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창 호
한국지반공학회 기준·교육 부회장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전략기획본부장/선임연구위원
(chchoi@kict.re.kr)
지금 우리는 AI가 산업 전반에 적용되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동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정보가 상호 연결되고, 국가 인프라가 점차 지능화되는 흐름은 건설산업에서 반드시 역점을 두어야 하는 분야입니다. 건설산업 분야에서도 스마트건설, 디지털 전환, 설계 및 시공 자동화, 건설데이터 플랫폼과 같은 개념이 지속적으로 제시되어 왔으며, 지반공학 분야 또한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기술적 전환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기존에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에 기반한 기술적, 학문적 판단 체계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지반공학 분야의 경쟁력은 축적된 경험과 데이터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연결하고, 활용 가능한 형태로 전환할 수 있는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입니다.
지반공학은 자연재료인 흙과 암반, 그리고 이와 상호작용하는 지하수 및 주변 환경을 다루는 학문으로,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매우 큰 공학 분야입니다. 지반은 균질하지 않고 동일한 조건의 반복이 어려우며, 대상 구조물의 입지와 주변 자연환경에 따라 조사, 설계, 시공, 유지관리의 각 단계에서 서로 다른 형식과 수준의 공학적 정보가 생산됩니다. 시추조사 자료, 현장시험 및 실내시험 결과, 계측 데이터, 지하수 및 환경 정보 등은 모두 지반공학 분야에서 생산하는 중요한 데이터 자산입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데이터가 개별 사업과 공정 단위로 분절되어 축적되고, 형식과 기준이 상이하여 연계와 재활용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데이터는 존재하지만, AI 기술과 접목되어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는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개념이 바로 AI-Ready Geo-Data입니다. 이는 단순히 디지털 파일로 저장된 자료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지반 및 국토인프라와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를 공통의 의미체계 아래에서 표준화하고, 컴퓨터가 해석할 수 있는 구조로 정리하며, 분석과 예측, 의사결정에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된 데이터를 의미합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토인프라 AI 데이터 허브 구상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는 인프라 구조물의 조사, 설계, 시공, 유지관리와 관련된 분산되고 이질적인 데이터를 온톨로지 기반으로 연결하고, 데이터의 의미체계와 표준을 정립하여 AI 활용 기반을 구축하고자 하는 구상입니다. 이를 통해 단순한 데이터 저장소를 넘어, 국가 인프라의 효율적 구축과 안전한 유지관리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활용 중심의 데이터 체계로 전환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지반공학 분야에서도 이러한 접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지반조사 자료와 공간정보, 계측 데이터와 시공 정보, 유지관리 이력과 지반공학적 위험 발생 기록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 지반구조물의 거동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인프라 구조물의 위험 징후를 조기에 탐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진행된 스마트 토공 플랫폼 개발연구에서는 BIM, 빅데이터, 인공지능, 센싱 기술을 융합하여 토공사의 전주기 정보를 관리하고, 미시추 구간의 지반정보를 예측하며, 성토·다짐 품질을 실시간으로 가시화하는 기술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는 지반 분야에서 데이터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설계 정확도 향상, 시공 품질관리, 생산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지반공학적 데이터를 쓸 수 있게 모으는 것입니다. 인프라 건설과 유지관리를 위한 지반 데이터는 항목, 위치, 시간, 상태, 계측값과 같은 기본 구조가 일관되게 관리되어야 하며, 서로 다른 시스템과 문서에 분산된 정보 또한 공통 의미체계 아래에서 연결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쓸 수 있게 모으는 표준화된 데이터가 앞으로의 지반공학 분야 기술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지금부터 체계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의미와 구조를 갖춘 AI-Ready Geo-Data로 전환하는 일은 단순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지반공학의 미래를 준비하는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제 지반공학은 경험과 전문성의 축적을 넘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예측하며 대응하는 새로운 도약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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