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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원 진 
전남대학교
지역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

   




1. 나에게 흙이란?

다소 의아한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느끼는 흙에 대한 생각은 아직도 “모르겠는데”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 꽤나 중요하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낱말 중의 하나였습니다.

           

2. 과거의 나와 Clay와의 인연 

Clay(점토)는 저 개인에겐 정말 중요한 의미입니다. 학부과정 중 연구실에 소속되면서 처음 흙을 접했습니다. 당시 지도교수님의 지도하에 지반공학에 입문하여 다양한 연구에 참여하였고 흙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져 석사까지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석사과정 중 저의 은사님이신 故이문수 교수님께서는 점토 거동 경험식의 당위성을 수학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일본에서 수학박사를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이를 계기로 은사님과 함께 자주 일본에 방문하여 지반공학을 연구하는 연구실을 견학하였고, 다양한 장비와 많은 인력을 활용하여 실험을 하는 일본 연구실에 반해 ‘박사과정을 진학한다면 일본으로 유학을 가야겠다.’ 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점토와의 만남은 일본의 히로시마 대학에 박사과정으로 진학하면서 더 깊은 인연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유학생활을 한 히로시마 대학은 (故)Aboshi, Yoshikuni, Moriwaki 선생님으로 이어지는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박사과정 중 지속적으로 수행하였던 점토의 거동 특성에 관한 연구는 국내의 (故)박병기 교수님과 (故)이문수 교수님으로 이어지는 끝이 없는 테마였습니다. 지금은 점토를 대상으로 하는 수많은 연약지반 개량공법이 개발되고 적용되며 그 중요성이 많이 퇴색되어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작년에 히로시마대학 홈커밍 데이에서 구순이 되신 Yoshikuni 선생님이 박교수님과 이교수님의 영면을 아쉬워하시며 눈시울을 붉히시는 모습을 보고 잠시나마 같은 연구를 하셨던, 국적은 다르지만 동일한 고민을 공유하셨던 연구자로서의 우정이 느껴져서 저 또한 울컥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70여년을 점토관련 연구를 수행하신 선생님께서 “점토는 건드는(개량)게 오히려 더 불안정 해진다.” 라는 말씀에 의아함이 앞서기도 하였지만 어쩌면 저도 동의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많은 개량공법에 대한 효과 관련 연구에서 명확한 결론이 아직까지도 명확하지 않다는데 많은 분들이 동의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렇듯 흙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상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3. 흙의 철학적 의미?

“흙”이란 철학적으로 의미 매김 하자면 선현들께서는 모든 자연의 근원이며 만물은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매장 문화를 고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흙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다가오면 아직은 더 할 일이 있다고 말하곤 합니다. 저도 아무것도 모른 체 시작한 토질실험실에서의 흙투성이의 생활이 벌써 30여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습니다.

           

4. 흙이 맺어준 인연

흙이 맺어준 인연에는 많은 감사한 인연들이 있습니다. 은사님들과 선·후배 동료들, 제자들.. 많은 분들이 계시지만 은사님이셨던 이문수 교수님이 유독 생각이 많이 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은사님은 호쾌하시고 진정한 학자이시며, 이 세상 술을 다 드실 듯 술을 좋아하셨던 분이십니다. 수학을 통달해야 지반공학의 많은 경험식들을 이해할 수 있다하시며 끊임없는 연구와 공부를 하셨던 은사님의 모습에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도 인연이 있어 은사와 제자로 만나 오랫동안 동고동락 했던 제자들과 종종 만나게 됩니다. 함께 식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회인으로서 역할을 다하며 “청출어람”이 되어가는 모습에 나름 보람을 느끼는 마음의 유희도 즐겨보았습니다. 이들 또한 본인들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중요한 존재로서 자리 잡고 누군가를 이끌어 주기를 조심스레 바래봅니다.


지금도 연구실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우리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 학생들도 훌륭하게 성장하여 사회에 이로운 사람들이 될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고 지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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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맺음말

끝으로 22년전 3월의 어느 날, 유학길에 오르는 저에게 불편하신 몸으로 배웅하시며 드시면 안 되는 약주를 한잔만 하신다며 따라주시며 하셨던 말씀, “답이 없는 게 흙, 그 답을 찾아가는 길은 노력하는 이들만 열 수 있다”며 말씀하시던 은사님의 가르침을 항상 마음속에 새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에게는 흙이란 “인연”입니다. 수많은 이들과의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또 새로운 만남을 이어가는 끈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모든 이들에게 건강이 깃들고 “天祥雲集”의 연이 함께 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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