으로서 ‘국내외 육상·해저 지질조사, 지하자원의 탐사·개발·활용, 지질재해 및 지구환경변화 대응 연구개발 및 성과확산을 통해 지속 가능한 국가 발전에 기여‘를 고유 임무로 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국민 안전과 국민 생활문제 해결 국토지질 공공기술/정보 제공‘의 전략목표 아래 2016년 9월 방사성폐기물지층처분 연구단을 조직하여, 방사성폐기물의 지층이나 심층처분에 관한 직접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22년에는 심지층연구센터와 방사성폐기물지층처분연구단을 통합하여 심층처분환경연구센터로 확대·개편하였다. 2016년에 이르러 방사성폐기물지층처분연구단이 조직되었으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관련 연구는 1990년부터 시작하여 2003년부터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그림 11).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질자원 종합연구기관의 특성을 바탕으로 천연방벽에 해당하는 처분부지에 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부지선정에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로 2017년부터 3년간 수행된 ‘HLW 지층처분 후보부지 선정을 위한 전국규모 지질환경정보도’ 연구는 부지선정을 위한 3단계 평가 방법, 단계별 고려 항목 및 인자, 인자별 정량적 분포범위, 인자별 가중치, 단계별 지질조사 방법 등을 제안하고, 제안된 부지선정 3단계 중에서 1단계 부적합지역 배제에 필요한 지질환경정보를 검증하여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는 연구에 해당하며, 2020년부터 수행 중인 ’지체구조별 암종 심부 특성 연구‘는 전국을 대상으로 국내 대표 암종을 선정하고 선정된 암종을 포함한 지역에서 심부 시추를 통한 다학제적인 지질 특성을 획득하고 있는 연구 사업이다. 이외에도 사용후핵연료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단에서 관리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처분부지 평가 기술 및 안전성 입증체계 구축 연구나 심층처분시스템 안전성 검증기술 개발 등의 연구와 함께 부지환경 장기변화 예측기술 개발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2.4 사용후핵연료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단
사용후핵연료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단(iKSNF)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처분 안전성 확보를 위한 핵심기술개발 사업을 관리하기 위해 2021년 4월에 출범한 기관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3개의 정부 부처가 관여한 연구개발사업을 관리하고 있다. 사업기간은 2021년부터 2029년까지 총 9년이며, 예산은 약 4,300억 원 규모로 사용후핵연료 관리기술 개발 단계 중 지하연구시설 실증 전 핵심기술 확보를 담당하고 있다(그림 12). 사용후핵연료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단은 3개의 전략과제, 7개의 중점과제를 중심으로 그림 13과 같이 부처별, 분야별 연구 영역을 세분화하여 진행하고 있다.
3. 맺으며 - 다음 호와 연계하여
이번 호는 국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선정 현황 및 관련 연구에 관한 첫 번째 소개 글로서, 국내 원자력 산업 현황과 사용후핵연료 현황,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및 관련 국가정책의 변화, 처분장 부지선정 과정에서의 경험 등을 소개하였다. 또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사업 관련 기관 및 수행 사업과 연구 내용에 관해 간략하게 소개하였다.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 외국과 같이 방사성폐기물을 관리하는 전담 기구로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2015년부터 경주에 중·저준위 방폐장을 건설하여 운영 중이며,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심층처분과 관련하여 사용후핵연료핵심기술개발사업단과 함께 핵심기술을 개발 중이다. 2024년에는 연구용 지하연구실험실을 건설, 운영하기 위해 현재 후보부지에 관한 조사를 수행 중이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심층처분과 관련된 특별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은 관계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해당하는 심층처분 사업은 다소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 호에서는 부지조사 및 부지 특성화와 관련하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수행했던 전국 규모의 부지조사 연구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기존 기고에서 제시된 선진 외국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부지선정 관련 연구 및 사업 수행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에 관해 소개할 예정이다.
감사의 글
원고의 일부를 작성해 주신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조동건 박사님과 박경우 박사님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
니다.
참고문헌
1. 동아일보, 핵폐기물 저장조 6년후 가득 차… 신설 더 미루면 ‘원전 스톱’ 우려, 업데이트 2024.2.21.
2. 에너지타임즈, 우여곡적 끝에 월성원전 맥스터 증설 매듭, 2022.3.14.
3. 한국수력원자력, 2024년 10월 15일 접속, https://npp.khnp.co.kr/index.khnp
4. 한국원자력환경공단, 2024년 10월 15일 접속, https://www.korad.or.kr/korad
5. 사용후핵연료관리핵심기술사업단, 2024년 10월 15일 접속, https://iksnf.or.kr
6. Seven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geological repositories(ICGR-7), 2024년 10월 15일 접속, https://www.oecd-nea.org/jcms/pl_81426/seventh-international-conference-on-geological-repositories-icgr-7-empowering-progress-in-developing-deep-geological-reposi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