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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KAIST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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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선

원광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부교수






1. 서론


우리나라에서 내진설계는 1960년대 원자로 및 발전소를 시작으로 1988년에는 건축물의 내진설계 개념이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1995년 일본 효고현 남부지진(고베지진)을 계기로 모든 시설물의 내진설계기준에 대한 상위개념 정립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건설교통부에서는 1997년 ‘내진설계기준연구 II’를 발간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지진파의 지반응답특성을 반영한 설계응답스펙트럼의 적용이 시작되었으며 이는 지반응답해석(SHAKE해석), 내진해석을 위한 지반물성치 획득방법 등 지반내진공학의 기술발전을 위한 중요한 시발점 이였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1997년 여러 대학의 교수, 연구원이 참여하여 설립된 서울대학교 지진공학연구센터는 우리나라 내진설계 기술의 중심 연구기관 역할을 담당하며 지반응답해석, 현장탄성파시험, 공진주시험, 액상화 평가를 위한 실내시험 등 지반내진공학의 근간이 되는 기술개발 및 현업전파의 성과를 이루어 냈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지반내진설계 분야에서는 지반공학회 지반진동위원회를 주축으로 현재 적용되고 있는 시설물별 내진설계기준의 토대를 마련하였는데, 대표적으로 1999년 해양수산부에서 발간한 ‘항만 및 어항시설의 내진계 표준서’는 당시 적용 가능한 지반분야의 모든 내진설계기술(지반응답해석, 입력지진파의 선정, 액상화 평가, 말뚝 및 사면의 내진설계 등)을 폭 넓게 수록하여 내진설계에 생소한 현장 지반공학 실무자들이 참조할 수 있는 기준 안내서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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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발간된 내진설계기준 상위개념은 2009년 제정된 지진·재해대책법에 근거하여 2017년 행정안전부 내진설계기준 공통적용사항으로 개정·공표되었으며, 후속작업으로 내진설계일반(KDS 17 10 00) 및 하위 시설물별 내진설계기준이 제·개정 중에 있다. 2017년 공표된 내진설계기준 공통적용사항은 1997년 이후 축적된 연구결과에 기반하여 우리나라의 기반암 깊이와 지반조건을 고려한 지반분류(S1~S6)를 도입하고 그에 따른 설계응답스펙트럼을 제시하였다. [표 1, 2] 또한, 성능기반 내진설계개념을 확대 도입하여 비선형응답이력해석 등 최신해석 및 설계기술의 적용이 가능토록 하였다.


2016, 2017년 발생한 경주, 포항지진은 2017년 개정된 내진설계기준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중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당시 계측된 지진 및 피해조사 자료는 국내 내진설계기준의 검증 및 기존 시설물의 내진성능에 대한 평가를 위한 유용한 기초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내진설계기준 공통적용사항에 따른 시설물별 설계기준은 아직 현장실무에서 완벽하게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현업에서는 성능기반 내진설계개념의 도입, 내진성능평가방법, 스펙트럼매칭에 의한 입력지진파의 선정, 비선형응답이력해석 방법 등 최신 내진설계기법의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지반공학회 지반진동위원회에서는 당초 금년 봄 “현장 실무자를 위한 지반구조물 내진설계 및 성능평가기법”이란 주제로 기술강습회를 개최할 예정 이였으나, COVID-19 확산으로 인하여 8월  27일(목)~28(금)으로 연기된 바 있다. 


따라서, 지반진동위원회에서는 본 기술강좌 연재를 통해서 예정된 기술강습회에 앞서, 기술강습회의 주제인 지반구조물의 내진설계 및 성능평가방법에 대해서 총 5회에 걸쳐 간략히 소개하는 지면을 마련하였다[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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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반구조물의 내진설계


시설물의 설계는 발생 가능한 하중들의 조합에 대한 검토로 이루어진다. 하중조합은 크게 상시하중조합과 지진시 하중조합으로 구분되며, 각각의 하중조합에 대한 해석으로 얻어지는 최대응력 또는 힘의 평형에 대한 최소 안전율을 야기하는 하중조합에 대한 설계가 이루어진다. 1997년 내진설계기준에 따르면 상시하중조합에 의한 설계단면 결정이 일반적 이였으나, 개정된 내진설계기준을 적용시 지진시 하중조합에 의한 설계단면의 결정도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현장 실무에서 내진설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반내진공학에서 내진설계는 크게 다음과 같이 구분될 수 있다. 우선, 지반위에 위치한 시설물의 내진설계를 위한 설계지진가속도를 제공하여야 하며, 지중 구조물의 경우 지반의 상대변위로 발생하는 지진하중이 필요하다. 지반구조물의 경우 한계상태 평형해석을 위한 지진계수(kh)가 제공되어야 하며, 액상화 평가는 시설물의 유무와 관계없이 시행하여야 하나, 액상화 발생여부와 액상화 후 거동에 의한 피해 예측는 별개의 사항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상기 하중조합에 근거한 내진설계기법은 시설물의 지진발생시 실제 거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단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상시하중조합 또는 지진하중조합에 대하여 유사정적기법으로 설계된 중력식 옹벽은 지진시 안정하다고 평가되나, 변위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은 담보할 수 없다. 또한, 하중조합에 근거한 설계기법은 중첩의 원리(Superposition theory)에 따라 재료는 선형탄성영역 내에서 거동하여야 하는 전제조건을 따라야 하나, 이는 내진설계기준에서 제시하는 성능수준(소성거동을 허용하는 붕괴방지 수준)을 평가할 수 없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최근 도입되고 있는 성능기반내진설계(Performance based design in earthquake engineering)에서는 상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진시 거동은 별도로 Push over해석 또는 비선형 시간이력해석을 도입하고 있는 추세이다.


내진설계를 위해서는 우선, 지진하중을 받는 지반의 동적하중에 대한 비선형 거동특성을 파악하여야 한다. 이를 위한 현장탄성파 시험, 실내시험은 내진설계가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국내기술이 정립되어 활용되고 있으며, 시험방법과 함께 도입된 등가선형해석기법은 내진설계를 위한 기본해석기법으로 정립되었다. 그러나, 액상화 해석을 포함하는 비선형응답이력해석, 지반-기초-구조물 상호작용 해석의 실무 보급은 향후 내진설계기준의 발전을 위하여 선결되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지반내진공학 연구를 위하여 2009년 준공된 KOCED 지오센트리퓨지 실험센터는 지난 10년간 원심모형시험을 통해 계기지진 계측기록 및 지진피해사례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KOCED 지오센트리퓨지 실험센터에서는 최대 원심가속도 130g까지 재하가 가능한 실험장비를 구축하여, 목표원심가속도 하에서 최대 0.4g의 지진하중 재하가 가능한 진동대, 수평지반 묘사를 위한 ESB(Equivalent Shear Beam)토조 등을 이용하여 지진시 지반구조물의 거동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실험자료를 제공하고 있다[그림 1]. 


현재 원심모형시험을 포함, 여러 최신기술을 활용한 진보된 내진설계기준의 도입을 위해 여러 연구자들이 노력 중에 있으며, 2020년 현재 내진설계 기술개발을 위해 진행 중인 국가연구개발과제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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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반함몰 및 액상화에 관한 지하안전 위험도 평가 고도화 기술 개발, 국토해양부('18~'22)

2) 항만 및 어항설계기준 고도화를 위한 성능기반 내진설계기술의 개발, 해양수산부('15~'20)

3) 노후 도로시설의 내진성능 관리 기술, 국토해양부('18~'21)


향후 내진설계기준은 성능기반 내진설계기준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위해서는 지반 및 구조물의 소성거동을 포함하여 지진 시 거동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개발 중인 해석 및 설계기술은 동적원심모형을 포함한 여러 방법을 이용하여 검증되어야 하며, 검증된 기술은 향후 시설물별 KDS기준에 반영될 예정이다. 외국의 내진설계기준은 성능기반 내진설계기준을 넘어 지진 후 개별시설물을 연계한 사회 기반시설의 재난 회복성 평가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지반공학회에서는 지반진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반지진공학 분야의 최신기술 개발에 대응하여 우리나라 내진설계기술의 기준 및 성능평가요령의 발전을 위한 여러 활동을 진행 중에 있다.





3. 내진성능평가


우리나라에서는 지진 및 화산재해 대책법에 근거하여 33종의 법정 시설물에 대한 내진성능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시설안전공단에서는 2017년 내진설계기준 공통적용사항의 개정사항과 2016, 2017년 발생한 경주, 포항지진으로 인한 기존시설물의 지진 안정성 검토 요구를 반영하여 내진성능평가요령 정비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기존시설물에 대한 내진성능평가는 신규시설물의 내진설계와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기존시설물의 내진성능평가는 현재 안정적으로 운영 중인 시설물이 보장할 수 있는 최대 지진력의 크기를 검증하는 절차로, 지진 시 시설물이 보유한 안전율 여유분을 소진하며 붕괴방지 또는 기능수행 등의 성능수준을 만족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기존 내진설계기준이 아닌 ‘기존콘크리트 구조물의 안정성 평가기준 (KDS 14 20 90)’ 등에 기반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부분의 내진성능평가는 변경된 내진설계기준을 따른 설계과정의 반복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성능수준 확인, 정확한 내진보강 부위의 결정 등 성능평가 결과에 기반한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실정이다. 또한, 기존시설물의 기능수행수준 검토를 위해서는 구조요소 뿐만 아니라 비구조요소에 대한 검토방안이 별도로 마련되어야할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설물의 현재 상태를 반영한 하중조건, 내하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붕괴방지 수준에 대한 검토를 위해서 지반-기초-구조물 상호작용을 고려할 수 있는 비선형 응답이력해석(소성해석)이 필요하다. 나아가, 내진성능평가에 적용되는 여러 해석기술은 성능기반 내진설계기준의 도입을 위한 기술로 활용되어 우리나라 내진설계기술의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 할 수 있을것으로 기대된다.





4. 결 언


우리나라 지반내진공학 기술은 1997년 법정시설물에 대한 내진설계가 의무화된 이후로 지반공학회의 주도하에 놀라운 발전을 이룩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2017년 개정된 내진설계기준의 적용과 2016, 2017년 발생한 경주, 포항지진 이후 지진재해 안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하여 지반공학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토목 시설물 외에도 건축물 등 여러 분야에서 지반내진공학의 역할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현장 지반공학 엔지니어의 주도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내진설계 및 성능평가는 고도로 훈련된 지반공학엔지니어의 참여가 필요한 분야로, 고난이도 역무에 상응하는 기술용역의 현실 대가 반영은 학회차원의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지반내진공학 기술발전의 현장 접목을 위해서는 학계와 업계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며, 이를 위하여 한국지반공학회와 지반진동위원회에서는 회원들 간의 지속적인 교류와 실무자를 위한 교육기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계획된 기술강좌가 개정된 내진설계기준과 최신 설계·해석기법에 대한 현장 실무 인력의 이해를 높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 많은 참여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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