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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병 일 
명지대학교
(
bikim@mju.ac.kr)

   


골프 이야기 1


들어가며....

           

나의 핸디는 90정도이며, 연습을 열심히 한 적도 초보 때 말고는 없으며, 책을 보거나 동영상을 보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또한 골프를 시작한 지 20년이 넘는데도 불구하고 골프에 대한 지식은 많지 않다. 골프 연습과 공부를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누가 부족한 내 실력을 보고 가르치려고만 하며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면서 거부했기 때문에 실력이 늘 수 있는 기회마저도 버렸다. 직업은 남을 가르치는 직업이지만 골프에 대해 남을 가르치는 것도 소질이 없는 편이며, 또 좋아하지도 않는다.


미국으로 처음 연구년을 갔을 때 이웃집에 나보다 나이가 10살 이상 많은 분이 연구년을 왔는데 채를 잡은 적도 없는 분이었다. 나도 잘 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 분께 레인지에서 가르쳐드리고 필드에 같이 나가서 두어 번 골프 치며 여러 가지를 가르쳐 드렸다. 그런데 그 후 그 분은 아직 3자리를 치던 나를 몇 주 만에 따라 잡았다. 남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그 때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서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 다음부터는 남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또 나의 약점은 다른 사람의 문제점을 지켜봐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주변에는 치는 모습을 보면 어떤 점이 문제인지 금방 잘 알아내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집사람은 그런 것을 잘 본다. 내가 집사람과 같이 치면 성적이 좋은 이유가 집사람이 나의 그 날의 문제점을 금방 파악하고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골프 관련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그냥 나의 경험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 뿐이며,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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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드라이버 샷과 채


내 골프인생에서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것은 드라이버 샷이었다. 골프시작부터 가장 긴 채였던 드라이버 샷을 어려워했으며, 필드에서 드라이버 샷을 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맞으면 거리가 많이 나기도 했지만 방향성에 문제가 있어서 고민이 많았다. 드라이버 티샷이 몇 개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끝나고 나면 항상 기분이 영 찝찝했다. 연습을 해야 하는데... 해결책으로 찾은 것이 나에게 맞는 드라이버 채를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드라이버 채 교체를 밥 먹듯이 했다.


짜다는 소리도 가끔 듣는 나는 비싼 돈을 드리지는 않았다. 나온 지 몇 년 된 싼 채를 사거나 아니면 주변에서 안치는 채가 있다고 하면 모두 받아서 썼다. 몇 개월 치다보면 또 마음에 안 들고 해서 몇 년 동안 계속 채를 바꿨으나 결과는 달라질 것이 없었다. 한 때는 우드3번으로 티샷을 게임 내내 대신 했던 시즌도 있었는데 채 중앙에 맞는 경우가 좀 더 많아서인지 거리는 대충 드라이버 샷과 비슷하게 나가면서 방향성은 좋아 한동안 만족했으나 결국에는 거리에 불만이 생겨 우드 3번으로 샷 하는 것도 결국은 버렸다. 이런 나를 보면서 어떤 지인이 나에게 “달라져야 할 것은 당신의 채가 아니라 당신의 폼입니다”라며 놀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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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에 2014년쯤 나에게 맞는 채를 찾았다. 킹코브라 채였는데 약간 드로가 걸리는 구질로 거리도 꽤 나갔다(몇 년을 이 채로 적응하면서 약간 오른쪽을 보고 치는 버릇이 생겼음). 잘 쳤었는데 2016년 여름 연구년을 가서 가지고 치다가 아무 생각 없이 그 채를 미국에 두고 왔다. 그 채를 다시 사고 싶었지만 이미 단종되어 새 채는 구할 수가 없었다. 또 다시 드라이버 샷에 자신을 잃고 방황하였다.


그러다가 2019년말 우리 학과 후배교수가 한동안 쳤던 타이틀리스트 913D(R) 드라이버 채를 주었는데 이상하게 잘 맞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폼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똑바로 갔다. 이 채는 미국스펙이라 약간 딱딱한 느낌이 있고 길이가 45인치로 약간 짧은 편이라 가운데 맞는 비율이 높아서 그런 것 같았다. 더는 드라이버 샷 때문에 고민하기 싫어서 연습도 이전보다는 열심히 했다. 계속 잘 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이제는 그만 정착하여 쭉 채를 안 바꾸고 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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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미국 PGA 선수들의 평균 드라이버 채의 길이는 44인치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채의 길이는 가장 짧은 것이 보통 45.25인치이며, 대부분 45.75인치 이상이다. 채는 짧을수록 채의 스윙 스팟에 맞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너무 길이가 긴 것을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드라이버 샷 잘하기

(1) 아이언과는 다르게 약간 낮게 뒤로 빼면서 (2) 천천히 백스윙하며 (3) 너무 백스윙 크게 하지 말고(45도 정도만?) (4) 하체로 리드하면서 (5) 채의 무게를 느끼면서 힘을 빼고 한 번에 채를 던지고 (6) 볼이 맞는 순간 팔을 쫙 펴고 볼을 쳐다보고 (7) 피니쉬 동작을 확실히 하고 피니쉬 동작에서 2초간 멈춘다.이렇게 해야 할 것이 많다. 그런데 이런 것은 맞든 틀리든 연습에서만 해야 할 동작들이며 필드에서는 딱 2가지만 생각해야 한다. (1) 천천히 백스윙을 하고 (2) 피니쉬 동작을 확실히 한다. 이 두 가지만 명심하고 쳐야한다. 필드에서 머릿속이 복잡하면 실패하기 쉽다.


          

2장. 골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매너


다른 어떤 운동보다도 룰이 복잡하고 또 많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골프이며, 네 사람이 함께 운동을 하면서 타수에 의해 성적이 정해지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골프에서 중요한 것은 매너이다. 초보 때 필드에 나가기 전에 골프 룰과 함께 매너도 같이 배워야 한다. 그래야 평생 좋은 골퍼로 남을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함께 치고 싶어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물론 매너가 아무리 좋아도 항상 3자리를 치는 사람은 인기가 없다 ^^).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지 않은 골프장 습관은 늑장 플레이이다. 늑장 플레이는 PGA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동반 플레이어의 리듬을 깨뜨리고 즐거운 라운딩을 방해하기 때문에 꼭 없어져야 한다. 잘 배우지 않으면 늑장 골퍼가 되기 쉽다. 또한 필드에서 다른 사람들의 흐름까지 방해하면서 지나치게 연습하거나 동반자를 가르치는 행동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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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에서 연습 스윙은 두 번까지만 하는 것이 좋으며, 연습을 많이 하고 싶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치는 동안에 떨어져서 연습을 하면 된다. 채도 캐디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가능한 스스로 챙기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스윙은 천천히 해야 하지만 걸음은 조금 빠르게 하는 것이 좋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자기가 친 횟수를 정확하게 세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고의는 아니더라도 자기 타수를 간혹 한 개씩 적게 세는 사람이 있다. 퍼팅 오케이를 주었더니 한 타를 빼고 세는 사람도 있다. 작은 내기라도 하는데 타수를 잘못 세는 사람이 있으면 동반자들의 리듬이 깨질 수 있다. 초보 때 필드에 나가면 정신이 없어서 타수를 잘 못 세는 경우가 있는데 정확하게 세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잘못 숫자를 말하는 경우에 너무 그 사람에게 강하게 얘기하는 것도 좋은 매너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본인이 잘 세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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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때는 볼을 좋은 데 놓고 치라고 동반자들이 호의를 베푸는 경우가 많다. 나무 뒤에 들어가거나 바위 근처에 가면 무벌타로 꺼내놓고 치라고 하는 경우도 많은데 무벌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100을 깨고 90대를 치면서 무벌타라고 주장하거나 수십 미터를 옮겨서 페어웨이에 놓고 치는 사람들도 있는데 너무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연구년 때 두 부부가 함께 라운딩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자가 더 잘 치는 커플도 많았다. 재미있는 것은 여자가 아무리 잘 쳐도 먼저 배운 남편이 “이래라 저래라...”, “이런 것은 뭐가 문제다”라며 가르치는 경우가 많았다. 한번은 거의 싱글치는 부인에게 90대 치는 남편이 자꾸 가르치려고 하길래....  못 참고 ‘훨씬 더 잘 치시는데 왜 자꾸 가르치려고 하세요.....’ 하고 참견한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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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아 름 
단국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재학
(
aremjun@gmail.com)

             


흙 人


내 유년시절 기억의 장면 대부분은 흙먼지가 은막처럼 뿌옇게 끼어 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레미콘, 덤프트럭 따위가 자주 돌아다녔던 동네에 살았기 때문이다. 한번은 헬리콥터가 착륙하는 것을 봤을 정도로 다이나믹한 공간.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곳엔 원룸 빌라와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것들을 위한 전초 훈련이 내 기억의 은막을 만들어낸 모양인가 싶다.

        

흙먼지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어렸던 내게 수직 높이 4~5미터 가량의 절토 후 쌓아놓은 흙더미들은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력적인 놀이터였다. 때로는 미끄럼틀이, 또 때로는 공격이 한창인 전쟁터의 고지가 되어주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뒤이어 어김없이 따라오는 또 하나의 기억. 공사장 주위를 막아 놓은 펜스들. 펜스 사이로 한쪽 눈을 맞추고 안을 들여다보는 일은 마치 아주 고요하고 어두운 수술실에서 이루어지는 신체 해부학 실습을 엿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 아래로 보이는 깊은 구덩이도 떠오른다. 그곳은 흡사 우리 모두가 잠든 시간, UFO가 착륙한 뒤 분출한 각종 에너지에 의해 파인 거대 공간 같았다.

        

대학에 들어와 토목공학을 공부하며 뜻밖에 기억의 퍼즐들이 맞춰졌다. 뿌옇게 기억하는 육중한 장비는 지반조사를 위한 시추기였음을, 공간을 에워싸던 물체들은 흙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파일들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흙바닥에 흥건하던 물이 더운 여름 공사장 아저씨들의 더위를 식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반에 존재하는 지하수라는 것도 대학에 와서 알게 된 사실이다.

        

나의 전공은 흙먼지처럼 날리고 흩어지고 뿌옇게 바래는 땅 위의 기억들을 구체적으로 납득시켜준 것 말고도 또 다른 이해를 가능케 했다. 흙은 인간과 아주 닮아 있다는 것. 수업시간이면 종종 생각의 소용돌이에 빠지곤 한다. ‘조물주가 인간을 창조한 것이 사실이라면 흙으로 만든 것도 분명 사실일거야’라는 생각.


사람들은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하는 사람을 보고 예민하다고 한다. 개 중 반응량이 극도로 큰 사람을 요즘엔 ‘예민보스’라고 부른다지. 흙에도 이 예민한 정도를 나타내는 성질이 있는데, 이를 예민비라고 한다. 점성토에 충격이나 진동이 가해졌을 때 그 전단 강도가 바뀌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한마디로 예민비가 큰 점토는 ‘예민보스’처럼 외부충격에 크게 반응하는 점토라고나 할까?

        

하지만 조물주는 완벽했다. 아무리 제가 ‘예민보스’ 점토라도 시각을 넉넉히 주고 그냥 놔두면 예전의 강도를 회복하는 틱소트로피1) 현상도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대부분의 인간도 삶 속에서 한번 이상 큰 충격을 받게 되는데 결국 시간이라는 가장 든든한 ‘빽’이 있어 회복하기도 하고 어쨌든 계속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흙은 여러모로 인간미가 넘친다.

        

이런 흙과 인간의 닮음을 대변할 사례는 또 있었다. 점토의 두 종류인 정규 압밀 점토와 과 압밀 점토의 개념들을 배우던 날이었다. 교수님은 이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이런 질문을 하셨다. “두 가지 점토가 있는데 하나는 과거에 큰 하중에 의해 오랫동안 압축 받았던 흙이고 하나는 그런 과거가 없는 흙이다. 둘 중 어느 점토의 강도가 클 것 같은가?”라는 질문 이었다.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상상력으로 이 질문의 정답이 전자라는 것은 쉽게 유추해 볼 수 있었으나 다른 문제가 발생하였다.


과 압밀 점토는 강도가 높은 흙이고 정규 압밀 점토는 강도가 낮은 흙이라…. 뭐든 과한 것 보다는 적당한 게 좋은 것이라 배워온 평범한 한국인인 내 머릿속에 마찰이 발생했다. 시험 전날 까지도 이 두 점토의 이름이 헷갈렸다. 하지만 이 오랜 혼란의(?) 시기를 거쳐서 찾아낸 해결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기존의 사고 회로를 조금 확장하면 되었으니 말이다. 과한 압력, 다시 말해 내 안의 응력(Stress)이 결국 인간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건 많은 이들의 생생한 인생이야기와 그 안에 깃든 다양한 성공담과 실패담들이 입증해 온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혼란스러웠던 이유는 그 사실을 정작 나에게까지 확대해 적용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더 나아가 과한 압력을 받는다는 것은 점토 안에 있던 과잉간극수압이 소산되는 과정을 통해 강도가 높아짐을 의미하는데, 이는 결국 불필요한 것들을 거르는 힘든 과정을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인생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이런 ‘과한 압축’을 받았던 경험이 나에게 있는가, 이로 인해 나는 단단한 사람이 되었는가. 나는 과 압밀 점토의 사람인가. 압력은 피하면서 강도만 높아지길 바라며 살아온 것은 아닌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에게 한번쯤 물어볼만한 질문이다.

        

또 한 가지 이야기. 보통 사람들은 흙을 입자로만 생각하지만 학문에서는 흙을 삼상의 물질이라고 한다. 흙에는 입자뿐 아니라 물과 공기가 있기 때문이다. 세 가지 형태의 물질이 함께 존재하는 물질이 바로 흙이다. 대개 물질이 고체든 액체든 기체든 한 가지 물질로만 이루어져 있으면 아무리 어려워도 그것을 파악하고 도식화할 수 있다. 하지만 흙에는 여러 물성이 동시에 존재할 뿐더러 대부분의 경우 발밑에 숨어 있기에 세밀하고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하다. 소수점 단위의 오차는 큰 의미가 없는 것도 이런 이유다. 마치 천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도 알기 어려운 사람처럼.

        

“지반 쪽 일을 하다보면 정말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된다.”어느 날 지반공학 교수님이 말했다. 토질역학의 수많은 공식들이 경험식인 이유. 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거다. 어떤 종류의 땅을 맞닥뜨려도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지반을 파악해야 하기에 경험이 곧 공식이요, 문제해결능력이다.


과거의 지역사회에선 큰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마을의 가장 나이가 많은 할머니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그렇게 그녀 안에 켜켜이 쌓인 경험들과 지혜를 감사할 줄 알던 시대도 있었나보다. 흙을 볼 때면 돌아가신 할머니의 흙먼지 낀 손가락 마디마디가 기억이 나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녀는 아주 자주 흙을 보며 그 해의 농사를 예견하곤 했는데 항상 만사에 반대하던 그녀의 아들도 그 예견은 신뢰하였더랬다.

        

지역의 역사를 파헤칠 때 땅을 들여다보는 이유가 흙의 과거를 기억하는 성질 때문인 것처럼, 흙을 공부하려면 경험을 좋아해야 한다. 흙은 경험이요, 곧 인간이다.

        


1) Thixotropy, 점토를 계속해서 뭉개어 이기면 강도가 저하하지만 그대로 방치하면 강도가 회복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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