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

백 성 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미래융합연구본부
수석연구원
(sunghabaek@kict.re.kr)

                      

alt

신 은 철 
인천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ISSMGE 아시아지역 부회장
(ecshin@inu.ac.kr)


1. 들어가며

        

필자는 지난 12월 5일~7일 개최되는 9th AYGEC(Asian Young Geotechnical Conference)와 15th ICGE(International Conference on Geotechnical Engineering)에 참가하기 위해 파키스탄 라호르에 다녀왔다. 한국지반공학회로 부터 여비를 지원을 받았고, 특히 아시아 지역의 35세 미만 젊은 지반공학자 학술대회인 AYGEC에서는 한국지반공학회를 대표해 연구논문을 발표하는 기회를 얻었다.


학회 하루 전인 12월 4일, 라호르 행 직항 노선이 없는 관계로 방콕을 경유하는 16시간의 긴 여정을 통해 늦은 밤 라호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라호르에 도착한 직후 전달된 외교부의 테러 위험 경고 및 철수권고 문자,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하는 동안 받은 두 번의 검문으로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던 첫날이었다. 2016년 국제학회 참석차 라호르를 방문하였을 때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IS)의 수장인 빈라덴이 라호르 근방에서 미군의 공격에 사망하여 거리에 무장 바리케이트와 건물 옥상에 저격사수가 곳곳에 포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라호르는 지난번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인도, 네팔 등과 비슷한 밝은 정겨운 거리의 풍경, 학회에 참석하는 동안 만난 친절한 파키스탄 사람들은 첫날의 막연한 두려움을 상쇄시켜주었다. 또한, 학회 프로그램이 매우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고 학회에 참석한 지반공학 분야의 석학들과 교류하는 특별한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매우 유익한 학회였다.

        

2. 9th AYGEC & 15th ICGE

        

AYGEC는 아시아의 35세 미만 젊은 지반공학자들이 참석하는 4년 주기의 학술행사이며, ICGE는 세계지반공학회(ISSMGE)에서 주최해 세계 각국의 지반공학분야 전문가가 최신 연구동향을 공유하는 학술행사이다. 각각 9번째, 15번째를 맞이한 AYGEC와 ICGE는 파키스탄 라호르의 유명 대학인 UET Lahore(University of Engineering and Technology Lahore)에서 파키스탄 지반공학회(Pakistan Geotechnical Engineering Society, 1973년 설립) 주관으로 개최되었다. 개최국인 파키스탄을 비롯 이슬람권 참석자들이 많았으며, 22개 국가에서(표1) 500명이 참석하였다. 기술전시회 참여 부스는 20개로 독일의 Keller 회사를 비롯 외국 회사들과 파키스탄 건설 회사들이 참여하였다. UET는 파키스탄의 최고 좋은 공과대학이며, 1921년에 영국이 설립하여 현재 12,00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UET의 본관 건물과 국제회의장 건물은 그림 1, 2와 같다. 한국에서는 필자와 ISSMGE 아시아지역 부회장을 역임하고 계신 신은철 교수가 한국지반공학회를 대표해 참석하였다.

        

alt

         

alt

         

alt

         

이번 학회에는 ISSMGE 아시아지역 부회장이신신은철 교수을 비롯해, 연약지반 분야의 대가인 University of Wollongong 대학의 B. Indraratna 교수, 전 세계지반공학회 아시아지역 부회장 Askar 교수, 동경대학교의 I. Towhata 교수 등, 지반공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익히 들어봤을 석학들께서 Keynote Lecture를 진행해 주셨다(그림 3, 표 2 참고). 개인적으로는 B. Indraratna 교수의 “Use of Rubber Tyre Elements in Track Stabilization”이 가장 인상 깊었다. 폐타이어를 재활용해 열차 이동 시 반복하중을 집중적으로 받는 철도궤도의 안정성을 증진시키는 연구였다. 궤도 하부에 폐타이어와 자갈을 함께 배치해(폐타이어 파쇄 후 자갈과 혼합 혹은 폐타이어 그대로 자갈의 보강재로 활용 등) 지지력 및 반복하중에 대한 안정성을 증진시킬 수 있음을 실험과 해석적인 방법으로 증명하였다.


본 연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Indraratna 등(2019)의 “Use of Geogrids and Recycled Rubber in Railroad Infrastructure for Enhanced Performance”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대학원 시절 진공압밀 공법에 관심을 가져 연약지반 분야의 석학인 B. Indraratna 교수의 논문들을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발표는 다른 분야에서 훌륭한 연구성과를 도출한 것이었다.

        

alt

         

alt

         

이밖에도 학회 기간 동안 Advanced Geotechincal Testing, Geomechanics, Applied Geotechnics, Foundations & Instrumented Geotechnique, Slope Stability & Dam Engineering 등의 주제로 약 84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필자는 박가현 박사, 정영훈 교수님과 함께 제출한 “Arch Formation Process of Hexagonal Lattice Particle Assembly Detected by Digital RGB Photoelastic Technique” 논문을 발표했다(그림 4). 재료 분야에서 적용되던 광탄성 기법(외력을 받으면 색상의 변화가 생기는 물질을 활용하는 실험방법)을 지반공학 분야에 적용한 것으로, 모형 흙 입자를 광탄성 물질로 코팅한 뒤 Trapdoor 시험을 수행해 지중에 공동 발생 시 아치구조(arch structure)의 형성과정을 규명했다(그림 5). 실내 토질시험의 노하우가 풍부한 일본에서 온 연구자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며 질의했는데, 연구에 적용된 해석기법이 향후 지중에서의 흙 거동을 실험적으로 규명하는데 널리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코멘트를 받았다.

        

alt

         

신은철 교수는 현재 ISSMGE 아시아지역 부회장을 역임하고 계신만큼, 학회에 참석한 각국의 석학들부터 파키스탄의 지역사업가에 이르기 까지 놀라울 만큼 넓은 인맥을 보유하고 계셨다. 교수들을 소개시켜주시고 자리를 만들어주신 덕분에 Askar 교수, I. Towhata 교수, B. Indraratna 교수 등의 석학들과 함께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또한, 파키스탄 최초의 Metro인 Orange line의 기초공사를 수행한 BEMSOL의 Mudassar Sattar 사장과 자리를 함께하며 파키스탄의 건설기술과 현재 당면하고 있는 이슈를 시공자 관점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그림 6). 신은철 교수를 통해 국외 학술행사에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하면, 다양한 국가의 인재들과 교류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크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alt

         

학회 기간 중 인상적이었던 점은, 일본과 중국의 명문대학에서 학위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학생들(파키스탄을 포함한 중동지역 국적 소지자)과 박사학위를 수여받은 뒤 귀국하여 교수의 길을 걷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현재 건설분야의 기술적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고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의 유망한 인재들이 일본 및 중국에서 교육받고 있다는 점은 한국도 주목해야할 점이라고 느꼈다. 이러한 인재들이 본국에서 건설분야를 선도하는 인물로 성장하는 경우, 일본 및 중국에 매우 큰 파급효과(기업진출 및 기술보급 등)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밝히면 자신들의 연구를 열심히 설명하고 공동연구 가능성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던 파키스탄의 지반공학 분야 박사들과 교류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현재 국내에서 수행되고 있는 연구의 성과물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했다.

        

3. 현장견학

        

학회개최 3일째는 Lahore시의 유일한 지하철 Orange Line 현장(Lahore Orange Line Metro Train Project)을 방문하였다.총 연장은 27km이고 26개 정류장을 설치하고 있으며, 지하 터널은 1.7km이고, 그리고 나머지 구간은 말뚝 기초 위에 교량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완공된 본선 구간과 차량의 모습은 그림 7과 같다. 현재 공사는 완료되어 시운전을 3개월 실시한 다음 2020년 3월부터 개통예정이다.


지하철 설계와 차량은 중국회사인 CR-NORINCO(China Railway)가 주도하였으며, 정류장 및 본선 기초 설계는 파키스탄 국영 설계회사인 NESPAK이 주도하였다. 선로교량기초에 사용된 말뚝기초는 직경이 1,200mm이며, 근입 깊이는 12~25m 이내이다. 지하철 구간에 전기공급은 우리나라의 상부식이 아닌 레일 궤도 옆에 지상에서 50cm 가량 띄워서 설치하였다. 현재 Orange Line 주변 지상은 기존 주택과 상가를 철거하고 도로 확장을 하면서 건물을 재건축하는 현장이 27km 전 구간에서 시행되고 있다.


라호르 시내를 순환하는 남부외곽 고속도로(Pakistan Lahore Ring Road)가 2015년 발주되어, 총연장 30.4km 6차선으로 그림 8a와 같이 완성되어 현재 공항 주변은 물론 외곽으로 시내 혼잡한 교통란을 해소하고 있다. 그림 8b는 외곽도로의 고가도로 교대 부분에 적용한 판넬 형식의 보강토 옹벽 전경이다.지난 3년간 지하철공사와 주변 정비 공사로 파키스탄 라호르는 건설 경기의 붐을 이루고 있으며, 토목 건축 회사들과 시공사들은 상당히 활성화 되고 있다.

        

alt

         

4. 문화탐방 : Walled City and Fort of Lahore

        

Walled City는 라호르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2014년도에 복원완료 되었다. 1631년부터 7년 여간 축조한 성(Fort)으로 여러개의 모자이크식 이슬람 궁전(Sheesh Mahal, Alamgiri Gate, Navlakha Pavilion, Moti Masjid)이다.


그림 9의 Sheesh Mahal이라 불리는 거울궁전은 Shah Jehan 왕(1631-32)을 기리고자 Asif Khan이 축조하였으며, 건물앞에 격조 높은 넓직한 홀과 건물 옆에 여러개의 방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건물 뒤쪽에는 벽에 모자이크 형식의 그림과 함께 큰 연회장을 갖추고 있다. 라호르성은 세계문화자연유산으로 보호되고 있으며, 1972년도에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다.


Lahore Fort는 기원전 200-80 BC에 Chandra의 아들 “LOH”를 위해 축조하였다 하며, 현재까지 기원은 모호하다. 1956년도에 고고학자들에 의하여 발굴되기 시작했으며, 서기 416-1025년 이슬람 이전의 사람들이 주거하였다. 우즈베키스칸의 영웅이며 장군인 아무르 티무르군이 1398년도에 침공하여 성을 파괴시켰으나, 1432년에 카불의 Sheikh Ali가 일부 보수 공사를 하였으며, 1556년도에 무굴황제 Akhar가 불에 구운 붉은 벽돌로 성을 재건하였다. 계속하여 1605년부터 1645년 까지 성안에 여러 개의 건물을 축조하였다(그림 10 참조).


성곽 북쪽에는 Athdara, Haveli Mai Jindan, Dhiyan Singh의 건물 등을 시크족인 Ranjit Singh (1799-1839)이 축조하였다. 그 이후 1927년까지 영국군이 이곳을 군사 기지로 사용하고 있었다. 영국은 1820~1830년경부터 이전에 인도의 일부였던 파키스탄을 통치하기 시작하여 1947년에 완전히 영국 본토로 철수하였다.

        

alt

         

5. 맺음말

        

파키스탄의 라호르에서 개최된 9th AYGEC 및 15th ICGE에 참가해, 각국의 지반공학 분야의 최신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학회에 참석한 지반공학 분야의 석학들과 교류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한국지반공학회를 대표해 AYGEC에서 발표한 연구논문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고, 향후 학술교류가 가능한 젊은 지반공학자들과의 인맥을 쌓는 등 큰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Orange Line 지하철 공사와 라호르 외곽도로 현장을 방문하여 파키스탄의 건설 수준과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라호르의 Walled City와 Fort를 방문하여 금세기에 이르기까지 이슬람 문화의 전성기를 체험할 수 있었다. 이번 국제 학회를 주관한 총괄의장인 UET Lahore의 Aziz Akbar 교수와 파키스탄 지반공학회 회장인 Amjad Agha, 총무이사인 Tahir Masood 박사, 학술발표 운영위원 Sohail Kibria, Khalid Farood, Jahanzaib Israr, Muhammad Irfan 등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본 글을 통해 여비를 지원해주신 한국지반공학회와 학회 중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신 신은철 교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흙,돌 그리고 나' 다른 기사 보기
prev
next
SNS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