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반공학회 & 광주·호남지역발전특별위원회]
서남권 연약지반처리 심포지엄 후기

1. 시작하며
한국지반공학회와 광주·호남지역발전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제12차 서남권 연약지반처리 심포지엄]이 2024년 11월 8일(금)에 전남대학교 용지관 컨벤션홀에서 성황리에 진행되었습니다. 본 심포지엄은 학술 세미나 및 운영위원회를 통해 운영위원들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지역에 있는 대학들이 수행하고 있는 최신의 연구를 지역 지반공학 관련 기술자들과의 토론 및 이슈에 대한 의견교환을 통해 산학관연의 하나된 자리로 강연 및 토론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본 심포지엄에서 진행된 초청강연의 주제로는 지역 “서남권 심포지엄의 역사와 현재까지의 흐름”과 국내 연약지반의 물리역학적 특성을 테마로 목포해양대학교 장용채교수님께서 임해주셨고, 두 번째로 최근 건설 산업의 새로운 테마로 부각되고 있는 “스마트건설”과 관련하여 한국도로공사 스마트건설기술단장님을 맡고 계신 조성민 박사님을 모시고, 전통적인 건설 방식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IoT, 드론, 로봇 기술 등을 활용하여 건설 현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안전과 품질을 동시에 높이는 혁신적인 접근법을 제시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 기술자들과 함께 스마트건설의 최신 동향과 기술적 발전을 살펴보며, 현장의 적용 사례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건설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스마트건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기술들이 어떻게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본 기사를 통해 심포지엄에 참석하지 못한 학회 회원들을 위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2. 심포지엄 내용

제12차 서남권 연약지반처리 심포지엄에서는 전남대학교 총장님의 모시는 말슴과 지반공학회 회장님의 축사 및 대한토목학회 광주/전남지회장님의 격려사로 시작하여 표 1과 같이 각 분야에서의 전문가로 구성된 총 17개의 발표를 준비하여 열띤 토론과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호남지역 교수님들도 강연자로 모셔 향후 상호협력과 상생발전을 위해 함께하고자 하였습니다.
본 심포지엄의 첫 강연은 목포해양대학교의 장용채교수께서 ‘서남권지역의 연약지반처리공법 적용사례와 토질특성’의 주제로 연약지반에서의 지반침하 예측과 구조물 축조 시 연약지반처리공법의 현장 적용사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두 번째 강연으로 고려대학교 이종섭교수께서 ‘현장타설말뚝 굴착공의 특성 평가’의 주제로 전기 저항률에 기반한 Slime-meter를 개발하여 굴착된 샤프트의 Slime 두께 및 모래함량을 평가하는 내용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다음은 초청연구자 세션으로 한국도로공사 스마트건설사업단 단장이신 조성민 박사께서 ‘지반엔지니어를 위한 스마트 건설기술의 이해와 전망’의 주제로 Digital Twin 모델을 기반으로 건설공정 정보를 시각화하여 공정계획 및 장비 운용 최적화를 통해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기술개발의 필요성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이어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수석연구원인 김진영 박사께서는 ‘지능형 품질관리를 활용한 지반품질관리방안’의 주제로 앞서 발표한 스마트 건설기술개발사업의 디지털 기반 도로 건설장비 자동화 기술 개발의 현황과 관리방법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이성열 박사께서는 ‘기계학습기반 지하매설물 속성정보를 활용한 지반함몰 예측모델 개발’의 주제로 AI기술을 활용한 지반함몰 위험도 예측 모델을 개발하여 사고위험도를 가시화하였습니다. 아주대학교 장일한 교수께서는 ‘친환경 바이오폴리머 기반 흙 처리 기술의 연약 지반 분야 활용 방안’의 주제로 BPST를 활용한 침식 거동을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서울대학교의 김성렬 교수께서는 ‘드론 라이다를 이용한 연약지반 침하관리기법 고도화’를 통해 지표고 변화를 통한 침하 산정법을 제안하여 전체 현장 부지 관리 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두 번째 세션은 지역연구자 세션으로 전남대학교 김영상 교수께서 ‘광주지역 화강풍화토의 열전도 및 열-체적변형 특성 연구’의 주제로 개발된 SWCC셀을 이용한 전기 저항률과 열전도도를 측정하여 토양의 가역적 변형 특성을 발표하였습니다. 동신대학교 김재홍 교수께서는 ‘급격한 수위변화에 따른 하천 제방 사면의 안정성 평가’의 주제로 수위변동에 따른 침투해석 및 안정해석으로 보강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전북대학교 유정동 교수께서는 ‘연약지반에 설치된 말뚝의 건전도 평가를 위한 전자기파의 적용성 검증’의 주제로 콘크리트 파일의 결함 및 결함위치를 전자기파를 이용해 파악하는 방법을 발표하였습니다. 군산대학교 이석재 교수께서는 ‘연약지반에 설치된 토목구조물을 활용한 지중열교환기’의 주제로 연약지반에 설치된 에너지파일의 열성능 산정 및 비교를 통해 현장 열성능을 평가하였습니다.


세 번째 세션은 산업체 기술 발표 세션으로 금호건설의 최준우 소장께서 ‘해상 연약지반에 시공된 잔교식 구조물 제거 방안 검토’의 주제로 사업대상지의 시공중 안전성 및 선박 간섭을 최소화한 시설계획 수립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미래지반연구소의 황은아 대표께서 ‘해상 PBD 시공 사례로 본 국내 적용성 고찰’의 주제로 해외 시공 사례를 바탕으로 경제성, 시공성 및 안정성을 개선한 인입식 PBD 공법을 소개하였습니다. ㈜포엠의 김승곤 부장께서 ‘친환경 무기질계 그라우트재를 이용한 자동주입관리시스템(AI-GR공법)’의 주제로 자동제어 시스템을 활용하여 친환경 자동화 차수 그라우트 공법에 대해 소개하였습니다. ㈜신아건설산업의 최귀봉 대표께서 ‘복합 PBD 천공 공법’의 주제로 복합 PBD천공 공법 적용이 필요한 지층의 현장 적용성을 소개하였습니다. ㈜쌍용건설의 김정욱 부장께서 ‘토질특성에 따른 연약지반 개량공법의 현장적용 사례’의 주제로 지반개량공법의 소개와 현장에 적용된 사례를 자세하게 설명하였습니다.


3. 맺음말
본 심포지엄은 건설 산업의 최신 기술 동향을 조망하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양한 기술적 혁신이 건설 현장에 어떻게 적용되고, 스마트건설이 가져오는 효율성 및 안전성 향상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지역 연구자의 발표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지역 특성에 맞춘 연약지반 처리 기술의 발전과 적용 사례를 통해, 실제 현장에서 겪는 지반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최신 연구 결과와 기술적 해결책을 제시하며, 향후 연약지반 처리를 위한 혁신적인 접근법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기술이 현장에 적용될 경우, 안정성 향상은 물론 비용 절감과 시간 단축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스마트건설의 발전과 연약지반처리 기술의 융합은 건설 산업의 미래를 더욱 밝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얻은 지식과 통찰이 현장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더욱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건설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끝으로 본 심포지엄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한국지반공학회 사무국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인도네시아(자카르타) 제 10차 AYGEC (Asian Young Geotechnical Engineers Conference) & 28th Annual National Conference PIT HATTI를 다녀와서

1. 들어가며
필자는 지난 11월 11일~13일에 개최된 10th AYGEC(Asian Young Geotechnical Engineers Conference)와 28th Annual National Conference PIT HATTI(Himpunan Ahli Teknik Tanah Indonesia)에 참가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하였다. 학회 참석을 위해 한국지반공학회의 지원을 받았으며, 아시아 각국의 연구자들 사이에서 한국지반공학회를 대표해 연구논문을 발표하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사실 필자는 토목업에 종사하셨던 아버지의 해외근무로 인해 3살부터 6살까지 3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살았었지만, 아쉽게도 너무 어렸기에 극히 일부의 기억만 남아있다. 인도네시아 스마랑이라는 도시의 2층집에서 생활을 했고, 한국의 유치원 대신 국제 학교(International school)를 다녔다는 기억, 인생에서 처음 KFC라는 곳을 접했던 기억 정도가 남아있는 기억의 전부이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필자는 신혼여행 지역으로 발리를 선택하면서 약 30년만에 인도네시아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지만, 예약을 모두 마친 이후에 COVID-19로 인하여 부득이하게 국내의 제주도로 신혼여행 지역을 바꾸게 되었다.
인도네시아는 필자에게 어린 시절의 큰 부분을 차지하였지만, 인연이 없는 나라처럼 점차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던 중에, 올해 인도네시아에서 AYGEC가 개최되며, 지반공학회의 지원으로 참석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기억 어딘가에 숨어있던 인도네시아에 대한 추억을 다시 꺼내는 기분이 들면서, 약간은 설레면서도 약간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할 수 있었다.
2. 10th Asian Young Geotechnical Engineers Conference
1991년 방콕에서 처음 개최된 AYGEC는 아시아의 만 36세 이하 젊은 지반공학자들이 참석하는 4년 주기의 학술행사로써, COVID-19로 인해 2019년 파키스탄에서 9th AYGEC가 개최된 뒤 5년 만에 다시 개최되었다. 제10차 AYGEC는 인도네시아 지반공학회인 ISGE(Indonesian Society of Geotechnical Engineering)의 주관으로 제28차 Annual National Conference PIT HATTI와 함께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비다카라 호텔에서 개최되었으며, 지반공학 분야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기조 강연, 기술 세션 등 교류와 토론의 장을 마련하여 서로의 연구 경험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국에서는 필자와 양엄지 박사가 한국지반공학회를 대표하여 참석하였다.

첫날 오전 9시부터 학회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서 학회 등록을 마치고 학회장에 들어섰다. 생각보다 상당히 큰 학회장에 놀랐고, 아시아 각국의 젊은 지반공학자들이 상당히 많이 참석하였음에 다시 한번 놀랐다. AYGEC 학회는 총 5개의 keynote lecture, 4개의 bright speaker lecture와 함께 parallel session에서 각각의 연구 발표를 진행하는 일정이었다. Parallel session은 16가지 주제로 나뉘어서 포스터 발표 없이 모두 구두 발표로 진행되었으며, 필자는 Laboratory & Field Testing session에서 우상인 교수, 홍성호 박사과정, 이주형 박사와 함께 제출한 “Suggestion of Revised Hyperbolic Method to Predict Settlement of Soft Soils Based on Weighted Nonlinear Regression” 논문을 발표하였다. 기존의 선형회귀 방식의 쌍곡선법을 통한 침하예측 방법 대신에 비선형 회귀 분석과 함께 최신 데이터에 가중치를 두는 개념을 적용한 가중 비선형 회귀 쌍곡선법을 제안하였다. 제안된 방법을 실제 연약지반 현장 데이터에 적용한 결과, 기존의 쌍곡선법보다 조기에 더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에 대한 발표였다. 최근 국내에서는 가덕도 신공항이나 부산신항 개발로 인해 연약지반의 침하 예측방법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해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어떨지 궁금해하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세션을 모두 마친 이후에 따로 질문도 들어올 정도로 관심도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필자의 발표 이외에도 다른 나라의 젊은 지반공학자들의 다양한 발표를 들으면서 각국의 연구동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값진 시간이었다. 최근에는 이미 지반공학 분야에 다양한 방식으로 접목되고 있는 AI 연구는 물론이고, 여전히 지반 방재 등의 여러 주제에 대해 실험 및 모델링 관련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첫날 저녁에 진행된 Gala dinner에서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해외의 젊은 지반공학자들과 서로의 발표 내용에 대한 의견 교류부터 사적인 대화까지 진행하는 등 매우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대화 내용 중에 인상적이었다는 점은, 같은 테이블에 있었던 젊은 지반공학자 중에 한국에서 학위를 받고 싶었다고 말한 사람이 여러명 있었다는 점이었다.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럴 때일수록 내부에서 더더욱 열심히 연구를 수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외의 연구자들과 교류를 통해 세계적으로 확대해야겠다는 다짐 또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3. 인도네시아 음식 소개
필자는 외국을 방문하였을 때 현지 음식을 먹는 것을 상당히 좋아하고, 대체로 거부감 없이 잘 먹는 편이다. 이번에 학회 참석 때에도 다양한 인도네시아 현지 음식을 경험할 수 있었기에, 식당에서 맛있게 먹은 현지 음식을 시간 순서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처음 먹은 인도네시아 음식은 닭고기 사테, 삼발 깡꿍과 미고렝이다. 사테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국민 음식 가운데 하나로 고기 꼬치구이를 의미인데, 함께 나오는 땅콩소스가 상당히 맛있다. 삼발 깡꿍은 동남아 지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공심채(모닝글로리)를 삼발 소스(인도네시아 칠리소스)에 볶은 야채요리인데,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공심채의 두께가 얇아 좀더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미고렝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 전통 면 요리로, '미(mee)'는 '국수', '고렝(goreng)'은 '볶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여러 가지 채소와 고기, 해산물, 달걀 등을 면과 함께 볶은 음식이다.두 번째로 먹은 인도네시아 음식은 양고기 사테와 나시고렝이었다.
첫 번째 소개한 메뉴와 유사한 조합으로, 양고기 사테는 앞서 소개한 사테의 닭고기에서 양고기로만 바뀐 메뉴였다. 하지만, 양꼬치와는 또다르게 매우 부드러움 식감을 보였고, 개인적으로는 앞서 먹었던 닭고기 사테보다 양고기 사테가 훨씬 더 맛있게 느껴졌다. 나시고렝은 나시(nasi)는 “밥”, 고렝(goreng)은 “볶은 것”을 의미하며, 문자 그대로 볶음밥을 의미한다.


나시고렝은 인도네시아의 국민 요리라고 하는데, 2011년 CNN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50대 요리(Your pick: World’s 50 best foods)’에서 2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개인적으로도 아주 맛있는 요리였다.마지막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인도네시아 음식은 박미와 빵싯고렝이다. 사실 다른 인도네이사 음식은 우리나라에서도 접할 수 있는 음식이었기 때문에, 새롭다는 느낌보다는 현지 음식이라 더 맛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이에 반해 박미와 빵싯고렝은 gala dinner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현지인에게 처음 추천받은 메뉴라 매우 설레는 마음으로 음식을 접했다. 미고렝이 처음부터 여러 재료와 소스를 볶아서 만든 국수 요리라고 한다면, 박미는 간장소스로 볶은 면 위에 고기와 야채 토핑이 올라간 국수 요리였다. 박미와 함께 먹은 빵싯고렝은 튀긴 만두의 느낌이 나는 음식이었다. 얇은 피 안에 작은 고기 완자가 들어가있어서, 피가 튀겨진 부분은 나초와 같은 맛이 나고, 고기가 있는 부분은 만두 느낌이 나서 식감과 맛 모두 재밌는 음식이었다. 인도네시아 현지 사람에 의하면 박미를 먹을 때 빵싯고렝을 같이 먹는 것을 추천한다고 하니, 꼭 같이 먹는 것을 추천한다.
4. 맺음말
COVID-19로 인해 한동안 국제 학술발표회 참석이 어려웠는데, 약 6년만에 국제 학술발표회에 참가하여 구두 발표를 하고, 또 여러 학문적인 교류를 진행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본 글을 통해 제 10차 AYGEC를 주관한 인도네시아 지반공학회(ISGE) 등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 또한, 학회 참석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지원해주신 한국지반공학회에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린다.
10th Asian Young Geotechnical Engineers Conference & 28th Annual National Conference PIT HATTI를 다녀와서

1. 들어가며
눈감고도 무엇이든 찾을 수 있는 익숙한 요람 같던 모교를 떠나, 새로운 일터로 온 첫해, 우연한 기회로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젊은 지반공학자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올해는 ISSMGE를 대표하여 인도네시아 지반공학회가 자카르타에서 젊은 지반공학자 대회를 주최했다. ‘젊은’의 기준은 만 36세 이하여서 필자에겐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에, 여러 부분에서 이 학회의 참가가 많은 우연과 행운이 중첩되어 가능했던 거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남보다 특별히 잘한 것은 없던 거 같은데 누군가의 추천을 받았다는 사실도 정말 기뻤고, 이런 소중한 기대와 애정, 감사함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2020년 코로나 이후 이런 장시간 비행은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그 사이 비행기 성능이 더 좋아졌는지 30분마다 500km씩 시원하게 줄어드는 남은 거리를 보며 지루하지 않게 자카르타로 향할 수 있었다.
6시간 뒤 비행기가 착륙했고, 연중 기온이 30도 이상인 인도네시아의 더위를 걱정하며 비행기에서 내렸다. 하지만 2024년 일산에서 겪은 지독한 습기와 폭발적인 강우를 이겨낸 뒤 맞이한 인도네시아의 날씨는, 그저 더운 봄 같았다. 어릴 때는 습하고 더운 날씨나 큰 벌레들이 연상되어 중앙/동남아시아 여행에 대한 흥미가 없었는데, 이제는 기후변화 때문인지 한국의 여름이 어디서도 밀리지 않는 극한기후가 되는 거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런 자카르타에 대한 색다른 인상을 시작으로, 누군가를 따라가는 것도, 누가 시켜서도 아니라, 한 번도 와보지 않았던 이 먼 땅에 스스로 도착했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숙소로 이동하는 길에는 연중 기온이 일정한 날씨 때문인지 테라스가 흔하다는 점과, 실외 테라스에 실내용 가구가 보기 좋게 비치되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2. 10th Asian Young Geotechnical Engineers Conference
도착 당일, 호기롭게 잠에 들 준비를 했지만, 발표시간을 떠올리자, 발표자료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 밤이 깊어 잠은 밀려오는데, 10분만 주어지는 발표시간에 비해 객관적으로 발표자료는 양이 많았다. 항상 발표자료의 양을 줄이느라 고전하지만, 특히 전문학회가 아닌 이런 대중적인 학회에서 발표를 준비할 때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필자의 연구주제와도 관련있는데, X-ray CT 영상을 활용한 지반공학재료 특성화 연구를 하다보니 배경 설명을 어디까지 해야 이 분야를 모르는 청중의 이해와 공감을 유도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한 시간마다 잠에서 깼고, 결국 새벽 4시, 도시 전체에 울려퍼지는 남성의 기도소리와 함께 잠을 털고 일어났다. 잠이 덜 깨서 그런지 기도소리가 더 몽환적으로 느껴졌다. 발표를 홀로 시연하며 시간이 초과될 때마다 “이게 아니야!”를 외치며 도자기를 깨부수는 독 짓는 늙은이처럼 한 장, 두 장, 슬라이드를 지워나가며 꼭 해야 하는 말을 추려냈다.

이른 시간에 시작한 학회장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큰 규모와 인원에 놀랐다. 쉼 없이 진행되는 Parallel session과 Keynote lecture 속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집중하기는 어려웠다. 필자는 구두발표에 부담감을 많이 가지는 편이라, 발표 전까지 다른 발표를 듣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교수님의 시원시원한 톤으로 진행된 Keynote lecture는 들렸는데, 감람석(Olivine)을 활용한 해성점토 안정화와 이산화탄소 포집이란 주제였다. 흔히 발견된다는 감람석은 마그네슘-철 성분의 광물이라고 한다. 마그네슘과 해수에 용해된 이산화탄소와의 반응을 통해 탄소를 포집하는 아이디어로 보였다. Gala dinner에서 들었는데 인도네시아는 현재 광산업이 성행이라 그런 환경에서는 부산물로 나오는 광물을 활용한 이산화탄소 포집이 경제성을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발표시간이 다가왔다. 사실 이번 발표에 평소보다 신경 쓴 이유가 있는데, 인도네시아 지반공학회에서 학회 참가자들 중 필자를 ISSMGE Bright Spark lecture 후보 12인으로 선정했다는 연락을 받았고, 참가를 위해 한동안 자기소개, 경력소개, 추천서 등 여러 문서를 준비하느라 조금 골치가 아팠기 때문이다. 특히 추천서를 지도교수님, 팀장님, 지반공학회에서 모두 받느라 쑥스럽기도 했고 이렇게 된 거 뭔가 하나라도 받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이번 학회에서는 미생물 기반 투수성 제어기술을 X-ray CT영상 촬영과 영상기반 수치해석을 활용하여 평가한 연구내용을 발표했다. 아래 그림은 X-ray CT 촬영을 통해 보라색로 표시한 탄산칼슘 침전물이 사질토 내 간극을 채워가는 실험과정을 가시화한 것이며, X-ray CT영상으로부터 변화하는 간극구조를 정량화하고, 이로부터 발현되는 유체속도장을 직접수치해석(Direct numerical simulation)을 활용하여 계산하였다. 해당 연구결과는 이미 저널에 게재를 마쳤지만, 대면으로 발표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새벽부터 연장해 온 긴장감이 필자의 발표순서인 세션의 마지막에 다다르면서 풀려갔다. 최대한 청중과 눈을 맞추며 준비한 내용을 모두 쏟아내고 아쉬움 없이 단상에서 내려왔는데, 심사위원 중 몇 분이 질문을 해주셨고 잘했다고 칭찬도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사진을 남겼으면 좋았겠지만, 함께 학회에 참석한 곽태영 박사님과 발표시간이 비슷하고 다른 공간에 있어서 서로의 사진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

Gala dinner에 참석했다. Kahoot을 활용한 Geoquiz가 시작됐다. Kahoot은 교육용으로도 활용되는 플랫폼인데 출제자가 문제리스트를 준비하면 참여자들은 특정 코드를 통해 문제풀이에 참여하게 된다. 답을 선택할 때 빠를수록 배점이 높아지고, 문제풀이 중 실시간 채점을 통해 1등이 누구인지 본인이 몇 등인지 대략적인 평가가 제공된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갔는데 이전에는 알았던 토질역학 교과서 문제를 슬슬 틀리기 시작하면서 집중도가 높아졌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지 정답이 공개될 때마다 아쉬워하는 탄성이 삼삼오오 들렸다. 아이디 ‘Steven Ch’이라는 친구가 계속 1등을 했는데, 토질역학 교과서 AI가 아닌지 의심됐다. 대학교 학생도 이런 이벤트는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Dinner 중 인도네시아의 Olivia와 Armando라는 친구들과 합석하게 됐다. Shimizu corpo-ration에서 지반공학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고 했다. Olivia 말로는 인도네시아의 아침은 보통 오전 6시라고 한다. 아침 일과가 6시에 시작하고 하루에 5번 기도를 올리기 때문에 새벽 4시에 기도가 시작된다고 했다.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어를 조금 알고 있었다. 처음 만났지만 반갑게 필자를 ‘언니’라고 불렀다. 한국의 수능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고, 인도네시아의 입시과정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줬다. Batik이라는 인도네시아의 전통의상과 남성들의 상의가 화려한 이유에 대해 말해줬다. 일반적으로 자수가 놓인 화려한 상의가 Batik인 거 같고 그런 화려한 상의를 입어야 정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때, Bright Spark lecture 수상자가 발표됐는데 필자가 4등으로 선정됐다 (한다면 하는 여자, 양엄지입니다). 꼴찌였지만 어디든 문 닫고 들어가야 열심히 임하게 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았다. 선정결과 발표와 함께 댄싱타임을 끝으로 Gala dinner가 흥겹게 마무리됐다. 이 때문에 발표를 한 번 더 했다. 첫 발표만큼 긴장되지는 않았다. 발표시간이 15분으로 연장돼서 연구내용을 추가할까도 싶었지만, 이 발표에서는 자기소개와 수상에 대한 감사함을 담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욕심을 접었다. 자기소개를 어떻게 할지 고민했는데, 다른 수상자들이 교수나 연구원인 것에 비해, 근무 1년 차 박사후과정인 필자가 내세울 이력은 많지가 않아서 진짜 내가 누구인지 소개하고자 필자의 이름이 가지는 의미와 인생관에 대해 소개했다. 필자의 이름은 순한글로 ‘엄지’인데, 부모님께서 다른 뜻 없이 첫 번째 아이에게 ‘따봉’의 의미로 엄지손가락에서 엄지를 주신 것이다. 그리고 최근 팀장의 프로듀싱 아래, 자기소개 시 ‘엄지 척!’을 밀고 있어서 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자기소개를 마치고, 발표를 진행했다.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밤 비행기 안에서 생각을 정리 해보니, 이전에 비해 동북아시아와 이외 아시아지역의 연구 속도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거 같았다. 젊은 지반공학자 모임이라 더 세련된 것도 있겠지만, 많은 연구자가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법을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었다. 인터넷 인프라의 발전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GPT의 빠른 보급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학술분야에서 더욱 연구속도와 아이디어가 중요해지겠다는 경각심이 들었다.

3. 인도네시아의 문화탐방
Gala dinner 사진들을 보면, 히잡을 쓴 여성이 많이 보일 것이다. 이번 학회참가를 통해 필자는 이슬람 국가에 처음 방문했는데, 자카르타 대부분의 여성이 히잡을 쓴다는 것도 방문해서 알게 됐다. 근래 뉴스에서 본 히잡은 여성의 자아를 억누르는 거 같아 무겁게 느껴졌는데, 인도네시아의 히잡을 쓴 여성들은 전혀 거침이 없었다. 학회장에는 한국지반공학회 학술대회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여성이 많이 참석해 있었다. 언어가 달라 내용은 정확히 모르지만 목소리 톤만 들어도 에너지가 넘치고 자유로워 보였다. 길거리 이동 중에는 어린 여학생들도 대부분 히잡을 쓰고 있었는데, 히잡을 쓰지 않은 제법 큰 키의 필자가 신기했는지 연신 구경을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떨 때는 갑자기 다가와서 한국인인지 확인을 하고 “언니! 언니!”를 외치며 사진을 찍고 함께 어울렸다. 문화적인 배경은 잘 모르지만, 드라마나 OTT 때문인지 한국에 대한 인상이 굉장히 좋은 거 같다.
Gala dinner에서 만난 Olivia도 눈이 마주치자마자 호의를 보였는데, 학술대회 일정이 빡빡해서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거 같아 아쉬웠다. 길지 않는 시간 동안 그녀의 호의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인도네시아는 광산업, 지하철 개발 등으로 지반공학자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 연중 같은 날씨로 인해 기후변화에 대한 체감이 별로 없다는 것, 그것보다는 지진에 대한 걱정이 훨씬 크다는 점들에 대해 얘기해줬다.
학회 중 ‘28th Annual National Conference PIT HATTI’ 행사가 있었는데 이것은 인도네시아 지반공학회의 국내학술대회 모임이었다. 이때는 인도네시아어가 사용됐기 때문에 잠시 휴식을 가질 겸 인근의 박물관을 방문했다. 짧게 방문하여 내용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이슬람교가 대부분이라는 것에 비해 박물관 전시에서는 불교문화의 흔적이 보이는 것 같았다. 다만, 한국 불교 유적지에서 구조물의 아름다움이 간결하고 거시적인 선의 흐름에서 나온다면, 인도네시아는 정교하고 반복되는 기하패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 같았다. 함께 전시된 뱀의 비늘조차도 패턴이 아름다웠고, 낯설고 멋진 장관이었다.

4. 맺음말
이번 학회 참가에서 목표로 세웠던 것은 성취한 것 같다. 대단한 목표는 없었지만, 한번 마음먹은 일을 해결할 때마다 자신감과 희망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대중적으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보일 수도 있는 내 영역만의 문제 하나를 해결할 때마다 느끼는 행복의 연속으로 이제는 연구직을 업으로 삼게 됐다. 매일 출근해서 앉아있는 같은 자리에서 눈앞의 일을 해결하느라, 지금의 연구 주제만 중요한 거 같고, 매몰되던 찰나에, 국제학술대회에 나가보니 예상보다도 다양한 관심사가 있다는 사실에 머릿속이 환기된 거 같다. 이번 글을 통해 제10차 AYGEC를 주관해 주신 인도네시아 지반공학회(ISGE, HATTI)와 학회에 참석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주신 한국지반공학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