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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필자는 2022년 7월 25일부터 7월 27일까지 미국령 괌에서 개최한 국립재난안전연구원과 미국의 해양대기관리청 간의 공동 워크숍에 참여하였습니다. 본 워크숍은 UNESCAP/WMO(유엔아·태경제사회이사회/세계기상기구) 태풍위원회(14개국)에서 주관하는 회의로 관련국*들의 재난안전 기술 및 정책 공유를 위해 2019년부터 매년 개최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2019년 1회 개최 이후 COVID-19로 인해 2020년과 2021년에는 개최하지 못했으며, 엔데믹에 가까워지는 2022년에 참여를 희망하는 한국과 미국이 괌에서 워크숍을 개최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번 워크숍에서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현재 수행 중인 다양한 재난안전기술에 대한 연구 주제를 소개하였으며, 구체적으로 국가통합 가뭄 예·경보 체계, 대한민국의 재난관리 체계 및 대응사례, 재난관리를 위한 위성영상 활용방안, 실증실험 기반 한국형 산사태 주민대피 관리기준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필자는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지반재난연구팀으로 실증실험 기반의 한국형 산사태 주민대피 관리기준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급경사지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지만 외국엔 급경사지 개념이 없어 편의상 산사태로 표현하였습니다. 이와 관련된 개념은 다들 아시겠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한국의 급경사지·비탈면 붕괴 및 산사태는 크게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산림청 3개 기관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피해가 우려되는 주택 등과 접한 산지를 관리하기 위해 급경사지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국토교통부는 일반적으로 도로·철도 등의 관리를 위해 비탈면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산림청은 그 외 일반 산지를 관리하며, 산지에서 발생하는 붕괴에 대해 산사태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7월 25일 울산에서 출발하여 오후에 괌에 도착하였으며 괌 도착 후 왠지 모를 설레임이 있었습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약 3년 반 정도를 외국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생활하였을 때는 한국으로 빨리 귀국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 펜대믹으로 자유롭게 해외에 갈 수 없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해외에 나가니 긍정적인 반응이 저도 모르게 나온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괌 도착 후 바로 호텔로 이동하였으며 호텔에서 PCR 검사를 실시하였습니다(그 당시 한국에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에게 입국 전 PCR 음성확인서 제출의무제도가 있었습니다). PCR 검사를 기다리면서 2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첫째, 호텔 투숙객이 대다수가 한국인이여서 PCR 검사를 받는 사람도 또한 한국인이 많았습니다. 

마치 한국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며, PCR 검사를 받는 한국인이 너무 많아 검사까지 약 1시간 30분 정도를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둘째, PCR 검사 후 결과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한국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PCR 결과를 받기까지 약 2일이 걸렸으며, 이는 한국의 경우 검사 1일 후 결과를 받을 수 있는 걸 감안할 때 한국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PCR 검사를 마치니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 캄보디아, 중국, 북한, 홍콩, 일본, 라오스, 마카오, 말레이시아, 미크로네시아 연방, 필리핀, 한국, 태국, 미국, 베트남(알파벳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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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일 오전 9시부터 공동워크숍에 참여하였습니다. 워크숍은 괌 홈랜드 시큐리티 오피스에서 개최되었습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는 연구원에서 수행 중인 다양한 연구 및 국내 자연재난 대응 체계에 대한 발표를 하였고, 미국은 괌의 자연재난 상황 및 관리 방안, 자연재난 예측 방안 등을 발표하였습니다. 

필자는 5번째 발표자로 구체적인 발표 내용은 연구원에서 보유 중인 세계 최대규모의 가변형 급경사지 붕괴(산사태) 시뮬레이터를 소개하였습니다. 또한 이를 이용한 급경사지 계측관리기준 개발과 전국단위 급경사지 재해 위험지도 구축 및 시스템 개발 등에 관한 주제로 발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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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발표와 관련하여 미국 측 관계자들은 산사태 피해, 전조현상, 대처 방안 등의 주제보다 급경사지 시뮬레이터에 관심이 많았으며 특히 시뮬레이터 제작 방법, 실험 방법, 회차당 실험 비용 등의 문의가 있었습니다. 이는 괌이 화산폭발로 생긴 섬으로 연평균 강수량(약 2,400mm)은 높지만 월별 강우량 차이가 크지 않으며, 평균고도도 약 400m의 기후 및 지형입니다. 

따라서 강우 및 지형·지질로 인한 산사태가 극히 적은 특징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제주도는 비슷한 이유로 산사태 및 급경사지 붕괴 등의 토사재해가 거의 없는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괌은 지진과 화산 활동이 왕성한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해 있어 크고 작은 지진이 잦아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 발생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례로 1993년 8월 9일 괌 인근에서 진도 8.2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여 건물 붕괴 및 산사태로 최소 50명이 사망하는 재해가 발생하였습니다. 양 측은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 등의 주제는 다음 워크숍에서 논의하기로 협의하였습니다. 


7월 27일 오전에는 괌에 위치한 해양대기관리청을 방문하여 전 세계 날씨 상황, 날씨예보 과정 및 최종 결정 방법, 괌스콜 예측 등에 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최근 국내·외에서 인공위성을 활용한 산사태 예측 및 적용 등에 관한 연구도 추진 중이며, 해당 기술도 활용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산사태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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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정기적 워크숍 개최 등을 위한 향후 계획을 논의하고 2박 3일간의 공동 워크샵을 마무리한 후 한국으로 귀국하였습니다. 바쁜 일정이였지만 본 워크숍은 각국의 재난과 안전에 대한 기술 및 정책을 공유하고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라 보람된 워크숍이 였습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지반재난연구팀에서는 실증실험 기반 지반재난 관리기준 개선 연구에 이어 2021년부터 급경사지 붕괴, 산사태, 토석류 등과 같은 토사재해로 피해가 예상되는 주거지의 취약주택·요소에 대한 평가 관리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지반공학회 회원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엔데믹 시점에 국내·외 지반공학 전문가와의 대면을 통한 다양한 협력 및 발전을 기대하며, 필자의 흙, 돌 그리고 나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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