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길 완
(kilwanko@kaist.ac.kr)
지반공학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올해 3월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에 조교수로 부임한 고길완입니다. 한국지반공학회 학회지를 통해 인사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14년 KAIST 학부 재학 중 ‘지진’이라는 키워드 하나에 이끌려 김동수 교수님께 지반동역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이후로 2015년부터 김동수 교수님의 지도 아래 지진 시 기초의 회전거동을 이용한 회전기초(Rocking Foundation) 설계와 지반-기초-구조물 상호작용(Soil-Foundation-Structure Interaction, SFSI)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학위 중 지반과 기초가 구조물의 동적 특성(고유 주기, 감쇠비)에 미치는 영향이 흥미로웠고 이를 고려한 구조물의 지진 하중 변화를 정량화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기초의 회전 및 수평거동을 고려한 3자유도 동적 SFSI 해석 모델 연구, 모델 검증 및 보완을 위한 원심모형실험 연구, 다양한 변수의 민감도 분석을 위한 수치해석 연구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 "지진 시 지반-기초-구조물 상호작용의 비선형성을 고려한 기초의 회전 거동 평가"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이후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UC Berkeley와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미국, 일본, 튀르키예 연구자들과 협업하였습니다. 에너지 기반 액상화 평가, 실 지진파를 활용한 액상화 유발 시점 분석 등 액상화 관련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이어 2023년부터 2025년까지는 UC Davis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단층 파괴에 의한 제방 및 댐의 균열 메커니즘과 집중누수침식(Concentrated Leak Erosion)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특히 박사후연구원 기간 중 발생한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은 공동연구 중이던 튀르키예 연구자들을 통해 지진이 남긴 깊은 상처와 슬픔을 간접적으로 체감하게 하였습니다. 지진을 단순히 연구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들었고, 그 이후 이 키워드에 대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기존 연구에 더해, 에너지 기반 액상화 Triggering 모델 개발, 구조물-지반-구조물 상호작용, 원심모형실험을 통한 단층 파괴 모델링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지반공학이 사회 안전의 토대를 이루는 ‘기초 공학’이라 믿습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탄탄한 ‘기초’를 위해 힘쓰고 계신 학계와 산업계의 학회회원 여러분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며, 스스로의 발전과 학문 발전은 물론 사회의 안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유 없는 막연한 흥미 하나로 시작했던 부족한 저를 늘 인자하신 모습으로 이끌어주신 故김동수 교수님께 전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류 봉 석
한양대학교
건설환경시스템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tkclghzh2323@hanyang.ac.kr)
여러분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나요?
익숙한 환경에 오래 머물다 보면 어느새 시야와 활동 범위가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익숙함을 잠시 벗어나, 새로운 연구환경과 문화 속으로 한 걸음 내디딘 류봉석 학생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학회 회원분들에게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양대학교 건설환경시스템공학과에서 석박사통합과정으로 재학 중인 류봉석입니다. 대학원에서 곽동엽 교수님 지도 아래 지반운동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지진관측소 계측기록을 이용하여 신호처리 및 부지증폭 특성 분석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는 좋은 기회를 얻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NCSU)에서 2024년 8월부터 1년간 방문학자로 체류하며, 새로운 환경 속에서 배움과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지반공학회 학생기자단 인터뷰를 통해 인사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방문학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작년 초, 지도교수님께서 연구년 기간을 NCSU에서 보내신다는 말씀과 함께, 연구실 내에서 희망자가 있으면 함께 가보자고 먼저 제안해주셨습니다. 분명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수해야 할 전공과목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1년간 자리를 비워도 괜찮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매일 같은 연구실 책상에서 반복되는 일상을 잠시 벗어나, 새로운 환경과 분위기 속에서 자극받고, 동시에 현지 문화를 체험해보고자 용기를 내어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의 생활과 영어로의 소통에 대해서도 낯설고 두려웠지만, Cabas 교수님을 비롯한 NCSU의 GeoQuake 연구실에서 따뜻하게 환영해주신 덕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전공 수업부터 학술대회 발표까지 폭넓게 참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어떤 활동에 참여하셨나요?
먼저, GeoQuake 연구실의 정기 그룹 회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룹 회의에서는 주로 각자의 연구를 공유하고 토론하거나 다같이 글을 쓰는 Writing Club을 중점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저 또한 개인 연구 발표에 참여하여 처음엔 부지증폭모델 개발에 대해 소개하였고, 최근에는 지진파 신호처리에 대해 코드와 분석 예제를 공유하며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Writing Club에서는 논문이나 학술발표회 초록 등을 1시간 정도 각자 작성한 뒤 공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한정된 시간 내에서 글을 집중해서 작성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Dynamics of Soils and Foundations”와 “Engineering Geology” 두 수업을 청강했습니다. 특히 수업 시간에 토론이 자주 이루어진 점이 인상 깊습니다. 배운 개념을 바탕으로 학생들끼리 특정 주제나 문제 상황을 함께 분석하고 의견을 나누는 활동이 중심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다양한 산사태 피해 사진을 가지고 주변 지형 및 환경을 확인하며 주된 붕괴 원인이 무엇일지 토론했던 활동이 기억에 남습니다. 단순히 정답을 찾는 것을 넘어서, 문제를 여러 측면에서 바라보는 사고를 기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학기 말에는 수업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자유 주제를 선정하여 프로젝트를 수행하였습니다. 저는 인천 제3연륙교 주탑의 지진재해분석에 대해 포스터 발표를 하였습니다. 학회 포스터 세션처럼 청중들과 자유롭게 다가와 의견을 주고받는 분위기 속에서 활발한 소통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NCSU의 Intensive English Program에서 운영하는 영어 회화 수업에 등록하여 참여했습니다. 이 수업을 통해 다양한 전공과 국적을 가진 방문학자들과 일상 주제나 각자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영어로 대화할 상대방을 만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제 생각을 표현해보려 노력했습니다. 수업 전후로 눈에 띄는 실력 향상이 있었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영어 사용에 대한 부담감은 조금씩 줄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활동 이외에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소개해주세요.
NCSU가 위치한 Raleigh에서는 다양한 지역 행사가 열립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신년 맞이 행사인 “First Night Raleigh”가 생각납니다. 도심 곳곳에서 거리 공연, 놀이기구 등을 즐기며 연말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정에 가까워지자 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치며, 곧이어 도시의 상징인 커다란 도토리 조형물이 떨어졌습니다. 이는 Raleigh만의 독특한 새해맞이 전통인 Acorn Drop으로, 불꽃놀이와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순간이 인상 깊었습니다. 타국에서 처음 맞이한 새해였기에 저에게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다음으로 “Krispy Kreme Challenge”에 참여했습니다.
이 행사는 NCSU에서 시작된 전통으로, 학교에서 출발해 크리스피 크림 가게까지 약 4km를 달린 후 도넛 12개를 모두 먹고 다시 돌아오는 독특한 레이스입니다. 도넛 12개를 다 먹는 건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행사 참가비가 UNC 어린이 병원에 기부되어 의미를 더했습니다. 단순한 행사 참여를 넘어 미국 대학의 공동체 문화와 기부 문화를 직접 느낄 수 있었던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마무리하며, 방문학자로서의 소감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처음 이곳 Raleigh에 도착했을 때의 긴장감이 생생합니다. 잠시 익숙함에서 벗어나 미국에서 생활해본 경험은 앞으로 저에게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일상 속 가벼운 대화로 시작되는 미국의 소통 문화가 제 삶과 태도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이전보다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어울리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벌써 저의 미국 방문학자 체류도 두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귀국 후에도 남은 학위 과정을 잘 마무리하며 한층 더 성장한 연구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