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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민 택

가천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mintaekyoo@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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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 석

가천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khsss1026@gachon.ac.kr)



1. 서 론


2022년 10월, 서울 이태원 골목에서 159명이 목숨을 잃었다.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나온 수만 명의 인파가 폭 4m 남짓의 내리막 골목에 밀려 들어갔고, 빠져나올 틈도 없이 압사가 발생했다. 현장을 내려다본 사진 한 장이 전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가 사라진, 그야말로 인파가 공간을 장악한 순간이었다.


이 사고는 ‘예측 불가능한 재난’이 아니었다. 군중이 일정 밀도를 넘어서면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동이 불가능해지고, 그 상태가 지속되면 압사로 이어진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그 위험 구간을 사전에 어떻게 파악하느냐였다.


지하철 역사는 그 위험에 더욱 취약한 공간이다. 출퇴근 시간대 승강장을 가득 메운 인파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밀폐된 구조, 시야가 제한된 환경, 계단으로 집중되는 수직 이동 경로. 재난이 발생하면 대피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위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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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내 지하철 역사 108개소가 법정 비상대피시간을 초과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고, 전국 심도 25m 이상 지하역사는 79개에 달한다. GTX 등 대심도 노선 개발이 가속화되는 지금, 지하 역사의 대피 안전성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본 기사에서는 보행 밀도에 따른 이동속도 저감 모델과 최적 경로 탐색 알고리즘을 결합하여, 대피 시뮬레이션을 통해 압사 위험 구간을 사전에 정량적으로 판정하는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2. 압사 위험구간 판정 모델 개발


핵심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지하 역사 전체를 수백 개의 작은 공간 단위로 쪼개고, 대피자들이 출구를 향해 이동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면서 어느 구간에 사람이 얼마나 오래 몰리는지를 추적하는 것이다.이를 위해 지하 6층 규모의 역사를 720개의 노드와 2,222개의 엣지로 구성된 3차원 그래프로 모델링하였다. 각 단위 공간은 3m × 3m로 설정하였으며, 출구는 2개소다.


경로 탐색에는 다익스트라(Dijkstra) 알고리즘을 적용하였다. 이 알고리즘은 출발점에서 목적지까지 가능한 모든 경로를 탐색해 최단 경로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물류 최적화나 내비게이션에도 널리 쓰인다. 다만, 지하 역사처럼 격자형으로 구성된 공간에서는 이동 비용이 같은 경로가 여러 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때 모든 대피자를 같은 경로로 몰아버리면 혼잡도가 과대 평가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일 비용 경로가 복수일 경우 무작위로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여, 현실에 가까운 인원 분산을 구현하였다.


또 하나의 핵심 변수는 밀도에 따른 이동속도 저감이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걷는 속도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수치로 정의하고 시뮬레이션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안전관리 가이드라인과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9m2 공간 기준 9명 이하에서는 속도 저감 없이 정상 이동이 가능하지만, 인원이 늘수록 속도가 단계적으로 줄어들고, 45명을 넘어서면 사실상 이동이 불가능한 압사 발생 상태로 간주하였다.


상행·하행 승강장에 각 410명씩 총 820명을 배치하고, 1초 단위로 반복 연산을 수행하여 마지막 대피자가 출구에 도달할 때까지 각 구간의 밀집 인원을 추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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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압사 위험구간 판정 모델 결과


시뮬레이션 결과, 총 2,222개 엣지 중 29개 구간에서 한계 인원인 45명을 초과하는 압사 위험이 확인되었다. 전체 대피 시간은 750초로 산출되었다.


위험 구간은 초과 지속 시간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하였다. 100초 이상이면 적색, 50초 이상이면 주황색, 10초 이상이면 황색, 10초 미만이면 녹색이다.


결과는 예상대로이면서도, 그 수치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가장 위험한 구간은 지하 3층에서 지하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부였다. 이 구간에서 압사 위험 상태가 무려 282초 동안 지속되었다. 이유는 명확하다. 해당 층 간 수직 이동 경로가 계단 단 한 곳으로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820명이 동시에 대피를 시작하면, 결국 모두가 이 한 곳의 계단을 통과해야 한다. 병목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주목할 점은 위험이 계단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계단 인근의 수평 이동 구간까지 위험 영역이 확산되는 양상이 확인되었다. 계단 앞에서 대기하는 인원이 쌓이면서 그 앞 복도까지 밀집도가 높아진 결과다. 이는 대피 경로를 설계할 때 계단만 볼 것이 아니라, 계단으로 이어지는 수평 동선 전체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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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마치며


본 연구에서 제안한 방법론은 실제 설계 단계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역사 설계 초기에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어느 계단에 인원이 집중되는지, 출구를 어디에 배치해야 분산 효과가 큰지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안전관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지금, 단순히 “넓게 만든다”는 설계 원칙을 넘어 정량적 위험 판정 데이터를 설계 기준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향후에는 반복 시뮬레이션을 통한 확률론적 접근과 함께, 화재·홍수·지진 등 복합 재난 시나리오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다. 다양한 유형의 다중이용시설에도 본 방법론을 적용하여, 지하 공간 이용자의 안전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기초 자료를 축적해 나갈 예정이다.



참고문헌

1. 이호영 (2023) 10.29 이태원 참사에서의 행안부 장관의 법적 의무와 책임: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중심으로, 민주법학, 81, pp. 47-78.

2. Zhang, H. et al. (2021) Dynamic path optimization with real-time information for emergency evacuation, Mathematical Problems in Engineering, 2021(1), Article ID 3017607.

3. Wang, J. et al. (2022) Evacuation route optimization under real-time toxic gas dispersion through CFD simulation and Dijkstra algorithm, Journal of Loss Prevention in the Process Industries, 76, Article 104733.

4. Khakzad, N. (2023) A methodology based on Dijkstra's algorithm and mathematical programming for optimal evacuation in process plants in the event of major tank fires, Reliability Engineering & System Safety, 236.

5. 김현철 et al. (2023) 군중밀집도 위험 시뮬레이션 기반 인파관리 안전대책 수립 방안, 한국안전학회지, 38(2), pp. 96-103.

6. Lawande, S.R. et al. (2022) A Systematic Review and Analysis of Intelligence-Based Pathfinding Algorithms in the Field of Video Games, Applied Sciences, 12(11), Article 5499.

7. 국토교통부 (2018) 도시철도 정거장 및 환승·편의시설 설계 지침.

8. Zhou, J. et al. (2020) Developing a revised social force model for pedestrians' earthquake emergency evacuation, Geomatics, Natural Hazards and Risk, 11(1), pp. 335-356.

9. 행정안전부 (2024) 다중밀집인파사고 안전관리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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