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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병 일 
명지대학교
(bikim@mju.ac.kr)

                      



한 겨울인데도 따뜻한 날씨가 계속 되던 2020년 1월 중순 몰타로 한 달간 해외연수 떠난 아들 빼고 세 식구가 고창으로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다. 작년 6월 처형과 둘이서 여행 다녀온 아내의 강력추천에 따라 여행지 고창은 이미 정해진 상태였다. 제일 중요한 숙소는 딸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이 어렵다는 올모스트 홈 스테이 고창을 몇 달 전에 예약했다(딸~~ Good Job!!). 나는 처음 가는 곳이라 떠나기 전에 인터넷으로 미리 검색하고 또 지인 등을 통해 가볼 곳과 먹을 곳을 대충 정하였다.


오전 10시 약간 늦게 출발한 지라 일단 첫 목적지는 부안 근처에 있는 풍차라는 백합죽집으로 정했다. 날씨는 비교적 청명했다. 안성 휴게소에서 잠깐 쉬는 시간을 포함하여 약 2시간 30분여 만에 식당에 도착했다. 그 곳에는 백합죽집이 나란히 두 개가 있었는데 오른쪽 집은 화요일인데 정기휴일이라 닫혀있었고, 우리가 가려던 집 앞 주차장에는 꽤 차가 많았다. 2인분 이상씩만 판다고하여 3명이서 백합죽 2인분과 바지락칼국수 2인분을 시켰다. 반찬 가지 수도 많고 음식은 보통 이상이었는데 재미삼아 점수를 매겨보니 3명의 평균점수는 대략 3.9/5.0였다.


밥을 먹었으니 다음은 구경차례. 10여분 거리에 있는 격포해수욕장으로 갔다. 거의 10년 만에 찾은 격포해수욕장은 주변 상가와 카페가 약간 낡아졌을 뿐 그대로였다. 해변을 좀 걷다가 왼편에 있는 검은색 바위(채석강) 위를 걸어 다녔다. 겨울인데도 바람은 그렇게 차지 않았고 모처럼 바라본 바닷가 풍광에 기분이 좋아졌다. 해변 근처 상가에서 맥주안주로 최고인 노가리를 조금 산 후 선운사로 향했다. 선운사까지는 약 한 시간. 혹시 동백꽃을 볼 수 있으려나 기대하며 차 없는 국도를 달렸다.


선운사 주차장은 여기저기 새 단장으로 한참 바빴다. 가능한 가까운 쪽으로 차를 주차하고 맥문동이 파릇파릇한 비포장도로를 십여 분 걸어가니 매표소가 나왔다. 매표소를 통과하고 얼마 안가니 왼쪽을 작은 개울이 하나 흐른다. 소나무 숲 사이에 있는 작은 개울은 물이 맑지 않았으나 운치가 있었고 상당히 멋있었다. 우리는 가는 길을 멈추고 여러 장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개울이 혼탁한 이유는 개울 주변에 도토리 나무가 많았는데 물에 떨어진 도토리에서 탄닌 성분이 배출되어 물이 흐려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은 개울을 따라 조금 걷다보니 오른쪽으로 선운사가 나타났다. 역시 절터는 전국의 명소에 지어진다더니 여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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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산임수! 절 뒤에는 높지 않았지만 꽤 울창한 산이 있었다. 무엇보다 멋진 것은 절터 뒤로 있는 동백꽃 숲이었다(이 동백꽃 숲은 천연기념물 제 184호라고 한다). 아무리 따뜻한 날씨여도 1월이라 동백꽃은 거의 피지 않았다. 그러나 상상으로도 3, 4월에는 이곳이 얼마나 멋이 있을지 짐작하게 해주었다. 정갈한 절 건물들과도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선운사 간다니까 거기 템플스테이가 아주 좋다고 얘기해준 우리학교 건축과 교수의 이야기를 알 것 같았다. 나는 선운사가 처음이었는데 다음에도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4시가 넘었고 숙소에서 언제 숙소에 도착하는지 묻는 전화가 왔다. 달리 더 볼 곳도 없고 해서 우리는 고창시내 한복판에 있는 한옥마을의 올모스트 홈 스테이로 갔다.


숙소는 고창읍성(모양성) 공용주차장 바로 뒤에 있었다. 코오롱에서 홍보를 위해 운영하고 있다는 이 숙소는 모든 면에서 좋았다. 값비싼(?) 웰컴 차를 한 잔씩 주며 숙소 관련 여러 가지 설명을 해준 것부터 과자 등이 포함된 웰컴 키트(별거는 아니지만), 일인당 음료 1병씩과 물 1병씩 준 것 등 여러 가지로 배려가 좋았다. 또한 공유가 모델이어서인지 공유가 도깨비에서 입었던 코트까지 무료로 대여해준다고 하였다. 그밖에 침구도 아주 훌륭했고, 숙소 앞 마당도 널찍하고 좋았다. 다만 바닥은 따뜻했지만 천정이 높아서 위풍이 불어 약간 추운 점, 또 욕실이 추워서 샤워 후에 조금 떨었던 점은 아쉬웠다. 그래도 강추하고 싶은 숙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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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휴식을 취한 후 택시를 불러 봉태호 박사가 추천해준 5분 거리의 우리풍천장어로 장어를 먹으러 갔다. 저녁 6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식당 안에는 제법 사람들이 많았다. 장어는 일인분에 29000원으로 서울보다 쌌다. 장어와 반찬 등 셋팅이 끝나자 사진을 찍어 이 집을 추천해준 봉태호 박사에게 전송한 후 장어에 어울리는 복분자(한 병에 만원)까지 시켜서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이 식당의 장어는 꽤나 맛이 있었고, 처음 장어구이를 먹어본 딸은 계속 맛이 있다고 감탄하였다. 3인분은 약간 양이 부족하여 식사를 할까 장어를 1인분 더 시킬까 고민하다가 장어를 1인분 더 시켰다. 그리고 막 먹으려고 하는데 어떤 부부가 헐레벌떡 식당으로 들어오더니 우리를 한번 쳐다보고는 곧장 카운터로 가서 뭐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고는 바로 우리 자리로 오시더니 봉태호 박사 부모라고 하신다. 우리가 올린 사진을 보고 봉박사가 부모님께 전화를 했다고 하며 연락을 받은 부모님이 우리에게 저녁을 사주시러 한걸음에 달려오신 것이었다. 양손에 고창 명물 복분자술 1.8리터짜리 2병과 과일 등을 잔뜩 들고서! 두 분과 합석하여 장어 2인분을 추가로 더 시키고 복분자를 마시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봉태호박사는 2016년 여름부터 일 년간 연구년을 오레곤주 코발리스에 있는 OSU(오레곤주립대학교)로 보내러 갔을 때 처음 만나 그 후부터 친하게 지낸 사람이다.


고창까지 왔다고 부모님께서 오셔서 저녁까지 사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몰랐다. 두 분은 식당 여사장님 남편분과도 친분이 두터우셨는데 식사 후에는 식당 옆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서 그 분께서 직접 타주신 차와 커피까지 대접을 받았다. 그런데 이 분은 사진에 매우 조예가 깊어 사진책까지 출간하셨는데 사인까지 직접 해서 주신 그 책에는 고창의 아름다운 곳이 빼곡하게 수록되어 있었다. 차까지 마시고 나오니 주변은 아주 깜깜했고 시간은 거의 9시가 넘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여행 첫날을 곰씹으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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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계획보다 늦게 8시가 다되어 일어났다. 어제 검색해 둔 근처의 양평해장국에서 아침을 먹었다. 무슨 해장국에 반찬이 4, 5가지가 나오는지.... 전라도는 역시 달라 하며 감탄하였다. 든든히 아침을 먹고 숙소로 가지 않고 숙소 뒤에 있는 고창읍성(모양성)으로 갔다. 매표소를 지나 성곽입구로 올라가니 좌측으로 약간 급한 성벽이 보인다. 성벽 좌우로도 산책로가 있었지만 우리는 성벽 위로 걷기로 하였다. 약 1.6킬로가 넘는 성벽길은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쓰여 있었지만 사진 찍으면서 천천히 걸으니 대략 50분 정도 걸렸다. 성벽길은 군데군데 좁아지기도 하고 경사가 급한 곳도 있었다. 지대가 높은 편이라 한 바퀴를 돌면서 고창시내를 다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또한 성 내의 소나무 숲은 어제 본 사진첩 속의 숲만큼 예쁘고 멋있었다. 꼭 한 번씩 걷기를 강추한다. 숙소로 돌아와 짐정리를 하고 체크아웃하고 농협 하나로마트에 들려서 어제 식당에서 마셨던 복분자술을 여러 병 샀다(마트에서는 한 병에 6300원).


오늘 두 번째 장소는 고인돌 공원이다.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인 무덤인 고인돌! 숙소에서 약 5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고인돌 공원에 가니 매표소에서 표를 주면서 박물관부터 봐야한다고 추천한다. 고인돌 박물관에는 많은 정보가 있었다. 고창 고인돌 공원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이며, 전세계적으로 가장 고인돌이 많은 보기 드문 유적지라고 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안 유명하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무게가 120톤이 넘는 고인돌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박물관은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박물관을 나오니 불과 몇 백 미터밖에 안 떨어져 있지만 고인돌 공원까지 가는 유람차(성인 1,000원)가 서있었다. 하지만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우리는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바람이 좀 불어서 쌀쌀했고 왕복 30여분 동안 거의 사람을 볼 수 없었다. 수천 개의 크고 작은 고인돌이 산재해 있다는 공원은 볼만은 했으나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중간에 있는 선사시대 체험공원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더 흥미를 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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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 공원을 나와서 마지막 목적지인 학원농장을 향했다. 30분 정도 편도 일차선을 달리다가 좁은 길로 들어서서 5분 정도 갔더니 농장이 나왔다. 상당히 넓은 주차장이 두 군데 있는 것으로 보아 청보리가 한창이라는 4월에서 5월까지는 무지 관광객이 많을 것 같았다. 파랗게 솟아나오기 시작한 청보리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서 아직 철이 아니지만 벌써부터 아름다웠다. 청보리밭을 배경으로 여러 장 사진을 찍었다. 여기도 4월에 다시 오고 싶어졌다. 검색했던 근처 청보리한우 식당에서 육회비빔밥, 육개장, 갈비탕을 시켜서 배를 채웠다. 논밭 한가운데 길옆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마을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대부분 낮인데도 고기와 술을 먹고 있었다. 식사 때마디 반주 한잔씩(?)을 거의 매일 즐기시는 아버지와 장인어른이 떠올랐다. 남자 인생의 즐거움에는 술이 빠질 수 없지!! 식당의 음식 맛은 우리에게는 보통이었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 화장실에서 정비하고 서울로 향했다. 네비는 고창 갈 때와는 다르게 쭉 서해안 고속도로로 가라고 알려준다. 수요일 오후라 차가 많지는 않았다. 돌아가는 길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1박 2일 짧은 여행인데 꽤 길게 느껴졌다. SLOW CITY라서 그런가? 아무튼 여행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좋은 분들과의 만남도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인구가 불과 5.5만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도시 고창. 우리나라 어디의 소나무보다도 멋진 소나무가 가로수를 비롯하여 여기 저기 가득하여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도시 고창. 조만간 다시 찾을 것이라는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선운사, 고창읍성, 고인돌 공원 모두 입장료는 3,000원씩이었는데 고창읍성, 고인돌 공원은 2,000원을 고창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돌려주었다. 우리는 깜빡 잊고 복분자술을 사면서 상품권을 사용하지 못하고 서울로 올라왔는데 다행인지 상품권의 유효기간은 5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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