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영 상
한국지반공학회 국제 부회장
전남대학교 교수
(geoyskim@jnu.ac.kr)
지금 대한민국은 문화의 ‘골든 에이지(Golden Age)’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BTS)의 음악이 지구 반대편의 라디오에서 울려 퍼지고,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TV 스크린을 장악하는 시대입니다. 최근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와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인 'Golden'이 가상의 아티스트가 발표한 곡이라고는 믿기 힘든 전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K팝과 애니메이션 OST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작품 속 가상 걸그룹 ‘헌트릭스(HUNTR/X)’가 부른 이 곡은 각종 글로벌 음악 차트를 석권하며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잘 만들어진 스토리와 음악이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강력한 시너지를 증명하며, 콘텐츠 IP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이 거대한 ‘한류(韓流)’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고 전 세계인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드는 강력한 소프트파워가 되었습니다.
이 눈부신 문화적 성취를 바라보며, K-POP의 성공이 우리 지반공학 회원들과는 무관한 이야기일까 생각해봅니다. 한류라는 강력한 순풍을 타고, 우리의 기술력과 지식을 세계 무대로 실어 나를 절호의 기회가 바로 지금 우리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이 거대한 K-Culture의 흐름 속에서 우리 지반공학 분야가 나아갈 ‘K-Geotech’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K-POP의 성공 공식, 지반공학의 문법으로 다시 쓰다
K-POP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여기에는 ① 매력적인 콘텐츠(음악과 퍼포먼스), ② 글로벌 플랫폼(유튜브, SNS), ③ 그리고 강력한 팬덤(커뮤니티)이라는 명확한 성공 공식이 존재합니다. 이 전략적 틀은 놀라울 만큼 우리 지반공학 분야의 글로벌 영향력 확장에 명확한 청사진을 제공합니다.
첫째, 우리의 기술을 ‘매력적인 콘텐츠’로 재탄생시켜야 합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의 대심도 터널 공법, 세계 최장 수준의 해상 교량을 지탱하는 기초 기술, 급경사 산지와 인천국제공항 건설 등 연약지반을 극복해 온 수많은 성공 사례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서사’입니다. 이 귀중한 자산을 딱딱한 기술 보고서 안에만 가두어서는 안 됩니다. 도전과 극복의 과정을 담은 스토리텔링, 최신 시각화 기술을 활용한 다이내믹한 영상 콘텐츠로 가공하여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선보이면 어떨까요? 우리의 프로젝트 현장이 BTS의 화려한 무대처럼 우리 회원들과 전 세계 엔지니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쇼케이스’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둘째, 전 세계 엔지니어들과의 소통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해야 합니다.
K-POP 팬들이 위버스(Weverse)에 모여 소통하듯, 전 세계 기술자들이 한국의 지반공학 기술과 지식을 한눈에 접할 수 있는 ‘K-Geotech 통합 아카이브’를 구축해야 합니다. 우리 학회(KGS)를 중심으로 우리의 논문, 기술 표준, 설계 사례들을 영문으로 체계화하여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인용할 수 있는 지식의 허브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국제 학회를 유치하고 온라인 웨비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우리가 만든 플랫폼이 전 세계 지반공학인들의 소통과 교류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학회 영문저널인 International Journal of Geo-Engeineering의 영향력지수(IF)가 2020년 3.1에서 2025년 6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1로 급상승 하였습니다. 이는 우리 영문저널이 지반공학 분야에서 그 중요성과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해외 학자들도 우리학회의 이러한 발전에 놀라워하며 그 비결을 묻고는 합니다. 또한 2017년 ICSMGE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이후 2022년 ICPMG, 2023년 KGS-KaGS(카자흐스탄지반공학회), KGS-CTGS(타이완지반공학회) 공동심포지움, 2025년 KGS-HKGES(홍콩지반공학회) 공동워크샵과 TransoilCold 2025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등 아시아를 넘어 한국지반공학회의 국제적인 활동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학회 기술교육전담분야에서는 회원들에게 웨비나를 통한 기술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데, 이 또한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플랫폼’ 구축에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셋째, 기술력을 넘어 사람을 키우는 ‘강력한 팬덤’을 형성해야 합니다.
진정한 영향력은 기술의 전파를 넘어 사람과 사람의 연결에서 나옵니다. 전 세계의 젊은 지반공학도와 엔지니어들이 K-Geotech의 든든한 지지자이자 미래의 파트너가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국제 학생 경진대회, 썸머 스쿨, 엔지니어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기술과 표준을 배우고, 한국의 동료들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이들이 바로 K-Geotech의 가치를 세계 곳곳에 전파할 가장 강력한 ‘팬덤’이 될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은 2025년 기준 약 25만 명으로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은 수치라고 합니다. 이 학생 중 약 12%가 공학계열로 추정되며 토목공학과 지반공학으로 한정하면 더 작은 수지만 우리나라에서 공부하고 돌아가는 유학생들을 잘 키워냄으로써 “강력한 팬덤‘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우리 지반공학회가 이러한 부분에도 눈을 돌려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K-Geotech, 새로운 한류의 주역을 꿈꾸며
회원 여러분, 우리가 지난 수십 년간 좁은 국토와 척박한 지반 환경 속에서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기술력과 경험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이제는 이 자산에 K-Culture의 성공 전략이라는 날개를 달아줄 때입니다.
‘K-Geotech’은 단순히 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의 안전과 혁신의 표준, 그리고 문제 해결의 철학을 세계와 공유하는 것입니다. 지금 불고 있는 한류의 바람은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인 기회입니다. 이 기회의 파도 위에서, 우리 한국지반공학회가 중심이 되어 K-Geotech이라는 배의 돛을 힘껏 올립시다. 그리하여 K-POP과 K-드라마에 이어, 대한민국이 만든 안전하고 혁신적인 인프라가 전 세계인의 삶을 지탱하는 새로운 한류의 주역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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