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여행스케치
글 · 사진 유민택
학기 중 쌓인 피로를 털어내고 싶을 때, 스위스만큼 확실한 선택지도 없다. 산과 호수, 오래된 도시가 한 나라 안에 촘촘히 들어 있는 곳이라 며칠 다녀와도 기억이 꽤 오래 남는다. 지반공학회 회원들께 사진 몇 장과 함께 짧게 소개해 보려 한다.
융프라우로 가는 길, 렌트카 창밖으로 호수 하나가 나타났다. 물빛이 이상하리만큼 맑은 옥색이어서 처음에는 보정이 된 줄 알았다. 빙하가 녹아 흘러내린 물이라 그렇다고 한다. 호수 건너편으로는 초록 목초지 위에 나무집 몇 채가 얹혀 있었다. 풍경이 너무 정직하게 예뻐서, 잠시 차를 세우고 내려 한참을 바라봤다.
융프라우요흐는 해발 3,454m다. 산악열차가 아이거와 묀히의 암반을 뚫고 올라가는데, 100년도 더 전에 이 터널을 뚫었다는 사실이 직업병처럼 계속 신경 쓰였다. 문을 열고 나서면 눈과 하늘밖에 없다. 발아래로 알레치 빙하가 골짜기를 따라 천천히 흘러내려 가는데, 그 스케일이 사진으로는 도무지 담기지 않는다. 공기는 차고, 햇빛은 눈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다.
산에서 내려와 루체른에 들렀다. 로이스 강 위에 걸쳐 있는 카펠교는 14세기에 만든 목조 다리다. 뒤로는 필라투스 산이 구름을 얹고 서 있고, 강가에는 양파 모양 첨탑을 얹은 예수회 교회가 있다. 이 도시는 특별히 무언가를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강가에 앉아서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알아서 간다.
다음 도시는 취리히였다. 해가 늦게 지는 계절이라 밤 아홉 시가 넘어야 겨우 어둑해진다. 리마트 강을 내려다보는 언덕에서 구시가지에 불이 하나씩 켜지는 걸 봤다. 강물 위로 가게 불빛이 길게 늘어지고, 오래된 첨탑과 타워크레인이 나란히 서 있었다.
오래된 도시도 계속 무언가를 짓고 고친다는 사실이 묘하게 위안이 됐다.낮에는 구시가지 골목을 걸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도 빠듯한 폭에 돌바닥이 깔려 있고, 양옆 건물은 수백 년째 그 자리에 있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골목을 따라 올라갔다 내려오기를 반복했는데, 그게 이 여행에서 가장 편한 시간이었다.스위스는 어디를 가도 정돈되어 있다. 열차는 정확히 오고, 산과 도시가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큰 것을 보고 오고 싶다면, 스위스의 산과 호수는 그 기대를 충분히 채워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