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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석 호
University of Waikato
Lecturer
(seokho.jeong@waikato.ac.nz)

                      


뉴질랜드는 태평양판과 인도-호주판의 경계에 위치하여 지진과 화산활동이 매우 활발하다. 특히 지난 10년간 2010년 규모 7.1 캔터베리 지진, 2011년 규모 6.2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2016년 규모 7.8 카이코우라 지진 등 수많은 강진으로 인해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그 외에도 여러 크고 작은 지진들이 발생했고, 그러한 경험과 복원을 위한 계속된 노력을 통하여 뉴질랜드인들에게 지진은 어느덧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뉴질랜드인들이 체득한 교훈들 중에 하나는 재난 발생시 사회 전체가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하여, 최근 들어 재난 관련 연구분야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를 꼽으라 한다면 회복 탄력성(Resilience, 리질리언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사회 단위에 적용하였을때 이 개념은 재난 발생시 사회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재난 발생 후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 기능을 복원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물론 개개의 건물이나 시설물들을 지진에 잘 버틸수 있게 만들어 직접적인 피해를 최소화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지진 피해 발생시 지역 사회 전반의 피해를 최소화 하고 효율적인 복원이 이루어질수 있도록 교통망, 전력망, 상하수도망, 통신망 등 기반시설의 기능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곳에서 지진피해들을 겪으면서 널리 알려지고 있는 사실이며,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회복탄력성에 주안점을 두는 연구활동들이 자연스럽게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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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반시설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지반공학 분야도 지진재난 회복 탄력성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예를 들어 지진의 강도는 해당 지역의 지반 특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지진 재해를 보다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지반 탄성파 속도 모델, 지반 고유주기 지도, 기반암 깊이 지도 등이 필요하다. 또한 산사태, 액상화 등에 효율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취약 지역이나 취약 시설물 등의 파악이 필요하고 따라서  액상화나 산사태 등의 지반재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재해지도 및 예측 모델 등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현장실험 및 수치해석을 통한 부지 효과 해석 및 예측

        

지진 발생시 지반운동의 강도와 지속시간은 해당 관측소 인근 지역의 지형 및 지질 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이를 부지효과(site effects) 라 한다.


부지효과 중 지진 발생시 퇴적분지 내에서 파동이 증폭되고 반향에 의해 지속시간이 길어지는 현상을 분지효과(basin effects) 라 하며, 수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1985년 멕시코 시티 지진은 이러한 분지효과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 할수 있다. 분지지형과 지진 피해와의 상관 관계는 최근 수년간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지진들을 비롯한 세계 여러 지진들에서 종종 관측되어 왔다.


또한 지진파가 굴곡진 지표면에 접근하면서 입사파와 반사파 그리고 모드 변환에 의해 발생한 표면파 등의 간섭 현상으로 언덕 위 또는 고지대에서 지반운동이 증폭되는 현상을 지형효과(topographic effects) 라 한다. 2010년 규모 7.0 아이티 지진 당시의 몬타나 호텔 붕괴사건은 이 지형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으며, 크라이스트 지진 당시에도 포트 힐즈 지역 고지대에 상대적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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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는 2018년 10월 토마루누이(Taumarunui) 지진 당시 와이카토 대학과 인근의 암반 지역에 설치된 지진계에서 계측된 파형을 통해 해밀턴 분지 내에서 발생하는 지진파의 증폭 및 공진 현상을 보여 준다. 약 1 킬로미터에 가까운 퇴적층 위에 위치한 와이카토 대학 에서 계측된 지반 운동은 최대 속도를 기준으로 암반 관측소(TOZ) 에 비해 4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진동이 2분 이상 지속되는 것을 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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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는 지진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계측된 지진지반운동을 이용하여 특정지역의 경험적 전달함수(암반지역의 기준관측소에 대비한 지반운동의 증폭량을 표현하는 함수) 를 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방법은 실제 계측된 지반운동을 바탕으로 지역의 지진파 증폭 현상을 보다 정확히 추정할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실제 지진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지진이 빈발하지 않은 판내부지역에서는 적용에 어려움이 있으며 여러 현실적인 제약들로 인해 널리 쓰이지는 않고 있다.


우리 연구진은 뉴질랜드 타 대학의 연구진들과 협력하여 와이카토, 오타고 등 지진이 빈발하지 않는 지역에서의 지진 재해 예측 기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진이 빈발하지 않아 계측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천부지각 모델, 분지 모델, 그리고 활성단층 모델을 적용하여 시나리오 기반 지반운동 시뮬레이션으로 지반운동의 생성이 가능하며, 추가적으로 1차원 및 2차원 부지 응답 해석을 통하여 특정 지역의 지형 및 지질특성을 생성된 지반 운동에 반영할수 있다. 또한,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 지역에서도 상시미동 측정 자료를 바탕으로 경험적 전달함수를 획득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물리탐사법을 이용한 분지 모델 개발 및 단층대 조사


지형 및 지질 조건이 지진의 강도와 지속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여 설계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정밀도가 높은 수치화된 분지 모델이 필요하다. 특히 멕시코 시티, 캔터베리, 와이카토 등 퇴적층이 깊은 곳에서는 장주기파가 증폭되고 지진파의 지속시간이 상당히 길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현상을 효과적으로 예측하여 설계 및 해석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기반암층까지 도달하는 대심도의 분지모델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반공학에서 일반적으로 주로 쓰이는 시추공을 이용한 지반 탐사는 비용, 탐사 가능 심도 등 여러 측면에서 1 킬로미터를 초과할수 있는 대심도의 분지모델을 개발하는데는 효율적이지 않다.


뉴질랜드에서는 크라이스트 지진 이후 캔터베리 지역을 시작으로 지진 재해 해석 및 지반 운동 수치 모사에 적용하기 위한 분지모델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다. 이러한 분지모델들은 기존의 자료들과 여러 지반탐사 자료를 조합하여 만들어지며, 기존 자료들에서 얻기 힘든 대심도의 탄성파 속도와 기반암 심도는 주로 수평-수직 스펙트럼비(HVSR) 방법 이나 표면파 탐사법을 이용하여 구하고 있다.


최근들어 우리 연구진은 와이카토 지역의 해밀턴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는 와이카토 분지의 수치 모델 및 단층대 지도 개발에 착수했다. 그림 3은 HVSR을 이용한 와이카토 분지의 고유주기 지도 및 상관관계를 이용한 기반암 심도 지도를 보여 준다. 지반의 고유주기는 기반암 심도에 비례하며 따라서 고유주기의 급격한 변화는 단층대에서 나타나는 기반암 심도의 급격한 변화와 관계가 있다. 그림 3은 최근에 알려진 와이카토 지역의 단층대 위치와 고유주기의 변화가 급격한 곳이 대략적으로 일치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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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지 내부에 위치한 단층대는 퇴적층에 뭍혀있으므로 파악이 쉽지 않으나, 전 세계적으로 많은 지진들이 기존에 파악되지 않은 단층대에서 발생하고 있다. 2010년 캔터베리 지진과 2011년 크라이스트처치 지진도 그러했으며, 와이카토에서 최근 발견된 단층대 또한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본 연구의 결과는 상시미동 HVSR 이 단층지도 제작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특히 저비용으로 단시간에 단층대의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와이카토 지역과 와이카토 대학교

        

1964년에 교육대학으로 개교한 와이카토 대학교는 해밀턴과 타우랑가에 캠퍼스를 가지고 있는 학생수 만명 정도 규모의 종합대학이며, 역사는 길지 않으나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높은 피인용율을 자랑하는 연구중심의 대학이다.


뉴질랜드 북섬 내륙의 농업지역인 와이카토에 위치한 해밀턴은 인구와 경제 규모면에서 뉴질랜드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이다.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에서는 차로 약 1.5시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 촬영지인 호비튼 무비 세트, 글로우웜으로 유명한 와이토모 동굴, 서핑으로 유명한 래글런 등이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지열지대와 마오리족 문화로 잘 알려진 로토루아, 그리고 아름다운 해변과 해산물로 유명한 베이 오브 플렌티 지역이 멀지 않아 차로 조금만 이동하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찾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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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정석호 교수는 창원대학교 토목공학과 졸업 후, 유럽의 Erasmus Mundus 프로그램을 통하여 지진공학 및 공학지진학 석사학위(Grenoble Alps University/University of Pavia/University of Patras) 그리고 미국 조지아공대(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에서 지반공학 박사학위를 취득 하였다. 이후 뉴질랜드 캔터베리 대학교(University of Canterbury) 및 QuakeCoRE 연구센터 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였으며, 현재 와이카토 대학교(University of Waikato) 에서 토목공학 전공 조교수(Lecturer) 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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