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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연 욱
공주대학교
사회환경공학과 교수

   




1. 서 론


우리나라에서 지하구조물의 내진설계는 1997년 ‘내진설계기준연구 II’을 기반으로 ‘터널설계기준(1999)’, ‘도시철도내진설계기준(2005)’, ‘지하공동구 내진설계기준(2004)’ 등을 제정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때, 일본의 대표 지하구조물 해석방법인 응답변위법을 기본해석법으로 준용한 후, 현재까지 지하구조물의 대표 해석법으로 응답변위법을 널리 사용하고 있다. 응답변위법은 1974년 일본도로협회에서 제안된 석유 파이프라인 기술기준에서 처음 소개되어 일본과 국내에서 지하구조물의 일반적인 지진해석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응답변위법은 1999년 도입 당시의 시급했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듯, 기준상에 설명들이 일부 누락되어 이로 인한 혼선과 국내 여건에 대한 검토 부족으로 과대 평가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 왔다(김명철 등 2004; 윤종구 등 2003; 김재민 등 2011).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2018년 진행된 국토교통부 공동구설계기준 내진설계편의 개정과 2020년 국토안전관리원 ‘기존구조물(공동구) 내진성능 평가요령’의 제정 과정에서 논란들을 많은 부분 해소하였으나 여전히 보완이 필요한 숙제가 남아 있다. 본 기사에서는 응답변위법의 개요와 국내외 기준의 주요 항목을 비교하여 현재까지 응답변위법 사용시 제기되었던 문제점과 이를 개선한 내용을 ‘기존구조물(공동구) 내진성능 평가요령(2020)’을 통하여 소개하고 남은 숙제들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2. 응답변위법 개요


일반적으로 지하구조물의 겉보기 중량은 주변의 지반과 비교하여 가볍거나 또는 같은 정도이다. 또한 주위가 지반으로 둘러싸여 있으므로 발산감쇄가 커서 진동이 곧 진정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관성력에 의해 지중구조물 자체가 지반 속에서 자유롭게 진동하는 일은 없고, 지반의 진동에 따라 지반에 구속되어 움직인다. 따라서 지하구조물에 생기는 변위 및 응력은 관성력에 의한 영향보다, 주변 지반의 상대 변위에 의한 강제력이 생겨나 지하구조물 벽체에 외력으로 작용하게 된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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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변위법을 사용하여 지하구조물의 내진설계를 위한 해석절차는 그림 2와 같다. 응답변위법을 적용하여 지진 해석을 수행하는 지하구조물은 일반적으로 프레임(Frame) 요소로 모형화하고, 선형 또는 비선형성 구조요소로 모델링하여 구조물을 슬래브, 측벽 및 중간 기둥(벽) 등으로 구성되는 라멘 구조로 모형화한다. 이후, 지하구조물을 둘러싼 지반을 지반반력계수(지반스프링)로 산정하여 구조모델에 지반스프링으로 부착하여 해석모형을 완성한다. 구성된 구조모형에 상시하중과 지진하중을 가하여 단면력을 계산하여 지진안정성을 평가한다. 지진하중은 기반면에서의 설계속도응답스펙트럼을 이용하여 깊이별 지반수평변위, 주면전단력, 가속도를 구하여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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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변위법에서는 지진하중 작용 시 주변 지반의 자유장에서 발생하는 지반변위를 구조물에 지진하중으로 적용하므로 깊이별 지반변위의 산정이 매우 중요하다. 현행 국내 내진설계기준 및 성능평가요령에서는 지반변위 산정법으로 해석대상 부지를 한 층으로 가정하는 단일코사인법과, 두 개의 층으로 가정하는 이중코사인법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중 단일코사인법은 식 (1)과 같다. 이때, 기반암 위 표층지반의 고유주기에 해당하는 TgTs가 주요인자로 적용된다. TgTs는 각각 식 (2) 및 식 (3)과 같이 산정되고 선형고유주기에 해당하는 Ts에는 지반의 비선형성을 고려하는 보정계수(A0)를 1.25 또는 2.0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보정계수를 일본기준을 준용하는 과정에서 해설의 불분명한 설명으로 인하여 지반반력계수와 전단탄성계수 산정시 전단파속도에 적용되는 지반 비선형 감소계수가 중복적용되는 문제점이 지적되어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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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응답변위법 주요 항목의 국내외 기준 비교


응답변위법을 채택하고 있는 현행 국내 지중구조물 설계기준 및 평가요령과 일본 기준에서 사용하는 고유주기 산정식과 보정계수를 비교하면 표 1과 같다. 지진시 지반의 비선형 동적변형특성을 고려하기 위해 고유주기에 보정계수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구조해석 모델 구성에 사용되는 지반스프링과 지반변위하중을 결정할 때 사용되는 전단탄성계수에도 비선형성을 고려하여 산정하고 있다. 다만, 고유주기와 전단탄성계수의 산정이 전단파속도에 근거하고 있어 비선형 동적변형특성이 중복하여 고려되지 않도록 유의하고 있다. 따라서, 표 1에 조사된 일본 기준들의 경우, 지반의 고유주기 산정시는 측정된 선형전단파속도를 사용하고 전단탄성계수 산정시 전단파속도를 다른 기호로 정의하고 비선형 감소계수 cV (국내기준에서는 C)를 도입하여 비선형 중복의 오류를 피하고 있다. 반면, 과거 국내 기준에서는 전술한 바와 같이 초창기 혼선으로 인하여, 지반의 비선형성 보정이 식 1의 고유주기 보정계수(식1의 A0)와 전단파속도 산정시 감소계수(C)에 또 한번 적용하는 잘못된 관행이 있어 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신설된 ‘기존시설물(공동구)내진성능 평가요령(2020)’에서는 고유주기와 전단탄성계수(즉 전단파속도)에서 구별된 계수를 도입한 바 있다.


일본 기준은 고유주기 보정계수으로 1.25(cV=0.8에 해당)를 채택하고 있고, 일본수도시설 내진설계지침 및 일부 기준에서 Level 2에 대해 2.0(cV=0.5에 해당)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여건에서는 보정계수 2.0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고(김재민 등 2019; 최정호 등 2021), 이에 따라 ‘기존시설물(공동구)내진성능 평가요령(2020)’에서는 고유주기 보정계수로 1.25를 채택하였으나, 보정계수에 대한 부분은 국내 지반 및 지진 등의 지역조건을 반영하여 보완할 필요성이 남아있다(최정호 등 2021).


전단탄성계수(또는 전단파속도)를 산정하는 경우, 지반의 변형으로 인한 비선형성은 비선형 감소계수 cV 또는 C를 도입하여 고려하고 있다. 이때, 국내기준과 일본기준의 비선형성 고려 절차의 차이를 비교하면, 일차적으로는 ① 기반면의 정의와 ② 보정계수 값의 차이가 있다. 일본기준에서는 ‘공학적 기반면’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VS ≥ 300 m/s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는 기반면의 정의가 2017년 이전에는 VS ≥ 1500 m/s, 2017년 이후에는 VS ≥ 760 m/s으로 일본기준보다 단단하여, 지반변위 산정시 및 해석에 포함되는 지층이 차이가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비선형성의 고려 정도가 달라지게 된다. 또한, 대부분의 일본기준은 전단파속도 비선형 보정계수로 cV=0.8를 제시하거나, N값에 의하여 VS를 산정하는 경우 변형율10-3에 대한 VS-N 상관식을 제시하여 지반 변형으로 비선형성을 고려하고 있다. 일본기준의 VS-N 상관식은 흙의 종류와 변형율의 크기(10-6, 10-4, 10-3)에 따라 제시되어 있고, 비선형성 고려로 인한 감소 비율이 0.6~0.8의 감소계수에 상당하게 된다. 따라서, 기존 국내 기준에서 성능수준에 따라 적용되었던 c=0.5감소계수는 과도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기존시설물(공동구) 내진성능 평가요령(2020)’에서는 성능수준에 따른 적용을 삭제하여 c=0.8로 고정된 값을 사용하도록 하고, VS ≥ 360 m/s인 단단한 지반(풍화암, 연암, 경암 등)에서는 전단탄성계수와 전단파속도의 비선형성이 미미하므로 감소계수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제시하여 과도한 비선형성의 고려를 지양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지하구조물의 종류에 따라 지반조건이 다양하게 분포할 수 있고, 지진 및 지층의 특성을 포함한 국내 지역적 특이성을 폭넒게 반영하는 보완의 필요성은 남아있다. 또한, 일본과 같이 N값의 의존도가 높은 국내 설계 관행을 고려한다면 흙의 종류 및 변형률 조건에 따른 다양한 VS-N 상관식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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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 외 논란과 여전히 남은 숙제들


전술한 바와 같이 응답변위법에서는 지반변위 산정법으로 지층조건에 따라 단일코사인과 이중코사인을 쓰도록 제시고 있으나, 실무에서는 지층 조건에 상관없이 기반면 위의 표층지반을 단일층으로 평균하여 단일코사인법을 일괄 사용하는 것이 관례화 되어 있다. 그러나, ‘기존시설물(공동구) 내진성능 평가요령(2020)’의 예제에서 소개하는 바와 같이 지층구조가 명확이 구분되는 경우, 그 영향이 해석결과에 크게 발생하고 있어, 지층구조를 현실적으로 반영하여 해석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하구조물의 주변지반을 치환하는 지반스프링은 원칙적으로는 상판을 포함하여 4면을 모델링한 4면지지모형을 적용한다. 이때 상판과 표층지반이 일체 거동한다고 가정하는 경우로 상판위 복토층이 충분히 두꺼운 경우 합리적이다. 다만, 상판 토피고가 구조물 폭에 비해 매우 얕고 상부토사가 주변지반과 일체가 되지 않고 추가 중량으로만 거동하는 경우 상판의 지반스프링을 생략하는 3면지지모형을 사용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일본토목학회, 1998). 이 때에는, 두 모형에서는 상판위 표토의 역할을 달리 보기 때문에 상판지반변위 하중을 달리 적용하여야 한다(‘기존시설물(공동구) 내진성능 평가요령(2020)’ 참조). 그러나, 두 가지 모형기법에 의한 결과로 단면력을 비교하면 4면 모델이 구조물의 강체회전이 작아져 발생 단면력이 약간 커지는 경향이 있으나,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일본토목학회, 1998).


현재 응답변위법을 적용하는 지하구조물에는 다양한 시설물이 포함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적용해야 하는 하중조합은 관련 기준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터널, 공동구, 관로의 시설물에 따라 다른 하중조합을 사용해야 하나, 재료 중심으로 제시되어오던 하중조합이 시설물별로 이동하는 과정 중에서 발생한 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시설물별 특성을 고려하여 개선할 필요성이 있고, 반드시 지반공학자와 구조공학자가 협업을 통하여 이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응답변위법은 지하구조물 단면의 횡방향 변형에 대한 검토가 주를 이루나, 매설관로와 같이 선상으로 길게 매설되어 종방향 변형이 지배적인 구조물에도 지진해석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응답변위법을 준용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실정으로 혼란스러운 부분이 남아 있다. 다른 해외에서 준용되는 해석법과의 비교를 통하여 국내 여건에 적합한 지진해석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5. 결 언


본 기사에서는 응답변위법의 개요와 국내외 기준의 현황을 분석하여 현재까지 응답변위법 사용시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하여 소개하였다. 많은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응답변위법의 실무 적용에는 혼선이 있다. 이러한 혼선은 일본식 과학적 접근법에 의하여 탄생한 응답변위법을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기인한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응답이력해석과 같은 고급해석기법을 수행한 결과와 비교하는 경우에도 단면력의 크기나 취약부의 위치가 크게 차이 나는 결과들이 종종 보고되고 있다. 이를 보완하여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지역적 특이성을 반영하고 공학적(특히 지반공학적) 합리성을 토대로하는 한국형 지하구조물 내진해석법이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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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農林水産省, 土地改良事業設計指針「耐震設計」,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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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국토교통부, 국토안전관리원, “기존시설물(터널) 내진성능 평가요령”. 국토교통부,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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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국토교통부, 국토안전관리원, “기존시설물(공동구) 내진성능 평가요령”. 국토교통부,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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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윤종구, 김동수, 유제남, “지중구조물 내진설계를 위한 기반면의 속도 응답스펙트럼 및 응답변위 산정기법에 대한 연구,” 한국지진공학회 춘계학술대회 논문집, 2003.
12. 김재민, 임재성, “공동구의 지진응답해석 방법에 대하여”, 한국지진공학회 2019 추계학술발표회, 제주, 2019.
13. 최정호, 윤종석, 추연욱, 윤준웅, “공동구의 응답변위법 해석 시 국내 특성을 반영한 지반 비선형 보정계수 연구”, 한국지진공학회 논문집, 25(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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