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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양성원

연세대학교 OB 남성합창단
(GLEE CLUB) 지휘
(ssgtyang@hanmail.net)


고통으로 피운 꽃, 그리고 평온함

<토지> 작가 박경리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몸에 어디가 쑤시고 아프지 않으면 안 돼요. 심지어 치통이라도 있어야 글이 써집니다.”


7년만의 혹독한 강추위로 전국이 얼어붙고 곳곳이 동파되었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았던 겨울이었다. 그리고 내 머리 속에서는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떠올랐다. 30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비법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지만,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주장 하나가 있다. 그 열쇠는 바로 18세기 당시의 혹독하게 추웠던 날씨라는 것이다. 바로 그 추위가 촘촘한 나이테와 밀도 높은 나뭇결을 만들어냈고, 바로 그 나무가 소리와 음정이 매우 균일하고 더없이 평온한 명기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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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파리’(kleines Paris) 라이프치히는 멘델스존, 바그너를 비롯하여 괴테, 니체 등 독일의 그 많은 지성들이 활동했던 ‘독일의 정신적 수도’이다. 그 가운데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였던 요한 세바스챤 바흐(J.S.Bach; 1685~1750)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38세(1723)부터 죽을 때까지 27년간을 이곳에서 살며 곡을 썼다고 한다. 이곳이 일명 ‘바흐슈타트’(Bachstadt; 바흐의 도시)로도 불린다 하니, 참 그럴 만하다.


하지만 그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았던 것 같다. 시 당국에서 원했던 ‘칸토르’(음악감독)는 천재적인 오르가니스트가 아니라, 적당한 실력으로 당국의 요구에 순응하는 이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당국과 자주 부딪히면서, 자신의 음악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그들을 위해 음악감독 노릇을 해야 했던 게 현실이었다는 얘기다.


한편 2번의 결혼을 통해 얻은 20명의 자녀들 중 10명을 잃은 아픔, 또 남은 10명에 대한 부양의 압박감, 그런 가운데 음악을 관료직 유지 수단으로 삼아야 했으니 오죽했을까? 자신의 이상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바흐를 생각해 본다면, 그 모든 상황들이 그야말로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을 것이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겪었을 고통들은 자연스레 창작의 죽음이라는 불안과 공포로 바흐에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오히려 역설적이게도, 그 불안과 공포를 떨치고 살기 위해서 더욱더 창작에 전념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동시에 겹친다. 라이프치히 시대가 그의 창작에 있어서 매우 활발한 시대였다고 하는데, 바로 그런 이유에 기인하는 게 아닐까? ‘불안’(Angst)하기에 살아남고자 하는 열망으로 생명체들은 더욱더 ‘꽃피우게’(blüte) 된다고 생물학자들이 말한 ‘앙스트블뤼테’(Angstblüte)를 떠올려봄 직하다.

 

얼마 전에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에서 정현 선수가 남자 단식 준결승에 올라 화제가 되었다. 그 효과로 한 대기업 쇼핑몰에서는 테니스 관련 매출이 50%나 증가하고, 일반인들의 테니스 강습도 늘어나는 등, 유통가가 매우 분주하다고 한다. 지인들과 한참동안 이런 얘기를 나누던 중, 어느 후배의 한 마디가 내 귀에 쏙 들어왔다; “한동안 지나고 나면 중고 테니스 라켓이 엄청 나오겠는데요...!”


순간, 십 수 년 전에 어느 잡지에서 본 한 기사가 떠올랐다. 매년 1월이 되면 담배 매출이 급감하는 반면, 영어교재 판매는 급증한다고 한다. 하지만 두어 달 남짓 그 겨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담배 매출은 원상복귀를 넘어 오히려 상회하기 일쑤인 반면, 온갖 중고 영어교재 물량이 잔뜩 쏟아진다고 한다.


우리는 화려하고 멋지게 보이는 것들에 쉽게 흥분했다가, 그리 오래 못 가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그리곤 잠시 허탈한 웃음 한 번 짓다가,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가 버리곤 한다. 멋쩍은 웃음이 입가에 스친다.


열정은 불안을 먹고 자라고, 흥분은 화려함을 먹고 자란다. 열정은 내 속에서 스스로 일어나는 불꽃이고, 흥분은 내 밖의 자극에 일어나는 불꽃이다. 열정은 태울수록 더욱 강렬해지며, 흥분은 강렬히 불붙었다 곧장 꺼져버린다. 열정은 모든 것을 태운 뒤 고요함과 평온함으로 다가오고, 흥분은 꺼져버린 뒤 공허함으로 남아 불안과 공포로 밀려온다. 우리가 쫓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불안과 공포까지도 모두 태워버릴 ‘열정’일까, 아니면 결국 불안과 공포로 남을 ‘흥분’일까?


추운 지방 나무는 나이테가 촘촘하며 강도가 높고, 더운 지방 나무는 무르고, 물가에서 빨리 자란 나무는 그 속이 푸석푸석하고, 자갈밭에서 자란 것은 나이테가 갈라져있다고 한다. 그 혹독한 추위를 생명에 대한 열정으로 이겨낸 그 나무는 마침내 스트라디바리우스의 평온한 소리로 다시 태어났을 것이라 이해해보는 데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바흐 또한 바로 그 열정으로 모든 고통을 불태우고 평온함에 이르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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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수많은 곡들 중에서, 그 제목에서부터 평온함을 가득 전해주는 곡이 있다. ‘사냥 칸타타’ BWV 208 가운데 있는 목가풍의 소프라노 아리아 ‘양들은 편안히 풀을 뜯고’(Sheep May Safely Graze)이다. 이 곡은 목동이 잘 돌보는 가운데 양들은 평화로이 풀을 뜯을 것이며, 통치자가 잘 다스리는 중에 백성들은 평화와 휴식을 느낄 것이라는 비교적 심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다 ‘칸타타’란 어떤 형식이고, 언제, 누구를 위해 쓰여진 곡이고 하는 등의 설명은 그만 두기로 한다. 오히려 거추장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런저런 생각들은 모두 내려놓고 그저 평화로이 감상하는 게 정답이다.


긴 겨울 지난 후 부드럽고 상쾌하게 뺨을 스치는 밤공기가 더없이 기분 좋은 계절이다. 이에 더해, 오늘 밤에는 이 음악으로 잠을 청해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파울로 코엘료의 <아크라 문서>에서 콥트인은 이렇게 말한다. ‘성공’이란 무엇인가? 당신의 영혼이 평화로운 상태에서 매일 밤 잠자리에 들 수 있는 것이다.”

 

  음악감상


 ♬ 바흐, 사냥 칸타타 BWV208 중, “양들은 편안히 풀을 뜯고” by 소프라노 Susanne Rydé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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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철 주

강원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cj32@kangwon.ac.kr)


우리의 가까운 미래, SF 소설


몇 년 전부터 SF 소설을 즐겨 읽고 있다. 잠자리에서 SF에 대한 이런저런 몽상에 빠지면서 잠들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아직은 SF 소설을 타인에게 설명할 수준은 못되고 그저 그 동안 읽어 온 책들을 중심으로 가볍게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SF 소설을 통해 우리는 무궁무진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다양한 세상을 그려볼 수 있으며, 이는 특히 청소년들의 창의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3대 SF 작가라고 하는 아서 클라크(미래학자), 아이작 아시모프(교양과학저술가), 로버트 하인라인(소설가)의 소설은 물론이고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로 대표되는 통속적인 SF 소설도 많이 읽었다.


클라크 및 아시모프의 소설은 일종의 클래식 음악이고, 기타 SF 소설들은 대중음악이라고 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 같다. 클라크의 경우 미래를 앞서 본 선구자로 인정되는데 1968년 발간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읽어보면 도저히 50년 전의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작가의 생각이 수십 년은 앞서 있다.


소설 속에는 [HAL 9000] 이라고 불리는 인공지능이 등장하는데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정도로 지능이 높다. 아폴로 13호의 지휘선과 미항공우주국(NASA)가 2001년에 쏘아 올린 무인 우주 탐사선의 이름이 바로 [오디세이]였다는 점은 이 작품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약 70년전 정지궤도 위성의 존재를 클라크가 소설 속에서 예측한 바 있다. 그밖에도 작가는 우주 엘리베이터를 상상하는데 이는 일본의 한 기업이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긴 했으나 아직까지도 건설되지는 못하고 있다. 작가는 40여년 전 미래에는 지구 어디서나 쉽게 지인들과 연락할 수 있고 업무도 아무데서나 볼 수 있을 거라고 예측했으나, 원숭이를 유전자 조작을 통해 노예로 만들어 일을 시킨다는 것은 틀렸다. 아시모프는 수많은 과학서적을 저술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대표적인 SF 소설로는 [파운데이션 시리즈]와 [로봇 시리즈]가 있다. 특히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은 널리 알려져 있다.


클라크 및 아시모프의 소설은 감탄을 금할 수 없을 정도의 선견지면과 독창성이 있긴 하지만 가독성이 낮은 편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는 어렵다(필자는 아직도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절반 밖에 마치지 못했다). 이에 비해 하인라인은 그냥 SF 소설가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스타십 트루퍼스]는 영화로도 크게 성공한 바 있을 정도로 그의 소설은 특별한 어려움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아래의 클라크 및 아시모프의 법칙은 깊이 음미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서 C. 클라크의 [과학 3법칙]
- 제1법칙: 어떤 뛰어난, 나이 든 과학자가 무언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면 그는 틀림없이 옳다. 그러나 그가 무언가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면 그는 거의 틀렸다.  
- 제2법칙: 어떤 일이 가능한지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불가능의 영역에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 제3법칙: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
- 제1원칙: 로봇은 인간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위험에 처한 인간을 방관해서도 안 된다.
- 제2원칙: 1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반드시 복종해야 한다. 
- 제3원칙: 1, 2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로봇은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위의 3대 거장의 작품에 비해 통속 SF 소설은 쉽게 읽을 수 있으며 할리우드 영화로도 많이 나와 있다. 래리 니븐의 [링월드]에는 미지의 행성을 둘러싸고 있는 다이슨구(Dyson sphere, 어떤 항성을 완전히 둘러싸서 그 항성이 내보내는 에너지 대부분을 받아 쓸 수 있는 가설상의 거대구조이다)로 알려진 거대 인공구조물이 등장하는데, 책이 출간된 이후 MIT 학생들이 “링 월드의 궤도는 불안정하다” 고 주장하면서 링월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논쟁을 벌인 바 있다. 이에 작가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당초 계획에는 없던 후속작을 집필한 일화가 있다. 컴퓨터 게임인 헤일로(Halo)는 링월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양한 SF 소설, 영화 등에서 다이슨구가 등장한다.


1990년대 초 일본의 [은하영웅전설]을 우리말로 무단으로 번역한 책이 큰 인기를 누린바 있을 정도로 일본의 SF 는 매우 뛰어나며(몇 년전 정식판권을 구입한 후 재출간 되었다), 최근에는 중국 SF 작가의 급성장이 두드러지는데 SF 소설의 노벨문학상이라 할 수 있는 휴고상(Hugo award)을 2015-16년 연속 중국인 작가가 수상하고 있다. 특히 류츠신의 [삼체, 三體]는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이 추천한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필자가 이를 읽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주로 영미권, 일본 그리고 러시아 문학권을 제외하고 뛰어난 SF 소설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류츠신의 [삼체]는 중국의 SF 소설을 순식간에 세계적 수준으로 급상승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그에 비해 국내에도 여러 SF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리 큰 주목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얼마 전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를 통해 유명해진 정현 선수가 [갓 오브 블랙필드]라는 전쟁 판타지 소설(넓은 의미로는 SF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을 즐겨 읽고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소설은 아니지만 에리히 폰 데니켄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신들의 전차]로 대표되는 [고대우주비행사 이론, ancient astronauts theory, 고대에 우주인이 지구를 방문하여 초고대문명을 창조했다는 이론]이 있는데 필자는 과거 이에 심취해서 관련된 다양한 책을 많이 읽었다. 최근 국내에서 몇 권의 저작이 번역된 제카리아 시친의 원서를 특히 많이 읽었다. 시친은 데니켄과는 달리 고대우주비행사 이론을 학술적인 견지에서 설명하려고 노력하였다. 국내에선 초고대문명을 다룬 그레이엄 행콕의 [신의 지문]이 90년대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적들이 논리비약과 왜곡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요사이는 거의 읽지 않지만, 심각한 생각을 잠시 접고 이를 그냥 SF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기는 하다.


몇 년 전부터 나도 SF 소설 한번 써보자 라는 마음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 학술논문 쓰는 것 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 같다.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황당하고, 유치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부끄러움을 감수하면서 아래와 같이 기본적인 줄거리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고자 한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1. 만능 동시통역기 개발
외국어를 거의 실시간으로 완벽하게 통역하고 외국서적을 모국어로 읽어주는 기계가 개발되어 언어의 장벽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세상의 이야기. 하지만 요즘 구글 같은 곳에서 실제로 이런 제품이 출시되고 있어서 이 아이디어는 포기했다.


2. 마늘 먹는 사람들
어느날 알 수 없는 대재앙이 발생하여 지구에서 마늘이 멸종되었다. 단지 연구목적으로 극비리에 보관해 오던 종자만 극소수 남아 있어서, 이를 완전히 밀폐된 무균실에서 소량 재배하여 권력을 가진 소수의 특권층만이 독점하는 사회가 있다. 고대 이집트부터 마늘은 건강식품이란 인식이 있었듯이 어느 날부터 마늘은 권력의 상징이 되었고 나중엔 아예 만병통치약으로 인식되고 있다. 서민들은 마늘을 먹을 수 있는 경제력을 과시하기 위해 거액을 투자하여 마늘을 먹는데 어떤 사람은 굳이 생마늘을 먹으며 냄새를 풍기면서 다닌다. 다행히 멸종되지 않은 대파 및 양파라도 대신 먹고 행복함을 느끼는 서민들이 애처로워 보인다.


3. 우리는 그렇게 버려졌다.
태양계 밖 외계인이 자신들 행성의 자원이 고갈되어 지구의 자원을 채취하기 위해 약 20만년 전 지구를 방문했다. 하지만 지구의 대기가 그들에겐 치명적이라서 본인들이 직접 작업을 하기는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아프리카에 착륙하여 유인원 수십 마리를 생포하고 이들에 대한 광범위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지능을 향상시켜 노예로 삼아 금을 채취하였다. 이 과정에서 유인원은 불, 언어, 도구사용 등을 배우게 되었다. 외계인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만큼의 금을 채취한 후 미련 없이 지구를 떠나고, 급격히 똑똑해진 유인원들이 현 인류의 조상으로 등장하게 되었다(이는 고대우주비행사 이론의 근간을 이룬다).


4. 궁극의 무기
2050년 무한경쟁이 이어지고 상호불신이 심화되고 있는 통일한국과 중국이지만 원자폭탄을 이용한 핵공격은 상호확증파괴(MAD, mutually assured destruction) 원리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어떤 나라가 선제공격을 받아 설령 지휘부가 전멸하더라도 적국에 자동으로 반격하여 전멸시킬 수 있는 MAD 시스템에 의한 것이다. 전략연구소에 근무하는 최고의 엘리트들이 다양한 전략을 수립해도 도무지 적국을 공격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중국에서 직경 50~500m 정도의 소행성을 포획하여 불시에 적국으로 낙하시키는 기술이 극비리에 개발되었다. 이 정도 규모의 소행성 낙하로는 6,500만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것으로 알려진 크기 10~20km 정도의 소행성 충돌과는 달리 범지구적 피해를 발생시키지는 않으며, 그 피해가 국부적인 지역에만 한정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적국의 천문학자가 충돌을 빨라야 수일 전에나 겨우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적국이 손쓸 수 없는 최고의 비밀무기가 되었다.


그리하여 중국은 서울의 중심부에 크기 250m 급 소행성을 초속 50km 로 낙하시켰다. 또한 며칠 후엔 서해바다에 비슷한 크기의 소행성을 다시금 떨어뜨려 최대높이 50m 의 쓰나미가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한국이 완전히 멸망하지는 않았지만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여 국가권력 및 군대가 붕괴되어 사실상 중국에게 점령당하고 모든 핵무기 및 대량살상 무기가 대부분 폐기된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한국의 천문학자들은 그 당시 소행성 궤적에 대한 자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천체물리학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의심스런 점을 발견했으나, 이미 한국은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5. 단단한 금속
시추기술의 발달로 인류최초로 고온/고압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맨틀을 관통하여 지하 500km 까지 굴착 가능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기존 지질학에서 예측했던 것 이상으로 엄청나게 단단한 금속재료가 발견되었는데 그 밀도가 무려 50g/cm3 이상이다. 또한 강도, 강성, 내구성 등 각종 공학적 성질이 기존 재료의 10~20 배로 향상되었다. 이를 통해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첨단 제품 등이 생산되고, 구조물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또한 새로운 형태의 귀금속이 개발되어 금이나 다이어몬드가 그저 단순한 돌덩어리가 될 줄 누가 알았으랴. 그러나 이에 대한 시추, 자원 채취, 가공기술 등을 영미권 국가들에서만 독점하여 기타 국가들은 점점 기술의존적이 되어가고 그에 따라 불만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그 기술은 극소수의 기술자만 알고 있으며 문서로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탈취하려는 한국 스파이들의 활약상을 다룬다.


6. 대륙간 초 대심도 터널
초 고열을 발생시키는 핵융합 기술을 이용한 초 대심도 터널굴착 기술이 개발되었다. 이때 터널 주위의 암반은 순식간에 액화되었다가 식으면서 굳어져서 불연속면이 존재하지 않는 연속체 성격의 안정적인 암반구조가 형성되므로, 별도의 보강 공법이 필요하지 않아 하루 약 10km 정도 굴진이 가능하다. 또한 이 과정에서 채취된 물질은 적절한 처리를 거쳐서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여기에 하이퍼루프 터널기술이 접목되어 시속 5,000km의 초고속 기차가 개발되어 전 세계 주요도시가 1일 생활권으로 연결되었다.


(사족) 대체역사 소설인 [비명을 찾아서]로 유명한 복거일 작가는 사실 SF 소설도 쓴 적이 있는데[파란 달 아래], 아래의 사이트에서 SF 소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일독을 권한다.
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5&mcate=M1001&nNewsNumb=20141216275&nidx=16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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